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이 책을 대체 얼마동안 읽은 건가...
거의 네달에 걸쳐 읽은 것 같다.
그 사이 다른 책을 같이 읽기도 했지만 중간에 공연준비 때문에 거의 읽지 못해서...한두시간이면 뚝딱 읽을 분량인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오래걸리다보니 나중엔 좀 지루해지는 면이;;;;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너무 깊게 공감한지라(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의 실제 삶에 기반한 소설) 그녀가 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도 읽었다.
아직 엄마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님 20대의 딸 시절을 이미 지나쳐서 그런지 아주 깊은 공감은 없었다.
물론 친구처럼 지내는 모녀사이는 여자들의 행복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아, 딸을 낳아야 하는데...)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작가의 친구가 한 말을 딸에게 소개하는건데 그 말이...
인생의 길을 올바로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이 세가지를 질문하면 된다는 거야. 네가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너의 길이라고 하나? 마지막으로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와우.
평생 저 세가지 질문에 하나라도 '명쾌하게' 맞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나이 서른즈름에서야 첫번째 질문에서 방황하고 있는데...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다 읽고나니 나는 어떤 엄마가 될까 궁금하다.
그리고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지도 생각해야겠다.
근데...그게 맘대로 되겠나 ㅋㅋㅋ

네가어떤삶을살든나는너를응원할것이다공지영산문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오픈하우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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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인데...쓰다보면 일기가 될 것같다. 그런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산건 아니었다.
그냥 공지영 소설이길래 샀고, 산 계기도 다른 책 사는데 배송료 안붙게 하려고 뭘 살까 둘러보다 얼레벌레 장바구니에 들어왔던 녀석이다.
공지영의 팬이거나 공지영의 소설을 아주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충분히 슬프고 좋아서 또 선택해봤다.

그런데 아뿔싸.
이런 내용의 책인줄 알았더라면 사지 않았을 거다.
한명의 엄마에게 각기 다른 성을 가진 세 아이들.
주인공 '위녕'을 통해 보여지는 엄마와 가족, 그리고 아빠네 가족의 이야기들.

부모님이 이혼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 책 무척 눈물나요. 그리고 옛날 생각에 잠을 이루지도 못할 수 있어요. 그동안 극복했다고 생각한 감정들이 사실은 극복한 것이 아니라 이불 속 켜켜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그래도 읽을래요?"
누군가 그렇게 말 해줬더라면 난 아마 읽지 않았을 거다.

난 책을 읽을때 공감가는 부분이 있으면 접거나, 플래그를 붙이거나 하여간 표시를 해둔다.
나중에 정리하고 싶어서.
근데 이 책은...
위녕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내얘기 같아서 자그마치 16개가 붙었다.
보통 1-2개 붙거나 붙지 않는 책도 수두룩 한데 말이다.
그만큼 난 속으로 울었거나 펑펑 울었다는 말도 된다.

내친김에, 16군데나 붙은 플래그. 정리해보자.
그 대신.
책의 스토리에 대한 말은 하지 않겠다.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아까우니 마저 다 먹는다'는 말이었다.(중략)
"남은 음식보다 내 위가 더 아까워"[각주:1]

"미리 걱정하면 무슨 소용 있겠어. 닥쳐서 걱정해도 늦지 않아. 곰곰 생각해보고 바꿀 수 있는 일이면 열심히 준비해야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면 얼른 단념하고 재밌게 지내는거야."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엄마라는 사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먹을걸 많이 싸와서가 아니라, 고릿한 냄새가 밴 헐렁한 잠옷을 입고 아무렇게나 내 앞에 앉아 있어서가 아니라... 뭐랄까, 격의 없는 것, 자신이 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이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 권리임을 굳게 믿는 자의 당당함 같은 것, 그러니까 한때 같은 몸이었던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끈이 팔 년의 세월? 그거 별거 아니야 하는 듯 우리를 뛰어넘고 있었다.[각주:2]

"오늘도 너의 인생이거든.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각주:3]

"힘이 들 때면 오늘만 생각해. 지금 이 순간만. ...있잖아. 그런 말 아니? 마귀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는 거?"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종족의 힘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센 종족이 얼마나 오래도록 제힘이 얼마나 센지도 모른 채로 슬펐는지.

"너무 이해하려고 하지 마. 엄마를... 쉽게 용서하려고 하지 마. 새엄마도...아빠도... 쉽데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구. 그건 미움보다 더 나빠. 진실이 스스로를 드러낼 시간을 자꾸만 뒤로 미루어서 우리에게 진정한 용서를 빼앗아갈 수 있으니까."[각주:4]

"결혼을 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가는가의 문제야. 그러니까... 결혼을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지키고 사랑하고 존중하는가의 문제라니까..."

"어떤 부모든 최선을 다해. 하지만 자식에게 상처를 줘. 그건 어쩌면 인간의 운명 같은 걸 거야. 그래서 그 많은 심리학자들이 어린시절을 연구하는 거고."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마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 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아빠한테 피해를 준다고? 내 말이? 그럼 아빠와 엄마가 멋대로 피해를 준 나는? 나는 인생 자체가 피해야."

내가 신발주머니는 놓고 오거나 성적이 떨어지기만 하면 나를 '결손가정의 문제아'로 심각하게 취급하는 선생님 때문에 일 년 동안 혼이 난 적도 있으니까. 그 선생님은 언제나, 내게서 불향의 기미만을 찾아내고 싶어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나는 힘이 든다. 생각해보시라. 준비물 하나 가져가지 않은 일로 상담실에 불려가 특별 상담을 받아야만 했던 나날을. 어른들은 아마도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은 신발주머니를 챙길 때나 교과서를 준비할 때나 부모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슬피 새기면서 사는 줄 아나 보다.[각주:5]

"너도 알지? 부모가 싸우면 이 세상천지에 믿을 인간 하나도 없는 기분이라는 걸 말이야..."[각주:6]

'세상에는 부모가 이혼해서 불행한 아이들도 많지만 부모가 이혼하지 않아서 불향한 아이들도 많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드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 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즐거운 나의 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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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엄마가 잘 하는 말. "먹은 셈 쳐" 억지로 먹고 탈나지 말고 맛있게 음식을 즐기라는 말. 난 이 말이 참 좋다. [본문으로]
  2. 한때 같은 몸이었던 사람. 엄마란 존재는 그런거다. [본문으로]
  3.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일을 위한 희생? 그런건 없는거다. [본문으로]
  4. 내가 너무 오랜시간동안 용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 마저 들고 있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단걸 깨달았다. 미워하는 상대가 누가 되던, 한껏 미워하고 그리고 용서해도 괜찮다. 그러지 않으면 그건 진심이 아닐테니까. [본문으로]
  5. 이혼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겪는 오류. 이혼을 겪으면 삶이 조금 잠시 우울하지만 일상생활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그런건 아닌데 말야. [본문으로]
  6. 그렇다 정말. 그래서 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나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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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갈매나무 2009.03.13 00:22 신고

    음..

    • BlogIcon 달님  2009.03.13 10:25 신고

      뭐냐 대체 이 한글자 짜리 댓글은. -_-
      어쩐 함축적 의미가 있는게냐?
      이게 '시'냐? ㅋㅋ

    • BlogIcon 갈매나무 2009.03.13 18:03 신고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걸 다 쓰기가 귀찮아서?ㅋ
      -_-

  2. 무이 2009.03.13 08:06 신고

    오 이책 나도 있음~ 있기만 함.

    • BlogIcon 달님  2009.03.13 10:26 신고

      재밌어 읽어봐.
      가족이 무엇인지, 가족이라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해야 하는지, 제도적으로 묶인것이 가족인지 등을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야.
      무엇보다...
      사랑하는 내 가족들을 더 사랑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ㅋ

  3. BlogIcon 갈매나무 2009.03.13 18:02 신고

    난 공지영씨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추천.. 좌절에 빠졌을 때 토닥여줍니다ㅋ

    • BlogIcon 달님  2009.03.16 13:10 신고

      그러지 않아도 그걸 읽어볼까 생각중.
      근데 공지역씨가 너무 토닥여서 두려운게 없어지면 어쩌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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