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가 어른이 되었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이젠 내가 산타'라는 사실이다.

이제 더이상 나를 위한 산타는 존재하지 않고, 내가 누군가의 산타가 되어줘야 하는 것.

그런데 올해는 그게 진짜 어른이라는 걸 깊게 실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둘째 녀석은 '아기'에 불과해서 '선물'이란게 뭔지도 몰라서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이었다.

그리고 첫째 녀석은 엄마의 유도심문(?)에 넘어가서 필요해서 사려고 했던 것 혹은 엄마가 평소에 사주고 싶었던 것을 선물로 받고싶어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간 우리집 첫째가 받고 싶다고 했던 수많은 선물 리스트 중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 본다.

(정말이지 한달동안 매일 다른 품목을 얘기함)

- 사람 몸에 닿기만 해도 그 사람은 아프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마법지팡이 (호그와트냐)

- 광산 (광산으로 이사를 사야하나)

- 광산에서 캔 금은보화

- 해치 뿔로 만든 요술지팡이 (호그와트 가야겠네)

- 우주로 갈 수 있는 로케트 (우리집 NASA)

- 온 세상 모든 걸 벨 수 있는 큰 칼 (무섭게 이런걸 왜)

- 뭐든지 할 수 있는 시리즈 (뭐든지 뚫는 창 등등)


뭐 이런 것들...

듣다 듣다 기가차서 "산타할아버지도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만 선물로 주실 수 있어"했더니 "산타할아버지는 이런거쯤은 다 만들어~"라며 자신있어한다.

열심히 설득해보았으나 최종 선택지는 크리스마스 전전날 정해졌는데 '광산에서 캔 다이아몬드' -_-

결혼반지에서 빼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그럴순 없었고... 아무튼 최선을 다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된 보석 모양을 사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12월 23일에 무려 반차를 내고 코엑스몰을 뒤졌다.

인테리어 소품파는 무지, 자라홈, 코즈니 등을 뒤졌지만 실패.

12월 24일 애들 낮잠시간을 이용해 혼자 아이파크몰을 갔다.

주차하는데 한시간...(우리집에서 걸어가도 20분이면 가는 곳을 이게 무슨 개삽질...)

그래도 인내를 가지고 5~6층 인테리어 관련 매장을 또 샅샅이 뒤졌다.

없다.................


결국 둘째가 (엄마의 계략에 의해) 받고 싶은 컵을 두 개 사가지고 귀가.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도, 집에 와서도 남편과 나는 머리를 싸맸다.

'산타가 내가 원하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며 실망할까봐 전전긍긍.


집에 있는 수경재배용 플라스틱 투명 돌멩이를 둘이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식물을 키우려고 고이 간직한 예쁜 유리병도 꺼냈다.

그런데 우리 지안이가 어떤 아이인가... 관찰력의 왕, 기억력의 왕.

이게 우리집 어딘가에 있었던 물건이라는 걸 눈치챌 것 같았다.

알아채면 또 이걸 어쩌나 우리부부는 다시 전전긍긍.


새벽1시 아이들의 머리맡에 놓을 선물을 준비하고 카드를 쓰면서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의 선물을 준비하며 이렇게 정성을 들여본 적이 있던가.

값비싼 것을 주기 위해 하는 노력이 아니라, 정말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는 노력.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받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준비하는 것이 이렇게 기쁜일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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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이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답니다.
이미 마련한 것들과, 마련할 것들, 혹은 토실이 엄마가 갖고 싶은 것을 정리해봤어요.
혹~시라도 선물을 하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시길 ㅋㅋ

중간중간 선물이 들어오거나...언니와 지인으로부터 들어오는 중고물품들은 그때그때 업뎃하겠어요!
뭐...또 갖고 싶은게 늘어나면 수정되겠죠 ㅋㅋ




이미 준비된 것

배냇저고리, 모자, 손싸개, 발싸개, 가제손수건
겉싸개(언니에게 받기로), 속싸개, 방수요
아기로션, 아기바쓰, 아기면봉, 손톱가위, 발진크림, 욕조(은경언니가 고래욕조 사줌!!), 핑거칫솔+구강제
기저귀커버, 기저귀밴드, 천기저귀 40장, 물티슈, 아기세탁세제
젖병, 젖꼭지, 젖병솔, 젖꼭지솔, 젖병세정제, 수유쿠션, 수유패드, 유축기, 손목보호대
아기띠(친구들 선물), 유모차(언니+오빠), 카시트(언니+오빠), 바운서(언니+오빠), 흑백모빌


있어야 되는 것

유팡 젖병소독기 연두색 (정가 15만원)
브라운 귀체온계 IRT-4520 (6만원대) : 미나가 사주기로!
유기농 좁쌀베개 (이건...가격대가 천차만별. 예쁜게 좋은거지 ㅋㅋ) : 엄마가 백화점에서 사줌. 흐흐
5~6월에 입힐 바디수트 (난 내복이 별로임...긴팔 바디수트를 안샀네;;;)
발싸개 혹은 양말 2~3개 (근데 5~6월에 발 시렵나?)
엘리펀트 이어스 스프로켓 (목보호 쿠션, 3만원대)



갖고 싶은 것

스와들디자인 스트롤러블랭킷 키위퍼프서클 (6만원대)
스와들디자인 노리개손수건 라벤더폴카도트 (2만원대)
울커버 (러비범스 크레뻬 울커버 갖고 싶으나...라놀린까지 같이 구입하면 가격 up!up!)

촉감인형 등 각종 장난감, 책 등등 (아직 신생아라 바로 필요하지도 않고... 이건 아마 백일은 지나야 쓰겠지)
디자인스킨 매트 (놀이매트인데 넘 예쁨, 20만원 ㅋㅋ)


드디어 다 완성했다.
턱받이, 모자, 손싸개, 배냇저고리, 손목딸랑이, 발싸개, 속싸개로 구성된 유기농DIY 세트.
바느질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하는 동안 여러고비도 넘겼으나(기술상의 고비라기 보다는 지난한 바느질에 질려서...-_-) 토실이에게 입힐 생각을 하며 실실 웃으며 만들기도 했다.

여튼 드디어 공개!
아~ 4월이 기다려진다 ^^







뒤늦은 여름휴가(겨울에 갔는데 -_-;;)를 괌으로 다녀왔습니다.
(휴가 후기는 곧...ㅋㅋ)

괌은 휴양과 쇼핑의 도시라더니...정말 쇼핑엔 별 생각 없었던 우리 부부도 눈이 돌아갈 정도였어요.

구입항목은 무궁무진하지만.
토실이를 위해 장만한 것들을 소개합니다.


거의 한벌에 만원~2만원하던 옷들.
젤 왼쪽 폴로베이비만 3만원 가량;;;
속싸개도 다섯개에 만원, 방수패드도 만오천원.
뭐 이런식.
여튼 토실이를 위해 예쁜 옷을 더 많이 사고 싶었지만 어떤게 필요할지 모르는 예비엄마아빠는 가장 사고 싶었던것 중 싼걸로 골라 사가지고 왔지요. ^^

아, 어서 내년 4월이 되어 토실이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참... 병원에서 우리 토실이는 아빠를 닮았다는군요;;;

작년 9월 27일에 난데 없이 잡혀간 복기오빠.
2심까지 재판이 진행됐으나 정말 아무 죄 없이 10개월 실형을 받았다.
이놈의 국가보안법...참 여럿 고생시킨다.

하여간, 곧 있으면 출소인 복기오빠에게 온 선물.
여러번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이번 편지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난 이 편지를 받고 정말 한참을 소리내어 웃었다.


우편함에서 잘 안나오던 편지.
자세히 보면 이런 광경이!


이게 보기엔 평면인데 실제 보면 입체다 ㅋㅋㅋㅋ
우표로 만든 꽃인 셈이다.
지금껏 받았던 꽃 중에 가장 감동적인 꽃이었다.
구치소 안에서는 이런 방법들이 전수된다고 한다.
너무 신기해서 내가 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다.

(우체국에서 일하면 별의별 편지들을 보겠구나 ㅋㅋ)

메마르고 힘겨운 나의 일상에 단비를 내리게 한 편지.
이제 몇일 있으면 직접 나에게 단비를 내리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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