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물놀이에, 낮잠 없이 산 날이 며칠째인지... 오늘은 쉬는 날로 정했다.

아침에 일어나 한참을 이불속에서 뒹굴거리고 집에서 점심먹고 낮잠. 낮잠 자고 일어나 이른 저녁으로 동네에서 유명한 해물칼국수(무려 칼국수 팔아서 빌딩을 지은 집)를 먹고 도서관, 마트, 빵집을 들러 귀가. 마치 육지에서의 평범한 토요일처럼 보냈다.

하지만 저녁 일정이 좀 독특했는데, 공항으로 친구를 데리러 갔다가 함덕 바닷가에서 수제버거집으로... 밤9-10시에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콜라를 와구와구 먹고 들어왔다.

내일은 제주에 24시간 체류하는 친구와 놀아야지!


공항가는 길. 해질녘 하늘이 예뻐서 신호대기에 찰칵.

저녁에 지인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라 낮에 과하게 놀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는 날씨였다. 누가 봐도 바다에 가야하는 그런 날씨. 아이참 어쩌지...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함덕으로 갔다. 바다에 가기 전 첫째는 이웃집 아이들과 얼음땡을 한참 하고 있었는데 더 놀고 싶다고 하던 와중 그 집도 함덕에 간다고! 그래서 아이들끼리 만날 장소를 튜브 대여소 옆으로 정하고 각자 출발.

바닷가에 가서 튜브대여소로 가니 이웃집 형제 중 동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바로 합류해서 그집 형제들과 거대한 모래구덩이를 파기 시작했고, 둘째는 날씨가 맑으면 튜브 빌려주기로 한 약속을 기억해내서 튜브를 빌렸다. 캐릭터 그림을 싫어하는 따님이 고른 것은 성인용 심플한 노란색 튜브.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몸이 쏙 빠질것이 분명하므로... 잘 달래어 공주그림의 튜브를 빌렸다. (왜 튜브에 여아 남아 구분이 있는것이며 여아는 왜 공주란 말이냐.)

둘째와 나는 오붓하게(?) 바다로 들어갔고 함덕 바다는 워낙 얕아서 걸어가고 또 걸어가도 물이 무릎밖에 오지 않았다. 이쯤되니 너무 얕은게 좀 원망스럽고... 어쨌든 더 걸어들어가 튜브를 탔다! 처음에 바닷물에 넘실대는게 좀 무서웠던지 가까이 잘 붙어있으라고 신신당부하던 녀석은 슬슬 즐기기 시작했고 꺅꺅거리며 잘 놀았다. 빠져봐야 자기 허리정도의 물이지만 그래도 조금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게 바다의 재미지. ㅋㅋㅋㅋ

코빼기도 보기 어려운 첫째를 넓은 바닷가에서 찾아내어 다시 집으로 출발. 한참 놀고 있는데 집에 가자고 하니 나도 좀 아쉬웠지만 이웃집 형제들에게 다음에 또 같이 오자고 약속하고 집으로 왔다. 이제 바닷가에 가는 요령이 점점 생겨서 짐은 줄었는데 왜 모래 털어내는 시간은 줄지를 않는가... 아우 이래서 바다 물놀이는 귀찮아...

집에 돌아와 씻고 옷 갈아입고 애월로 출발. 무려 1시간을 운전해서 도착했는데 참 신기한게... 3박4일 여행오고 할 때는 제주도를 한바퀴 돌기도 하고 가로지르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한달살이 하는 동안은 30분 넘어가면 너무 멀다. 실제 거리로는 정말 멀기도 하고. 암튼 멀리멀리 애월에 도착했는데 직접 지은 한옥에 살고 계신 분이다. 도착해서 대문에 들어서니 상상했던 것 보다 더더더더 부러웠다. 집도 예쁘고 마당도 예쁘고... 이런 집에 살면 한달간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있을 수 있겠더라. 그게 내가 꿈꾸는 삶인데. 게다가 내 손으로 지은 집이라니...

차려주신 고기와 회와 한치물회를 신나게 먹고(놀랍게도 나 제주와서 회 처음 먹었다...엉엉), 아이들은 뒷마당에서 쪽염색도 해보고 잡초도 뽑고(잡초뽑기를 산삼캐기만큼이나 재밌어하던 아이들 ㅋㅋㅋㅋ) 매우 즐거운 시간... 둘째녀석이 "엄마, 나 제주에서 마당있는 집에 살고 싶어."라는데 나도 그래 얘야. 나도 너무 이런집에 살고 싶어... 너무 잘 놀았던 우리 어린이들은 그 집에서 나와 차 출발하자마자 "그 아저씨 보고 싶어"와 "또 놀러오고 싶어"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 분명 어른 둘이 사는 집인데 어린이 맞춤형 프로그램 같았던, 마치 친정집 방문 같았던 날이었다.

그나저나 엄청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제 만난것 같은 느낌은 페이스북 덕인걸까, 각종 메신저 덕인걸까. 아니면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걸까. ㅋㅋㅋㅋㅋㅋ

아이가 있는 집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날씨에 민감하다. 왜냐면 아이는 내가 골라준 옷을 입고 나가기 때문에. 출근하고 나서 날이 생각보다 더워도 미안하고 추워도 미안하다. 그래서 매일 일기예보를 챙겨듣고 보고 앱으로도 확인하는 편인데 제주에 오고 나서 예보를 확인하되 신뢰하지 않는다.

오늘도 아침에 바람이 많이 불고 잔뜩 흐리기에 (다행히 비는 안옴) 뭘 하나... 고민하다가 오름에 가기로 결정했다. 근데 아침에 돌린 빨래가 좀 늦어지고 여기 마을안에 있는 코인세탁소의 건조기가 이게 건조기인지 찜기인지 모를 성능을 보이는 바람에 더 늦어져서 애초 예상시간보다 한시간반 가까이 늦어졌다. 그러는 사이 구름사이로 해가 나고 기온이 올라간다. 이럴수가. 날씨가 이러면 바다에 가야지!!!! 제주살며 터득한건 계획이고 뭐고간에 날이 맑을때 바다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잽싸게 수영복으로 갈아입(히)고 오늘은 간단히 짐을 싸서 출발. 가는길에 있는 김밥집에 들러 김밥도 포장. 신난다. 행선지는 소박한 김녕성세기해변. 김녕의 가장 큰 메리트는 해변과 수돗가가 가깝고 수돗가와 주차장이 가까워서 마지막에 짐을 나르기에 쉽다는 것.

해는 나는데 바람은 정말 세다. 김녕 해안가에 설치된 풍력발전소의 날개가 선풍기인양 뱅글뱅글 돌아가는 날씨였다. 언제나처럼 애들은 구덩이를 파고 모래언덕을 만들었다. 첫째는 옆 바위에서(이것도 김녕의 장점) 소라게와 고동을 잔뜩 잡아왔고 둘째는 오빠의 작업지시에 따라 착착 움직였다. 오늘은 나도 모래를 좀 팠다. 아니 근데 이거 재밌잖아! 파고파고 또 파고. 애들이 왜 제주에서 내내 모래만 팠는지 알겠다. 그리고 바다에도 풍덩... 춥지 않았더라면 더 들어갔겠지만 조금 놀다보니 너무 춥고, 물 밖으로 나와도 바람이 세서 추웠다. 해가 쨍쨍할때가 찾아오면 벌떡 일어나 온몸으로 햇볕을 맞았다. 몸 좀 말리려고...ㅋㅋㅋ 모래사장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파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세상 좋더라. 해수욕 뒷마무리에 대한 생각은 애써 잊었다. (그동안 이 걱정에 항상 심란...) 

오늘의 깨달음은, 사진을 찍으면 바다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 사진찍기 위해선 손을 더럽힐 수 없는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어떻게 바다에서 논단 말인가... 사진을 포기하고 놀고 있으니 참 좋더라. 중간중간 애들이 자기작품(모래성)을 사진찍어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내 손을 보여주며 "찍을수가 없어"라고 설명하느라 좀 귀찮았지만. 그리고 모래놀이도 자꾸 하니 실력이 늘더라는 것. 요령도 생기고 모래가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도 점점 더 전문적으로 알게 되는지 아주 그럴싸한 것들을 빨리 만들어내더라. 물에 휩쓸려가도 슬퍼하지 않고 잽싸게 새로 구덩이를 판다.

3시가 넘어가니 추워서 놀기 힘들지경이 되고 얼른 수돗가에서 몸을 헹구고 다시 집으로 출발. 주차장에서 데워진 차가 따뜻하니 좋을 지경이었다. 

몸은 힘들지만 역시 바다놀이가 재밌어.
그나저나 사진을 보니 맨날 똑같아 보이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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