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은이 모유수유를 2014년 3월로 마감했다.

6월생이니 10개월 가량 얻어먹었다.


지안이는 이가 빨리 났을 뿐 아니라(6개월에 이미 이 네개) 뒤집기와 배밀이도 빨리 시작해서 진득하게 먹질 않고 맨날 도망가서 훨씬 더 빨리 끝냈었는데 라은이는 이도 평균속도로 나고 도망가지 않고 잘 찰싹 붙어서 먹어줘서 좀 더 얻어먹었다.

완모였더라면 돌까지 먹였겠지만 어차피 혼합수유였기에... 양도 줄었고 더이상 잘때 먹으며 잠들지 않았기에 서로 기분좋게 마감.


근데 지안이도 라은이도... 10개월 전에 뭘 모를때 중단해서 그런지 정말 젖먹는 걸 금세 잊었다.

엄마 마음 서운하게시리.

몇 달을 품에 끼고(여름엔 땀 범벅이 되어가면서도) 내몸에서 나오는 영양을 주었는데... 딱 일주일 안먹었는데 다시 물려주려하자 먹는 법을 잊고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살짝 깨물어 보더라.

(지안이는 아가 때 만지작 거리기만 함;;;)


힘들지 않게 - 울고불고 하거나 잠을 못자거나 하지 않고 - 젖을 뗀다는 것은 엄마나 아가나 좋은 일이지만 너무 이렇게 무자르듯 끝나니 섭섭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게 자식 키우는 이치겠지.

어느날 훌쩍 내 품을 떠나버리는.


여튼 나는 이제 각종 유해물질을 먹을 수 있는 몸이 되었다.

하지만 카페인은 심장 두근거리고 체력딸려서 먹을 수가 없고.

술은 2년이나 쉬어서 아마 한잔만 마셔도 기절한듯 잠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담배? ㅋㅋㅋ


슬슬 몸이나 만들어서 밤에 술마시러 나다녀야겠다.

(라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어차피 내 주량 소주2~3잔. 와인이나 사케는 좀 더 먹지만 보잘것 없는 주량임.)




11월까지 모유를 먹였으니 약 6개월간 모유수유를 했다.
애초에 마음먹었던 1년은 채우지 못했지만 장하다.

그간의 얘기를 해보자...

아가를 낳고...꼬박 이틀간 물 외에 다른 것을 먹이지 않았다.
수수팥떡아이사랑에서 교육받은대로... 태변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기 전 까지 말이다.
원래 엄마젖이 아이를 낳은지 3일째 부터 나오기 때문에 사실 그 전에 뭘 먹지 않아도 아가에겐 아무런 이상이 없는게 정상이지 않을까?
분유가 없던 시절에도 애는 컸으니까.

하여간, 젖이 빨리 돌게 하기 위해 배고파 우는 아가에게 계속 젖을 물렸다. 48시간 동안.
첫날은 보리차와 설탕물만 조금 먹고도 잘자고 잘싸던 아가...둘째날이 되자 배고파서 우는 목소리가 힘이 하나도 없다.
너무도 불쌍하게 울었다. 흑... ㅠ_ㅠ
조리원 원장님에게 모유수유의 의지를 밝히고 상의한 끝에... 아직 소변도 잘 보고 탈수 증상은 없으니 걱정하진 않아도 되지만 더 굶기다가 분유만 먹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해서 48시간을 채우고 분유를 조금 먹였다.
다행히 그 이후에 모유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가와 내가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ㅎㅎ

젖을 계속 물려야 양이 늘어난다기에 정말 계속 물렸다.
낮엔 분유도 안줬다.
(보통 초기엔 혼합수유를 한다. 양이 부족하니까.)
수유실에서 40분씩 먹이고 방에 돌아오면 10분있다 또 전화가 온다. 애기 배고프다고.
조리원 기간 내내 조리를 하는지 수유를 하는지 모르게 무리하게(지금 생각하면 미련하게) 하다가 몸살도 나고...
몸살이 나니 젖 양은 줄고...(이래서 미련하다고 하는거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쉬엄쉬엄 하며 내가 편히 쉬었어야 양이 더 빨리 늘었을 거다.

그리고 집에 와서.
집에 와서도 초반에 양이 부족했는지 아가는 자주 보챘다.
하지만 태열끼 때문에 분유를 많이 먹이고 싶지 않았다.
혹시 알레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해서...
2개월까지 밤에는 분유를 한번 줘서 푹 자게 재우고 낮엔 계속 물렸다.
그러니 얼추 양이 맞았고 백일쯤에는 아가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4개월차 영유아 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체중 60%로 태어난 아가가 10%가 되었단다.
헉.
배고픈데 참고 놀았던 우리 아가.
다시 혼합수유로...(이 때 부터는 본격적인 혼합수유)

5개월이 되고 6개월이 되자 우리 토실이는 점점 놀고 싶다.
엄마에게 매달려 긴시간 젖을 먹는게 지겹다.
먹다가도 옆에서 소리가 나면 돌아보기 바쁘고 얼른 먹고 도망가기 바쁘다.
(특히 외출해서는 절대 젖을 물지 않았다. 구경할게 많으니까 -_-)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양도 줄고...
게다가 6개월차에 이가 6개가 났다.
잇몸으로 물어도 아플만큼 힘센 아가가 이로 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웠다.

그리하여 자의반 타의반(타의...는 아가 니 맘이자나!)으로 6개월까지 먹이고 모유수유 중단.
사실 양이 턱 없이 부족하게 줄어든 것을 알고 있었으나(엄마는 안다...) 끊고 싶지 않았다.
모유수유 한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그 작은 것이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입을 오물오물, 볼을 실룩실룩하며 먹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돌이 되어도 쉽사리 젖을 끊지 못하는 엄마들도 그렇다고 한다.
물론 그 때는 애가 자꾸 찾아서 떼기 어렵기도 하지만 아이와 나와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한 구석에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모유수유를 끝내면 외출도 자유롭고(모유수유하면 애가 먹지 않으면 가슴이 불고 아프다. 시간맞춰 유축기로 짜줘야 하는데 이게 심리적 압박이 장난 아니다. 어딜 나가기만 하면 불안하다.)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그 '오물거리는 입'과 '실룩거리는 볼'을 못본다니 너무 서운했다.

젖을 끊던 마지막 주.
하루에 4번 수유하던 것을 점점 줄였다. (어짜피 밤에는 젖병으로 줬다. 잘 자라고.)
하루 2번, 1번 이렇게 차츰 줄였다.
아...마지막 날이었던가...
이틀만에 젖을 물리려 아가를 안았는데...
보통때 같으면 허겁지겁(먹여본 사람들은 이것도 무슨 표현인지 알 거다 ㅋㅋ) '헙~'하며 딱 무는데... 이 녀석 고작 24시간 안먹었다고 내 가슴을 그냥 멀뚱하게 바라보는게 아닌가!!!
아 이 배신감.
6개월간 하루 10~4번 먹었던건데 이렇게 단숨에 잊다니...
멀뚱하게 바라보던 아가는 조심스레 입으로 할짝 핥아보더니 안심이 되었는지 먹기 시작했다. -_-

그 (나에게만) 충격적인 경험을 마지막으로 토실이는 모유를 그만 먹게 됐다.
얼마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을 들이밀었더니 이녀석... 빤히 쳐다보더니 손으로 만지기만 할 뿐 입을 대진 않는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먹고 살았던 밥줄을 이미 잊은지 오래...ㅎㅎㅎ
서운하더라.

하지만 나는 이동의 자유와 먹거리 선택의 자유(각종 불량식품들을 먹을 기회)를 얻었으니...
그리고 모유를 먹이지 않아도 아가는 잔병치레 없이 잘 자라고 있으니 괜찮다. ^^

지금 생각해보면 그 6개월간 정말 몸이 힘들었다.
몸이 축난다는 표현은 이런때 쓰는거구나 싶을 정도로.
남자들과 모유수유 안해본 사람들은 정말 모를 수 밖에 없다.
뭔가 몸 깊은 곳에 누군가 빨때를 꽂아 내 진액을 쭉쭉 빨아먹는 느낌이랄까...
그 결과 살이 쭉쭉 빠진다.
사람들이 날 볼 때 마다 살빠져서 좋겠다, 아들이 효자다 뭐 이딴 얘기들을 하는데 살빠진게 전혀 기쁘지 않다.
왜냐? 정말 이건 힘들어서 빠진거니까.
주변에 모유수유맘이 있다면 몸보신이라도 시켜주길...

글을 여러날에 걸쳐 나눠 쓰다보니 정리도 안되고 핵심도 없지만.
그냥 한번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이랬었구나... 하고 볼 수 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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