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첫째의 영유아검진이 있었다.

양쪽 눈 시력차가 꽤 커서 안과검진을 받아보라고 해서... 어제 안과에 갔다.


1.

시력검사.

생각한 것 보다 시력 차가 더 커서 한쪽눈이 약시가 생겼다고 한다.

한쪽 눈이 덜 보이니 잘 보이는 눈 시신경이 더욱 발달하고, 덜 보이는 눈의 시신경은 점점 일을 안하는 것.

사람의 몸은 참 대단해.


아무튼 그래서 시력교정(그 차이를 줄이는 것)을 위해 안경을 써야 하고, 가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한다.

안경은 덜 보이는 눈을 잘 보이게 해서 그 눈을 더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가림치료는 잘 보이는 쪽 눈을 가려서 덜 보이는 눈을 한동안 많이 쓰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즉, 안경을 쓰고 한쪽 눈은 안대로 가려야 한다.


일곱살에 안경이라니.

그리고 안경을 앞으로 평생 써야 하다니.

30년 넘게 안경을 쓰고 싶었지만 시력이 좋아서 안경을 쓸 일이 없었던 나로서는 너무 큰 일이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모두 시력이 좋아서 우리 아이가 눈이 나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애들이 다칠거나 불편해질 리스트에 다리나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한다든지, 어디가 찢어진다든지, 치아 교정을 해야한다든지 이런 경우의 수는 있었지만 정말 한 번도 안경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가림치료라니.

눈 한쪽에 계속 뭘 붙이고 있어야 하는데 어린이집에 가면 애들이 놀리지는 않을지, 불편해서 온갖 짜증을 남들에게 부리지는 않을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

색각검사.

빨간색, 주황색, 보라색, 초록색, 갈색, 회색을 비슷하게 본다는 것은 이미 생활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내 질문에 표현력 좋은 우리 아들은 그 색들이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 설명했고, 그 설명을 통해 '아, 이 아이의 눈에는 이렇게 보이는구나'하고 짐작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때 하는 바로 그 검사 카드.

동글동글 버블무늬의 바탕에 버블무늬로 이어진 숫자를 읽는 그 카드를 같이 봤다.

나와 같은 숫자로 읽는 카드가... 단 한 장도 없었다.


아이가 색각이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내 눈 앞에서 전혀 다른 숫자를 읽고 내 눈에 보이는 숫자는 없다고 말하고 내 눈에 빈 카드에서 숫자를 읽어내는 것을 직접 보고 있는 것은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이상의 아픔이었다.

'네가 보는 세상은 이런 것이구나. 네 눈에 보이는 색은 온통 회색이기도 하고 그 회색 안에서 차이를 느끼기도 하는구나...'


3.

내가 지금 너무 속상한 것은 시력 자체가 낮아서도 아니고, 특정 색을 감지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이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을 나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경을 쓰는 삶이 어떤 것인지 나는 1도 알지 못하고, 색 인지능력이 남들보다 높은 나는 일부 무채색의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공감할 수 없는 불편함을 가진 너에게 내가 어떤 것을 해줘야 할지, 그걸 모르겠다.

그게 가장 나를 아프게 한다.


더 큰 불편함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고작 이 두개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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