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래전 봤던 공연이다.

9월 27일 7시 공연.
대학로극장에서.

아마도 예전에 미래 레파토리중 하나인 "여기는 통일대학"을 조금 수정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그 작품은 내가 보지 못했으므로 정확히 뭐라고 말할순 없지만 노래가 그렇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성희, 형부, 인규, 지선, 은경, 나 이렇게 총 6명.
(현장에서 찬진오빠와 찬우선배님 만남! ㅋ)

극장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무대.
'아악~ 저건 아니지~'
그랬다.
그간 보아왔던 탄성이 절로나던 가극단 미래의 훌륭한 무대세트가 아니었다.
동네 굴러다니던 스티로폴 주워다가, 애들 시켜서 대충 칠한 듯한 세트.
아아 실망...
우리학교 '새벽'이나 '들꽃'이 훨씬 잘 만들 것 같았다.

실망감을 안은채....기다리니 공연은 시작됐다.
관객에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방식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주위를 환기하고 워밍업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본격적인 공연.
'배우들 정말 연습 많이 했겠다' 싶을 정도로 춤과 노래는 딱딱 맞았다.
20대 초반도 아니고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주인공들의 실제나이가 무색하게 그들은 참으로 팔팔하고 활기 넘쳤다.
그들의 체력에, 그들의 의지에, 그들의 문예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아는 사람이 출연하면 극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
절반 이상이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상황이라 그런지 극에 대한 몰입이 자꾸 끊어졌다.
몰입할라치면 튕겨나오고...이런 식이었다.
그게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었는지, 남들도 그랬는지는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겠다.
왜냐면 아는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그런것일런지도 모르니까.

중간에 주인공 '하나'의 시련을 형상화하는 장면은 사실 좀 식상했다.
정기공연에 참 많이 써먹는 방식.
검은 옷을 입고 가면을 쓰고(혹은 분장을 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을 형상화해 춤을 추는 것.
그래서 그 장면이 유독 어우러지지 못하고 튀었다.
안타까웠다.

주인공 '오하나'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은 듯한 느낌도 있었다.
물론 학생들이 모두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래도 메인 주인공은 '오하나'인데 나오는 분량에서도, 주도적인 내용을 이끌어가는데 있어서도 그녀는 중심에 있지 못했다.
짜임새있지 못하달까...

보통 사람들에게 '통일' 그리고 '재일동포'들의 문제를 신선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뮤지컬 '오하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이들에게 가슴 속 어딘가 '쿵'울리는 감동을 주지못한 것은 아쉽다.
대중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감동을 주는 것.
그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이것이 문예가 가지고 있는 세월을 초월하는 딜레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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