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것도 역시 책 이미지가 잘 안보이네...스캔이라도 해야하나 -_-;)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MBC에서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정확히 몇년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몇해전의 일이다.

그때 이 책제목을 처음 보고 느낀건 육남매 류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절에 관한얘기를 들려주는 성장소설이라고.
그냥 그렇게 넘겼던 것 같다.

근데 이 책이 다시 내 눈에 들어왔다.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ㅋㅋ
그래서 다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따뜻한 책제목에 끌려서...그동안 서걱서걱했던 내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까 해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아마도 주인공의 자전적 내용이 80%이상일 것이라고 추정되는 '기영'이라는 아이 - 작가와 이름이 같다.)은 참 운도 없이 일제식민지 시대 말에 태어나서 해방을 맞이하고, 4.3도 겪고 6.25도 겪는다.
현대사 중 가장 파란만장한 시대에 태어나 그 시대를 살아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전해진다.

이 책의 묘미는 자연을 설명하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정말 '아름답다'라고 밖에 표현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왈랑왈랑'(요새 내가 자주 쓰는 단어가 되었다) 등의 표현은 사전에는 올라와있지 않지만 충분히 읽는 사람이 의미를 파악할수 있는 아름다운 표현이다.
어떻게 이런 말을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로 현기영이라는 작가는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과 자신의 소중한 어린시절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작가의 말솜씨(혹은 글솜씨)가 참 대단하다고 여겨진것은 얘기가 삼천포로 한참을 빠졌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
가끔 돌아오지 않을때도 있는데 그게 그리 어색하지 않다는 것.
맛깔난 글쓰기는 이런거구나 싶었다.

하여간...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이게 왜 불온서적이지?'
'숟가락의 의미는 뭘까?'

불온서적은...
4.3항쟁에 대해 정말 사실적으로 썼다는 것?
아니면 주인공이 동경하던 '신석이 형'의 죽음을 제주지역에 내려오는 용머리 바위 설화와 연결시킨 것?
그 섬 고장에는 그러한 유형의 장사 설화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역적질 할지 모른다고 죽임을 당하는 그 장사들은 차별이 극심한 섬 땅에 태어나 그 척박한 조건을 극복하려고 분투하다가 좌절하고 마는 불운한 인재들을 상징한다. 4.3 때 비명에 쓰러진 숱한 요절의 젊은이들이 바로 그들이 아닌가.
이 정도 ;;;
참 국방부가 지레 겁먹었구나...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숟가락의 경우 노래울에서 여러가지 얘기가 있었는데...
4.3때 처단된 장수의 옷에 숟가락이 꽂혀있어서, 어머니가 '눈물은 내려가는데 숟가락은 올라간다'라고 말해서 등등.
뭐...난 숟가락 하나 밖에 없는 인생 아니겠냐...하는 의미로 해석했다만. ^^;

 

덧붙임.
이 책은 단숨에 읽기엔 좀 지루하다.
지하철 타고 왔다갔다 하며 10분~20분 읽으면 재밌을 것 같다.
짧게 짧게 끊어읽기 좋도록 한 주제의 내용이 한장~두장 정도다.
출퇴근용이나 화장실용으로 추천.
(개인적으로 난 화장실에서 책을 읽지 않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

지상에 숟가락 하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현기영 (실천문학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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