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마트에 갔었습니다.
집에 이런저런 필요한 물건도 있고 해서요.
신혼초엔 무조건 마트로 장보러 가곤 했는데 마트에서 파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은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거의 4인가족 기준) 둘이서 일주일에 서너번 밥해먹기에는 적절치 않은 양이더군요.
그래서 요새는 마트에 한달에 한번이하로 갑니다.

근데 오랜만에 이마트에 갔더니(남편씨랑 갈때는 주차하기 좋은 롯데마트로 갑니다) 계산원에게 의자가 지급됐더군요.


참 기뻤습니다.
물건 계산이라는게 손님입장에선 안틀리게만 잘 해주면 되지 앉아서 계산하던 서서 계산하던 별 상관없는 일인데도 회사에선 서서 일하기를 고집했었죠.
서있으면 손님을 존중하는거라고 생각했던걸까요?
오히려 서서 일하다보면 피로가 쌓여 불친절해지지 않을까요?

한참 홈에버 투쟁이 한참일때 그들의 급여와 처우에 관해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환경에 대한 것이었죠.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대형마트 계산원이 의자에 앉아 계산한다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이 힘들지 않아야 일의 능률도 오르는것이니 당연한거죠.

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게 벌써 2년전 얘긴데 이제서야 의자가 생겼다니...
이거 원... 기뻐해야하는 일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근데 이상하게도 계산원은 계속 서서 계산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전 물어봤지요.
(참고로 궁금해서 2분간 옆에 서있었습니다 ㅋㅋㅋㅋ)

"왜 의자가 있는데 서서 하세요?"
그러자 그 계산원은 "앉아서는 계산을 못해요."라며 웃으시더군요.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도 해주시고...

여기서 들었던 두가지 의문.
1. 앉아서 계산을 못한다는 것은 계산할때 앉는게 더 불편하다는 걸까요?
    아님, 사측에서 의자를 제공했으나 계산할때는 일어서라고 한 걸까요?
2. 저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신건 제가 그분을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일까요?
    아님, 습관적으로 가는 손님에게 인사하신걸까요?

두번째 질문의 경우 어느쪽이건 상관없지만
첫번째 질문의 경우 어느쪽이건 나쁩니다.
앉아서 계산하기 불편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제공했다면 그야말로 '선심성' 혜택입니다.
'나는 의자를 주었으니 나의 할일은 다했다'며 본인들의 의무를 방기하는 셈이죠.
만약 불편하다면 계산대 자체를 개조해서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계산할땐 일어서고 쉴때 앉으라고 했다면 더 나쁩니다.
마트의 특성상 손님이 끊어지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
쉴때만 앉으라는 것은 앉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유와 상황이 더 궁금했지만 뒤에 손님이 계속 있어서 그냥 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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