이별을 잘 하는 방법 따위는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있건 없건 상관없이...
난 이별을 잘 하는 방법을 모른다.
연애 후 이별을 잘하는 방법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것 같고
함께 일했던 '사람'과의 이별의 방법은 더더욱 모르겠다.

어느 조직을 떠날때, 혹은 조직에서 누군가 떠나갈때.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이별이 다가오면 이런저런 가슴속에 있는 말보다 눈물이 앞선다.
속내를 표현하는데 서툰 나는, 내 속에 있는 백가지, 천가지 말 중에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주룩 흘릴 뿐이다.
그리곤 울게 된 것이 부끄러워 시덥잖은 농담이나, 아쉬움 섞인 미움만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라는 곳에 와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오랜만이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해주고 진심이 통하는 그런 사람.
3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여러명의 파견자들을 보냈지만 이렇게 서운하고 눈물이 나는건 처음이다.
낯가리는 성격때문에, 속마음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술 잘 못마시는 건강 때문에 나는 그와 하고 싶은 수만가지 말을 나누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기회가 더욱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슬픈 감정이, 흐르는 눈물이 얼마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아지고 덤덤해지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우리곁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살아가며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런 척박한 세상에 1년 조금 넘는 시간을 그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그 진가를 알아챈 것이 너무 뒤늦어서 내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후회가 남진 않을 것이다.
그의 진심을, 나의 진심을 서로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갈테지만 같은 곳을 보며 걸어가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권철 사무처장님.
당신을 만난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그리고 함께 일한 것은 행복이었죠.
우리가 진보의 길을 하염없이 걸어갈때,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언젠가 또 동지로 만나게 되겠죠.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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