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초에... 운전면허증 적성검사기간 만료를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기초적이기 이를데 없는 그 검진. 
그런데 경력단절 관계로 그 기초검진조차 6년만에 받았다. 

그 검진의 특징은 다들 알다시피 학창시절 신체검사의 느낌이어서 너도나도 다 정상인 결과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사가 흉부엑스레이에서 폐 쪽에 결절이 보인다며 CT를 권했다. 
"분명히 아무 이상 없을 가능성이 95%인데요 그래도 이럴 경우 진찰을 받아보시길 권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게 지금 뭐래는건지...

돈을 주고 건강함을 확인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세브란스에 진료예약을 하고 뒹굴거리던 어느날 저녁. 
사람인지라 걱정이라는게 시작됐고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였다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실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돈을 주고 건강함을 확인해야하는 이유가 더욱 생긴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싫어하는(가족 중 큰 병 앓아본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싫어하는) 종합병원의 지난한 과정 수납-대기-수납-대기-촬영-대기-문진-대기-진료의 과정을 거쳐 돈을 주고 건강함을 확인했다. 
걱정할 상태가 전혀 아니며 흔한 증상이지만 추적관찰 하자는 아주 평범한 진단을 받고 6개월 후 다시 이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러 와야한다. 

그래서 결론은 건강하다. 
종합병원에서 대기하느라 소모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우롱밀크티와 크로아상을 먹어야겠다. 



위의 글을 쓸 때만 해도 내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으나, 병원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내가 차를 몇층에 주차했는지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어느 위치에 주차했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방향감각은 정상작동) 지하 3~6층 중 대체 몇층이었더라.
내차 위치 확인하는 시설이 되어있어 차 번호를 입력했는데 하필... 첫번째 주차했던 장소만 뜬다.
(본관에 주차했다가 너무 멀어서 진료받는 건물로 이동해서 다시 주차함)
차를 찾지 못할거라는 두려움 보다(지하 3~6층 어딘가 있겠지) 내가 차를 찾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고 무서웠다.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 자의 몸은 무의식의 세계에선 이미 내 것이 아닌가보다.
두 녀석들을 두고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나도 인지하지 못한 나의 마음이 꽤나 힘들고 긴장했던 모양이다.
이제 편히 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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