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이런 곳이 생겼다기에 다녀왔다.
정말 동네주민의 자세로 내내 뒹굴거리다 밥시간에 딱 맞춰가서 먹고 바로 들어왔다. ㅋㅋ

닭 육수에 닭 차슈라니... 가기 전 곰곰 생각해봤지만 그동안 닭 베이스의 라멘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일본에 가 본 건 무려 20년 전이라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아무튼 11:45에 오픈한다고 해서 11:40에 맞춰 갔더니 12시 입장이란다. 내 앞엔 남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12시가 됐을 때엔 대기공간이 가득 찼다. 가게 안 자리는 바 형태의 테이블이고 의자는 11-15개. 11개가 기본이고 나머지는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의자다.



시그니처 메뉴인 토리소바를 먹었다. 면이 얇고 단단하게 삶아졌고, 국물은 조금 짜고, 죽순은 맛있지만 많이 짜고, 삶은 달걀은 간간하게 삶아지고 탄력도 좋았다. 차슈로 얹어진 닭고기는 수비드인 것 같았다. 아주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고 짭쪼롬하다. 곁들여 나온 반찬은 오이절임인데... (하필 나에게 오이라니...) 진짜 큰 용기를 내고 먹었더니 놀랍게도 오이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 오이인데 오이치고 오이맛이 덜 난다. 닭 육수는 정말 진했다. 찐득한 느낌의 국물이다.

솔직히 이 음식 자체로만 보면 나는 그닥 감동이 없었다. 내 기준에 간이 너무 세고 원래 얇은 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닭으로 맛을 낸 라멘을 처음 먹어봐서 비교할 대상도 없다. 다음엔 토리소바 말고 마제멘을 먹어봐야겠다.

이 가게는 나에게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는데, 가게 안에는 특유의 닭 냄새가 났다. (그래서 일단 별로...) 주방에는 남자 둘이 일하는데 앞치마를 하지 않은게 거슬렸고 계산 후 손을 안닦고 재료를 손질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오픈 준비하는 시간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발판을 손으로 탈탈 털었다. 당연히 그 옷 그대로(앞치마 없이) 요리를 했고 그걸 보며 여기서 꼭 먹어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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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7/27 KU시네마테크 (+무니)


다들 알다시피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용산참사에 대해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자세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근데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란 사실은...

내가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가 불에 타던 장면을 그리 자세히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나는 사람이 6명이 죽던 그 장면을 나도 모르게 외면했었나보다.

분명 봤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무미건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던 그 화면들니 너무 낯설었다.

아니면... 정확히는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보니 당시 사건의 아픔이 그제서야 제대로 느껴졌달까.



많은 이들이 그러했겠지만 영화상영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분명 100% 팩트인 영상을 그저 붙여 보여줄 뿐인데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영화는 시간순으로 경찰일지와 진술을 바탕으로 흘러간다.

'경찰의 시각으로 바라본 용산참사'라는 설명도 있던데 그건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고...

보다보면 경찰특공대 일반대원에게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진술서 가장 마지막 문장은 '농성자도 우리 대원들고 모두 사랑하는 국민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눈물이 툭.


사람이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다가 사람들이 죽은 사건.

평범한 우리들은 누굴 위해 일하고 살아가는지...

정신을 잘 잡고 살아야지.



-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나 역시 궁금하던건...

잠적한 크레인 기사는 어디갔을까? 그리고 남일당 건물 진입시 특공대원들이 쓰고 달려가던 합판은 대체 무슨 재질이며 어디서 준비한 걸까? 그 허접한 걸 애들 보호한답시고 준거냐? 나라에서?


- 원래 이 영화는 무니, 쎈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쎈이 보자고 해서 보게 된 것. 그러나 결국 쎈은 고속도로위에 있었고 무니랑 나랑 봤다. 역시 뭔가 허술한 김쎈.


- 아래 노래는 루시드 폴의 '평범한 사람'

앨범 나왔을때 지하철에서 노래를 듣는데 마치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 얘기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었는데... 알고보니 정말 루시드 폴이 용산참사 얘기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정말이지 사랑하오 폴님.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너무나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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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상 치르고 돌아오니 세상이 뒤집혔다.
몸의 망가진 생체리듬과 더불어 3일간 모든 사회와 두절되어 뉴스를 접하지 못했더니 마치 외계에 다녀온 것 처럼 적응이 안되더라.

3일만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용산구청 앞을 지나는데 MBC카메라가 용산구청을 찍길래 '용산구청장이 비리 저질렀겠더니'했다.
그런데 저녁에 뉴스를 보니 이건 비리따위가 아니라 사람이 죽어나간 일이더라.

그래서 하루늦은 어제... 참사 현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게됐다.
뉴스에서 본 그대로 건물은 여기저기 그날의 흔적을 갖고 있었다.
깨진 창문, 그을린 외벽.

용산주민으로 산지 2년째.
이미 개발 붐이 한창인 용산은 늘 철거민들의 투쟁이 있었다.
용산구청 앞 노숙농성은 구청에서 커다란 화단(정말 구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화단이었다)을 설치해 막아도 화분 사이사이 침낭을 깔고 자는 것으로 계속되었으며
몇 달 전 부터는 철길고가 아래 천막을 치고 신계동 철거민들의 투쟁이 시작됐다.
용산의 새로운 재개발지가 철거될 때마다 철거민들은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자극이 계속되면 무뎌져서일까?
근방에 사는 용산주민인 나는 처음에는 철거민들의 문제가 궁금하기도 하고, 해결방법이 없을까 고민도 했지만 살면 살수록 '안타깝지만 어쩌겠냐...'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참사가 더욱 안타깝고, 스스로 너무도 부끄럽다.
고가 밑 천막에서 흘러나오는 '바위처럼'을 아무생각없이 따라부르며 걸어간 내가 참 한심했다.

철거민들의 투쟁은 극단적일 수 밖에 없다.
내가 살던 집, 내가 일하던 가게가 허물어지는데 어느누가 절실하지 않으랴.
말이 좋아 재개발이지 집값 몇천만원 물어주고 5억짜리 아파트를 지어서 차액은 지불하라면 그게 무슨 주민을 위한 재개발인가!

특히나 상가 세입자를 위한 보호는 전무하다.
'권리금'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돈을 내고 장사를 시작하지만 가게주인이 바뀌어버리거나, 건물주가 바뀐다던지, 이번처럼 건물이 철거된다던지 하면 받을 수 없는 돈에 대해 정부는 나몰라라다.
권리금 1억내고 들어가 장사했는데 한푼 못받고 쫓겨나야 한다면 당연히 모든걸 걸고 싸우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그 위험한 시너를 들고 들어가 화염병을 던졌을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누가 철거민의 얘기를 들어줬을까.
이렇게 된 마당에도 왜 투쟁했는지를 알려고 하기 보다는 '폭력시위와 무력진압'과 '누가 화재의 주범이었나'를 가지고 설전하는 상황인데, 왜 싸우는지에 대해 알리기 위해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형편에 태어나 그럴듯한 전세집 하나 가진 것이 참으로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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