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뭘 경험해봐야 그것에 대한 지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은 중요하다.
특히 육아와 생활 등 아주 일상적인 것일 수록 더욱.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눈으로만 보고 '힘들겠어요'하고 말하는 것과 내가 당해보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저 꼬물거리는 생명체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일엔 부모의 무한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내가 직접 기르는 것이든 기르기 위한 돈을 버는 것이든.
그래서 난 아이를 키워보지 않고 말하는 육아, 교육정책은 믿을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이 결혼해서 서울시내에 집을 구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특히 '내집장만'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리가 없다.

그 뿐이랴.
주머니에 만원짜리 몇장 찔러넣고 장보러 가본 일이 한번도 없는 사람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도 전혀 와닿지 않는다.
빚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서민들의 부채를 해결할리도 없으며, 돈 때문에 병원에 못가본 일 없는 사람이 무상의료가 왜 중요한지 알 턱이 없다.

미혼남녀들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결혼하지 않아 평범한 가정을 꾸려본 적도 없고, 그에 따라 집에서 생기는 보이지 않는 남녀불평등이 뭔지도 모르며, 자식이 없으니 사람 만드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물론, 박근혜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늘 밤을 새도 모자라지만...
생활고가 뭔지, 살면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나.
같이 사는 남자가 어제는 갖다 버리고 싶을 만큼 얄밉다가도 오늘은 너무 예뻐죽겠는(그러다가 내일은 정말 죽이고 싶을지도 -_-) 평범한 기혼여성들의 마음을 어찌 알겠느냔 말이다.
그게 아니면 미혼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불편함이나 외로움이라도 겪어봤던가...-_-

여성대통령같은 소리 한다.
여성으로서의 억울함을 당해 볼 경험도 없었던 주제에.
(가장 쉽게 밤에 택시 타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면서!!!!!)

삶을 살아봐야 사람 구실을 한다.
사람구실도 못하는데 대통령 구실을 할리가 없잖은가.

 

근데... 생각해보니 지난 5년간 우린 안해본 것 없는 대통령 때문에 피곤했구나...

역시 사람은 적당히 해봐야 하는 것인가. -_-;;



* 2009/11/18 랜드시네마 + 인규

장동건이 나오는 장진감독의 영화 굿모닝프레지던트.
어찌 아니볼수 있으리오.

정말 이게 몇달만의 영화관 나들이던지...
결혼기념일 기념으로 영화를 보러갔다.
윤계상, 조재현이 나오는 집행자도 너무 보고 싶었지만 날이 날이니 만큼 진지한것 보다 즐거운 것을 택했다.

예전보다 장난끼는 덜하지만 여전히 장진식의 유머가 남아있던 영화.
아마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의 롤모델이 각각 김대중, 노무현, 강금실이 아닐까 추측하게 만드는 영화.

귀에 쏙 들어오는 대사들이 참 많았다.
'세금 받기 아깝지 않나?'
'지금 여긴 밤인데요'
'왜 걔들보다 우리가 몇시간 늦게 알게 되는데?'
'굴욕의 역사는 가지고있지만, 굴욕의 정치는 하지않습니다.'
'혹시나 예전에 대통령 일을 하셨던 분들 중에 저처럼 가질 수 없는 돈을 가지게 되신 분들이 계시다면 우리 사회의 좋은 일에 써보심이 어떠할지.'
'제가 무서워하는것중 딱 세가지가 있는데요.. 첫번째는 주사맞는거구요 두번째는 아들이 질문할 때 세번째는 촛불시위에요.'
'왜 세금만 올리자면 좌파정권이래!'

그리고 정당이름은 어찌나 다 웃기던지.

통일 민주당, 새한국당(이런 이름의 당에 장동건이라니!!!!), 사회진보당(촛불드는 이한위 ㅋㅋㅋ)
발랄한 코믹영화여서 그런지 정당에 대한 비판이나 조롱이 없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뭐 유쾌했다.

현실에서는 보기힘든,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
그리고 정말 '사람'다운 대통령.
그런시절 언제 오려나 잠시 꿈꿔보다가...
그냥 '이놈'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해봤다.

참, 영화에서 청와대 조리장이 그러더라.
"대통령이 불행하길 바라는 국민은 없습니다."
아...우리나라 국민들은 안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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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광장에 멋드러지게 차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보면서 그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광장을 몇일씩 차벽으로 둘러싸서 시민들의 통행조차 금지하던 87일전과...
광장을 활짝 연것 뿐만 아니라 조문을 위해 줄서는 시민들을 위해 천막과 울타리(줄서는 용)까지 제공한 지금이 너무도 달랐다.


87일전 차벽으로 촘촘이 둘러쌓여있던 서울광장.
대한문앞 분향소 조차 차벽을 쌓아 답답했음은 물론, 이 근방을 지나다니는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다.
대한문 분향소의 대기 줄은 시청역 지하로까지 이어졌으며 많은 시민들이 더위와, 정부의 홀대를 참아야 했다.

지금은 시청 건물 외벽을 이용한 성대한 분향소가 차려지고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도 제공되고 있다.
전 대통령의 죽음에 걸맞는 모습이다.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우린 이 모습이 어색할 지경이다.



기억하는가?
대한문앞 분향소는 몇번 철거당했었다.
마지막에는 결국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복구할수 없을 정도로 훼손당했고, 당시 경찰은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대한문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애를 썼다.

서울시에서 마련한 분향소.
말해 무엇하랴.
모든것이 평안하다.


왜일까?
왜 87일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는 탄압했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나섰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노환으로 명을 다한 것의 차이일까?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들도 인정할 만큼의 민주화 투사여서?
혹은 이번엔 정신차려서?
너무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까봐 겁나서?

진실은 저 너머에...
The Truth is ou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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