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뭘 경험해봐야 그것에 대한 지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은 중요하다.
특히 육아와 생활 등 아주 일상적인 것일 수록 더욱.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눈으로만 보고 '힘들겠어요'하고 말하는 것과 내가 당해보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저 꼬물거리는 생명체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일엔 부모의 무한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내가 직접 기르는 것이든 기르기 위한 돈을 버는 것이든.
그래서 난 아이를 키워보지 않고 말하는 육아, 교육정책은 믿을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이 결혼해서 서울시내에 집을 구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특히 '내집장만'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리가 없다.

그 뿐이랴.
주머니에 만원짜리 몇장 찔러넣고 장보러 가본 일이 한번도 없는 사람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도 전혀 와닿지 않는다.
빚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서민들의 부채를 해결할리도 없으며, 돈 때문에 병원에 못가본 일 없는 사람이 무상의료가 왜 중요한지 알 턱이 없다.

미혼남녀들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결혼하지 않아 평범한 가정을 꾸려본 적도 없고, 그에 따라 집에서 생기는 보이지 않는 남녀불평등이 뭔지도 모르며, 자식이 없으니 사람 만드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물론, 박근혜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늘 밤을 새도 모자라지만...
생활고가 뭔지, 살면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나.
같이 사는 남자가 어제는 갖다 버리고 싶을 만큼 얄밉다가도 오늘은 너무 예뻐죽겠는(그러다가 내일은 정말 죽이고 싶을지도 -_-) 평범한 기혼여성들의 마음을 어찌 알겠느냔 말이다.
그게 아니면 미혼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불편함이나 외로움이라도 겪어봤던가...-_-

여성대통령같은 소리 한다.
여성으로서의 억울함을 당해 볼 경험도 없었던 주제에.
(가장 쉽게 밤에 택시 타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면서!!!!!)

삶을 살아봐야 사람 구실을 한다.
사람구실도 못하는데 대통령 구실을 할리가 없잖은가.

 

근데... 생각해보니 지난 5년간 우린 안해본 것 없는 대통령 때문에 피곤했구나...

역시 사람은 적당히 해봐야 하는 것인가. -_-;;


어제 KBS파업 돌입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KBS와 파업이라...
이제 MBC와 파업은 왠지 어울리는데 KBS가 파업이라니 조금 생소합니다.
저도 생소한데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요?

어제 KBS에서 주요하게 들었던 구호는 "KBS를 살리겠습니다" 입니다.
MBC파업에서는 김주하 기자의 멘션이기도 했던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 였죠.
그 두개의 말의 차이가 지금 두 방송사의 차이겠죠.

지킬 것이 있었던 MBC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그래서 이제는 살려내야 하는 KBS.
MBC가 국민들 마음에 쏙 드는 보도를 하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마저 정권 홍보질을 하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러나 지금 KBS는 취재하러가서도 "KBS는 왜 왔냐"는 타박을 들어야했습니다.
공정보도를 하고 싶지만 내부 구조때문에 불가능한데...정권 비판 프로그램 만들었다고 보복성 인사에 시달리는데...취재처에가서 개 취급 당하는 기자들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그래서 KBS파업이 더 애처롭습니다.



어제 집회에 가수 이상은씨가 노래하러 왔습니다.
집회와 이상은.
촛불문화제에 어울릴 것 같은 그는 한여름 땡볕에서 노래했습니다.
"저는 투사가 아니구요..."라고 말을 시작했던 그녀.
여기저기서 "저도 아닙니다"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었죠.
참 신기하게도 이상은씨가 노래를 시작하자 무더운 여름 집회가 아니라 야외 콘서트장에 온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그의 매력 혹은 마력이었나봅니다. ^^

KBS파업 이틀째.
장마비가 시작됐네요.
시원하게 내리는 비 처럼, KBS동지들의 싸움이 시원하게 승리하길 바랍니다.

참, 왜 파업을 하냐구요?
기자들이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사가 함께 공정방송보도위원회 구성하자고 했는데 사측이 싫다고 했답니다.
공정한 보도에는 관심이 없는 방송국... 재밌죠?

아, 그리고 주말 예능 결방이 예상됩니다.
1박2일, 천하무적 야구단 등...
무한도전에 보여줬던 애정들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전우' 메인PD가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사실 그 드라마 반공드라마여서 제가 좀 싫어했는데...이제 애정어린 비판을 해보려합니다. ^^;;


덧붙임. 임종빈 기자의 파업을 적극 지지합니다! 널 이렇게 다시만나다니 무척 기쁘다 ^^

어제가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지 30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사실 30주년이라고 새삼 새로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29주년도, 30주년도 아픈 과거고 잊지 말아야 할 일임에는 다른 것이 없지요.
그래서 올해 초부터 30주년이라고 떠들썩 할때 저는 별 감흥이 없었었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분명 달랐습니다.
달랐다는 것을 당일이 지나서 깨달았습니다.

먼저, 5.18 기념식 본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민중항쟁을 기리는 노래로 백기완 선생님의 시를 노랫말로 만든 노래입니다.
그야말로 5.18을 위한 노래로 지난 30년간 불러왔던 노래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어떤 명분도 없이 공식행사에서 이 노래를 제외했습니다.

(이 노래는 트위터에서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외한 정부는 대신 '방아타령'을 골랐습니다.
방아타령은 경기민요로 흥겨운 잔치에 쓰이는 노래입니다.
남도민요도 아닌 경기민요.
슬픈 내용도 아닌 이 곡을 왜 골랐는지, 5.18이 뭔지는 아는자들인지 정말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1분 30초부터 방아타령을 들으실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바로 여당인 한나라당이었습니다.
5.18 서울기념식장에 화환을 보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30년전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스러진 넋들에게 무슨 축하를 하고 싶었을까요...
정권에 맞서 싸우면 멀쩡한 국민도 간첩으로 몰아 군대를 투입할수 있고, 총과 탱크로 진압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긴 기념을 하고 싶었을까요?

(한나라당은 왼쪽의 알록달록한 축하화환을 보냈다가 비난을 받자 오른쪽의 조화로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교체된 조화의 오른쪽 글귀를 보면 '민주항쟁'이라 되어 있습니다. 이거...웃어야 하나요?)

5.18 30주년은 이렇듯 예년의 5.18과는 달랐습니다.
30주년에 걸맞은 기념행사는 없었고, 정부와 여당의 '축하'만 난무했습니다.
천박하다는 단어로도 설명 불가능한 사건들.

많은 사람들이 5.18 정신을 계승하자고 말합니다.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어제를 지나기 전에는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말에 5.18 30주년을 맞아 광주 망월동을 찾았지만 역시 뜬구름 잡는 얘기로 다가왔을 뿐입니다.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5.18을 상식적으로 기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흰 국화와 함께.
이 쉬운 상식이 지켜지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은 곧 다가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
선거를 선거답게, 이 비상식적인 사회에서 국민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음을 잊지맙시다.
5.18을 5.18답게 기념하고 싶습니다.

줄여서 " 불법인데 합법이다"

뭐...이 비슷한 말로(지난번 트윗놀이처럼)
"대운하는 반대하나 4대강은 찬성한다." (정운찬)
이런거군요.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은 아니다.
내가 쳤지만 폭행죄는 없다.

이제 절차상의 불법은 상관없으니
대통령 선거때 옆집아저씨가 투표하러 가기 귀찮다고 하면 대신 해줍시다.
대리투표가 위법이지만 법은 유효라잖아요. 푸하하하

우리 위원장이...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반드시 이겨 있을 것" 이라고 했지요.
우리는 천천히 이기고 있는 것을뿐 지는 것은 아니라면서요.

허나 저는 식견이 짧고 무식하여...
지금의 이 작태가 어이없을 뿐입니다.
국회도, 헌법재판소도 코미디를 일삼는 나라...너무 즐거워서 배꼽이 빠질 지경입니다.






* 우리 사무실엔 이런 놀이가 유행입니다.
"이제 회의시간에 깽판치고 막 대들어, 절차는 문제있지만 결정만 나면 장땡이잖아"
"안건 통과안되면 될때까지 우겨, 일사부재의에 위배되지만 유효하잖아"
이런 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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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성금을 한푼두푼 모아 만든 소중한 광고입니다.
방송협회는 이 광고에 대해 공정성의 이유를 들어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는군요.

웃음만 납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은 여과없이 펑펑 들어대도 공정하고
국민들의 주장은 정부에 反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나봅니다.

헌재의 판결은 10월 29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헌재가 부디 현명한 판결 내리기를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 이 광고를 TV에서 볼 순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널리널리 전파해주세요.


오늘 서울광장에 멋드러지게 차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보면서 그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광장을 몇일씩 차벽으로 둘러싸서 시민들의 통행조차 금지하던 87일전과...
광장을 활짝 연것 뿐만 아니라 조문을 위해 줄서는 시민들을 위해 천막과 울타리(줄서는 용)까지 제공한 지금이 너무도 달랐다.


87일전 차벽으로 촘촘이 둘러쌓여있던 서울광장.
대한문앞 분향소 조차 차벽을 쌓아 답답했음은 물론, 이 근방을 지나다니는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다.
대한문 분향소의 대기 줄은 시청역 지하로까지 이어졌으며 많은 시민들이 더위와, 정부의 홀대를 참아야 했다.

지금은 시청 건물 외벽을 이용한 성대한 분향소가 차려지고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도 제공되고 있다.
전 대통령의 죽음에 걸맞는 모습이다.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우린 이 모습이 어색할 지경이다.



기억하는가?
대한문앞 분향소는 몇번 철거당했었다.
마지막에는 결국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복구할수 없을 정도로 훼손당했고, 당시 경찰은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대한문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애를 썼다.

서울시에서 마련한 분향소.
말해 무엇하랴.
모든것이 평안하다.


왜일까?
왜 87일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는 탄압했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나섰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노환으로 명을 다한 것의 차이일까?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들도 인정할 만큼의 민주화 투사여서?
혹은 이번엔 정신차려서?
너무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까봐 겁나서?

진실은 저 너머에...
The Truth is out there.


언론악법 원천무효 범국민 서명 및 모금 광고 동영상 (전국언론노동조합)

 

* 맞불광고 후원계좌
농협 056-01-130226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에서 국민들의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긴투쟁에 남은 조합비가 없다지요 ㅋㅋ
(이게 맞는 비유인지 원...)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작은 정성이라도 조금씩 도와주세요.
여러분의 도움이 언론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립니다. ^^

박노자씨의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너무 공감이 가서...

요즘 남북관계 관련한 뉴스를 보면 한숨밖에 안나온다.
보도를 보면 더 한숨만 나온다.
이를테면 이런식이다.

"북한, 개성공단 임금 4배 인상 요구"

아...북한은 어쩜 저렇게 파렴치하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들게 하는 헤드라인이다.
(아....파렴치한 언론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그동안 특혜를 받은건 남측이다.
택도없는 토지이용비용, 택도없는 임금을 주고 이득을 보고 있었다.
왜?
북측은 '우리민족끼리' 정신과 6.15공동선언에 입각해 개성공단을 개방했다.
중국, 러시아처럼 여러 부대비용들을 책정하지 않고 오로지 남측, 즉 대한민국에만 특혜를 줘왔다.

그러나 한미공조는 날로 두터워지고(두터워졌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이건 뭐 거의...우리가 미국이다 미국) 남북교류가 전무한 상황에서 북측이 남측만 특혜를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불만을 가져도 타당한 상황이다)
왜 북측이 남측의 자본가들을 위해, 혹은 남측 정부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나?

밑에 글은 박노자씨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다.
매우 공감!



이 번 정권의 최대 망동: 남북관계

이명박 정권의 각종 망동 중에서는 민주주의 압살이나 환경 파괴적 토건 사업도 씨알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지만 대북 정책이야말로 가장 큰 해악을 끼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남북 관계의 상태는 사실 십년 전으로 돌려져 있는 것인데, 십년 전의 상황보다 더 악화된 부분 하나 있습니다. 십년 전, 햇볕 정책의 틀이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제시됐을 때에 이북의 개방, 개혁파들은 일단 이남과의 경협 교류를 국난 타개책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기대를 걸었던 것입니다. 소련과 같은 핵심적 후견국가를 잃어 그 다음에 엄청난 재앙을 당해 빈사 경험을 나라, 결국 중국에 거의 절대적인 의존 관계를 맺게 된 나라에서 미국이든 일본이든 남한이든 외부의 후원이 아주 절실했는데 일본도 미국도 소극적 내지 적대적 자세를 취하는 상태에서는 남한에 걸게 되는 기대란 비상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외국 투자란 하도 익숙해져서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북처럼 폐쇄적 사회, 그것도 남한을 미제의 불쌍한 식민지라고 선전해온 사회로서 개성공단 설치란 말 그대로 파격 중의 파격이었습니다. 본국 주민들 앞에서 남한에 대한 열위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한 것은, 햇볕 정책에 저들이 걸었던 기대의 정도를 보여줍니다. 지금과 같은 실망을 겪은 뒤에 과연 저들이 남한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요? 이명박 다음의 정권이 북한에 제시할 당근의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일단 한 번 이 정도로 속은 뒤로는 남한을 전략적 동반자라고 믿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이번에 아주 소원해진 남북 관계는 중국에 대한 이북의 보다 강한 의존으로 이어질 것 같기도 한데, 중국 경제권의 일원으로서의 북한의 위치가 더욱더 공고화될 것입니다. 이명박이 원하는 게 이것인가요? 북한과의 관계를 소득이 없고 비용이 많이 드는 희망이 없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여 중국에 떠넘기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장기적 비전이 이 정도로 없는 것은 대체로 한국 건설 재벌의 두뇌 회전 수준 그대로입니다. 

 

이명박씨 북한관의 제일 큰 문제는, 본인이 평상 살아온 한국 사업계의 관행을 대북 관계에 그대로 적용시킨 것입니다. 이쪽 재계에서야 두 기업 사이에 매상고 차이가 한 25배 정도 나면, 즉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다루는 상황이라면 작은 놈이 큰 놈에게 끽소리 못하고 필요하면 출혈이라도 해서 일단 관계 유지를 무조건 지향하는 게 보통 일이지요. 북한의 국민총생산이 남한보다 25배 이상으로 낮고 군비마저도 훨씬 작으니 이명박씨는 자신을 재벌로 설정하고 김정일 아저씨를 유관 중소기업 사장으로 보고 한 번 말 잘 안듣는 하청업체를 혼내 버르장머리를 고치려 했던 모양입니다. 글쎄, 그게 국내 기업끼리는 통하겠지만 북한 관료 집단을 이명박씨가 몰라도 한참 몰랐습니다. 군대를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고, 군부가 실질적인 영향력이 가장 많은 집단으로 부상된 나라를 무례하게 압박해버리면 고분고분해질 리는 있나요? 반대로 군부가 개혁, 개방파들의 기를 꺾어 저들에게 익숙해진 긴장 모드로 바로 들어가지요. 긴장이 있어야 선군 정책이 합리화되니까 저들에게는 득이 많은 게임이지요. 물론 전면전까지는 갈 일은 없지만, 긴장이라는 게 수십 명의 인명이 희생될 수도 있는 또 무슨 서해 교전 수위까지 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글쎄, 안보 광풍이 부는 걸 기다리는 듯한 남한 극우주의자들이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은근히 바라는 게 아닌가요?

 
특정 당파의 정치적 이득 때문에 군대에 끌려간 남북의 죄 없는 평민들이 서로를 죽이고 죽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는 말 그대로 끝이지요. 인륜의 파괴이고 정치, 사회의 완전한 실패입니다. 십년 이전의 교전의 비극이 되풀이된다면 그 동안 우리가 배운 게 없고 성숙되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제발 인명이 상실되는 일이 없기를 하늘에 기도하지만 지금 남북한 양쪽 권력자들의 자세를 보면 예감은 좀 불길합니다. 그런데 최악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도 이미 이북에 억류된 사람도 있고 해서 이명박 정책 전환에 따르는 피해가 생긴 것입니다. 햇볕 정책이 지속됐다면 과연 북한은 현대아산 직원을 지금처럼 무조건적으로, 제대로 소재나 절차도 통보하지 않고 억류했었겠어요? 지금 억류를 당하신 분은 말하자면 대북 관계에서의 정책적 후퇴에 따르는 대가를 자신의 몸으로 지불하시는 셈이 됩니다. , 책임 없고 양식 없는 권력자들의 망동에 따르는 대가를 평민들이 왜 지불해야 하는지 궁금해지기만 하는데, 이와 같은 자들의 나를 찍으면 부자가 되겠다는 감언이설에 욕심을 내 투표를 통해 이러한 자들을 권좌에 앉힌 집단적 악업에 따른 응보입니다. 義를 보지 않고 利에 집단적으로 매혹돼버리면 결국 생명을 해치게 되는 게 이 만고의 철칙이겠지요?

어제 이마트에 갔었습니다.
집에 이런저런 필요한 물건도 있고 해서요.
신혼초엔 무조건 마트로 장보러 가곤 했는데 마트에서 파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은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거의 4인가족 기준) 둘이서 일주일에 서너번 밥해먹기에는 적절치 않은 양이더군요.
그래서 요새는 마트에 한달에 한번이하로 갑니다.

근데 오랜만에 이마트에 갔더니(남편씨랑 갈때는 주차하기 좋은 롯데마트로 갑니다) 계산원에게 의자가 지급됐더군요.


참 기뻤습니다.
물건 계산이라는게 손님입장에선 안틀리게만 잘 해주면 되지 앉아서 계산하던 서서 계산하던 별 상관없는 일인데도 회사에선 서서 일하기를 고집했었죠.
서있으면 손님을 존중하는거라고 생각했던걸까요?
오히려 서서 일하다보면 피로가 쌓여 불친절해지지 않을까요?

한참 홈에버 투쟁이 한참일때 그들의 급여와 처우에 관해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환경에 대한 것이었죠.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대형마트 계산원이 의자에 앉아 계산한다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이 힘들지 않아야 일의 능률도 오르는것이니 당연한거죠.

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게 벌써 2년전 얘긴데 이제서야 의자가 생겼다니...
이거 원... 기뻐해야하는 일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근데 이상하게도 계산원은 계속 서서 계산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전 물어봤지요.
(참고로 궁금해서 2분간 옆에 서있었습니다 ㅋㅋㅋㅋ)

"왜 의자가 있는데 서서 하세요?"
그러자 그 계산원은 "앉아서는 계산을 못해요."라며 웃으시더군요.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도 해주시고...

여기서 들었던 두가지 의문.
1. 앉아서 계산을 못한다는 것은 계산할때 앉는게 더 불편하다는 걸까요?
    아님, 사측에서 의자를 제공했으나 계산할때는 일어서라고 한 걸까요?
2. 저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신건 제가 그분을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일까요?
    아님, 습관적으로 가는 손님에게 인사하신걸까요?

두번째 질문의 경우 어느쪽이건 상관없지만
첫번째 질문의 경우 어느쪽이건 나쁩니다.
앉아서 계산하기 불편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제공했다면 그야말로 '선심성' 혜택입니다.
'나는 의자를 주었으니 나의 할일은 다했다'며 본인들의 의무를 방기하는 셈이죠.
만약 불편하다면 계산대 자체를 개조해서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계산할땐 일어서고 쉴때 앉으라고 했다면 더 나쁩니다.
마트의 특성상 손님이 끊어지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
쉴때만 앉으라는 것은 앉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유와 상황이 더 궁금했지만 뒤에 손님이 계속 있어서 그냥 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5월 1일은 119주년 세계노동절입니다.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르는 무지몽매한 짓은 대한민국 정부나 하는 짓이구요.)

그리고 5월 2일은 작년 전국을 일렁이게 했던 촛불이 시작된지 1년 되는 날입니다.
여중생, 여고생들이 시작한 그 촛불은 한달이 넘게 타올랐고 우리에게 희망과 설렘과 용기를 가져다주었지요.

다시 한번 광화문에서 만납시다.
다시 광화문을 촛불의 바다로 만들어봅시다.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활짝 웃으며 즐겁게 광화문을 뛰놀던 우리가 보고 싶습니다.



언론노조 YTN지부 노조면 지부장이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구술편지
(배경음악 : 노동가요 공식음반2 - 강철은 따로 없다 - 서기상)



정말이지...
나는 MBC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MBC조합원들. 당신들은 정말 멋져요!
(오늘 오후 밀려오는 무대설치 실무에 잠시 MBC본부를 원망했던 저를 가슴깊이 반성합니다 ㅋㅋ)

내가 꼽은 이 동영상의 압권은 최현정 아나운서의 '날치기'다 ㅋㅋ
그럼 즐감 & 배포 하시라!





* 김정근 아나운서 (오프닝)

안녕하십니까,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 본부에서 전해드리는 뉴스 속보입니다.
한나라당이 언론 악법을 통과시켜 방송을 장악하려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도 위태롭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전세계에 알리고자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 본부에서는 전 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준비했습니다.


* 최현정 아나운서 (영어)


긴급 속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겨우 1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합의 없이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것을 날치기라 부릅니다.
이 악법은 온 국민의 분노를 부르고 있고, 대한민국은 언론 자유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 방현주 아나운서 (중국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13억 중국인들이여!!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해주십시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또 한 통의 항의전화를 해주십시오.
이번에 전화 걸 사람은 김형오 국회의장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허튼 짓 하지 마라.”


* 권희진 조합원 (프랑스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사르코지와 브뤼니의 만남보다 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커플이 탄생하려고 합니다.
바로 3대 대형극우신문 조중동과 방송의 결합입니다.
이들의 만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대재앙이 될 것입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반대하고 있지만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습니다.


* 이동희 조합원 (스페인어) 


지금 대한민국에서 많은 단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상식 소통 언론자유....
세상에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시계도 거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역사가 후퇴하고 다시 독재정권이 부활했습니다.


* 하지은 조합원 (일본어) 


언론법 개정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한나라당의 말은 거짓말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정말로 거짓말입니다.
한편, 국회 문방위에서는 난데없이 일본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겐세이 놓고 끼어들이시면 계속 늦어지니까...”
우리가 한나라당에게 듣고 싶은 말은 ‘겐세이’가 아니라 ‘쓰미마센’입니다.


* 김정근 아나운서 (클로징)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저희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여러분도 동참해 주십시오.
‘언론장악 저지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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