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지만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지 않고는 잘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바그다드 카페란 영화를 처음 본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영화는 87년에 나온 영화지만 내가 처음 본 건 중고등학교 시절 즈음으로 기억한다.

한밤중에 혼자 거실에서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주말의 명화로 보게됐다.

(주말의 명화가 아니라 명화극장이었을지도;;;)


아무튼 채널을 돌리다 발견한 장면은 야스민이 사막 한가운데 무거운 트렁크를 혼자 끌고 걸어오는 장면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더빙이었을 이 영화가 너무도 좋았던건 음악때문이다.

이상하리만큼 나른한 음악과 영화전반의 나른함이 좋았다.


올 봄, 이 영화를 처음 만난지 20년 가까이 지나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달 검색했다.

개봉일을 알기 위해.

7월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토요일 밤 11시반에 혼자 관람.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는데 왜이리 설레던지.


20년 만에 다시 만난 '바그다드 카페'는 새로웠다.

20년이란 시간에 많은 기억들이 상당수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 여자가 사막에서 만나 처음 냉랭하다가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설정 말고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 희한한 카메라 앵글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20년 전엔 그런게 눈에 들어올리 없지)

여기서 이 장면은 왜 있지? 여기서 왜 이렇게 정면을 잡았지?

내가 무슨 영화를 봤었는지 모를만큼 참 새로웠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았다.


보는 내내 마법같았던 영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마음 가득 좋았던 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디렉터스컷과 오리지널이 얼마나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좋다.

아... 좋다.

나도 야스민의 매력과 마법에 빠져든 것 처럼 참 좋다.


그리고 이건 내가 어른이 되어서인지, 마음을 읽는 연습을 한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랜다의 행동들이 왜 그러는지 보여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다.

내가 30대가 되어 만난 바그다드 카페의 그녀들은 10대에 만났던 그녀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인간미 넘치고, 사랑스럽다.

역시 인생은 30대는 되어봐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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