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사이도 아니라면 아무사이도 아닌 중학교 동창.
초등학교도 같이 나오고 중학교 시절엔 잠시 같이 과외받던 친구를 2009년이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즈음 검찰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아마도 나는 마이크 선 따위를 말고 있었겠지 -_-;;) 정말 우연히 만났다.
놀랍게도 나는 '언론'노조에 있었고 그 친구는 K본부 검찰 출입기자.
전혀 다른 직업이지만 공통점이 있던 우리는 명함을 주고받았고 그 뒤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지만 전화기 주소록에 남아 카톡으로 훔쳐볼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그 친구 프로필을 보는데 블로그 주소가 남겨져 있어서 들어가봤더니 기자로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때 함께 공부했던 사이지만 집에서 애 둘과 씨름하고 있는 내 모습에...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작아지며 괴로워 하다가.
내 평생 98년 가을 몇개월을 빼고는 모든 것을 걸고 공부만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을 깨닫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비단 공부만이 아니었다.
다른 어떤 일도 정말 미친듯이 (장기간) 집중해서 해 본 일이 없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능력도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기 마련이어서 넓을 지는 몰라도 깊지가 않다.
한가지만 파 본 적이 없으니까.

난 왜 이렇게 살았지 자책도 잠시 들고, 앞으로의 인생도 그닥 다를 것 같지 않은 불안함도 스치고.

내 인생을 남과 비교하지 말자. 모든 인생은 다 가치가 있다. 특히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얼마나 의미있고 숭고한 일인가. 따위의 뻔한 말 말고.
뭐 없을까.
정말 쨍 하고 기분이 좋아질 말.
내가 나에게 떳떳할 수 있는 그런 말.

쩝... 간만에 또 자학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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