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혼자 보내는 밤입니다.
밤이라는 시간의 매력은 마음이 촉촉해지는데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더욱 그렇네요.
아마, 혼자 보내야 한다는 이유에서겠지요.
오늘은 함께사는 사람이 집안 일로 들어오지 못해서, 혼자 집에 남아있습니다.
놀러나간 그 사람을 기다릴 때에는 그저 '기다린다'는 마음에 이렇게 허전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밤 사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마음에서 일까요?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그런 기분이네요.
그래서 더욱 '밤'이 느껴지나 봅니다.
더불어...알렉스의 목소리와 이 밤에 어울리는 노래들이 지금 이 시간을 '밤'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차분하게 나를 정리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
함께 있을때는 그리 바라던 시간이었는데 정작 예고없이 주어진 나만의 시간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참, 어리석습니다.
더 마음이 촉촉해져서 지탱하기 힘들만큼 젖어들기 전에 자러가야겠습니다.
어쩐지 오늘은 잠도 잘 오지 않을 것 같지만요.
매우 주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종종 찾아온다.
대체로 주체의 어려움과 객관적 어려움이 동시에 찾아올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마음의 상태가 끝을 모르고 내려가는 일.
대체로 이런 경우 몇일간 허덕이다가 바닥을 치고서는 다시 올라온다.
딱히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고 충분히 힘들어하고 충분히 괴로워하는 것이 끝나면.
그래, 물론 이번에도 올라가겠지.
언제 그랬냐는 듯 툭툭 털고 또 열심히 상승하는 날이 오겠지.
근데 알면서도.
그걸 잘 알면서도 역시 그 시간을 감내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몇일전 김무이와 나눈 대화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손을 뻗고, 의지하는 것이 참 낯설고 어렵다.
그건 내가 구축한 이미지이기도 하고, 밖에서 만든 나 이기도 하다.
뭐, 인생이 원래 혼자 살아가는 것이긴 하지만.
포스팅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주변과 대화가 적어진다.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이제 그만 안으로 파고들어야 할텐데.
글로만 소통하는 짓을 끝내야 할텐데.
말하지 못하는 나를 극복해야 할텐데.
냉정해지지 못하는 나를 보며...
감정의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필요하면 켰다가, 감정이 컨트롤 되지 않을때 살포시 꺼두는거다.
그러다가 생각이 더 나아가...
on/off 뿐 아니라 기능별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음향콘솔처럼 필요한 것만 컸다켰다 할 수 있으며 gain과 음의 밸런스까지 조정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콘솔.
아주 기쁜 마음을 맘껏 누리고 싶을땐 다른 감정은 꺼두고 기쁜마음의 gain을 최대치로 올리고...
평소에는 무난하게 조정해주고...
누군가에게 화를 낼땐 '인정' 채널은 좀 죽여놓고...
혹은 바쁠때 특정한 사건에 대해 꺼놓는거.
그게 생각 안나면 마음의 평정도 오고 좋을텐데...
(마음의 콘솔이 아니라 기억의 콘솔이 필요한 걸까? -_-;;)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그게 가능하다면 세상에 우울증 따위는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감정의 기복이 크고, 기분에 따라 컨디션이 너무도 달라지는 극단적인 나도 사라지겠지.
특정한 일에 신경끄는거...난 왜 그게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