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콘서트를 처음 간 건 무려 95년도 였다. 당시  M-net 건물이 지금의 학동역 근처에 있었는데 오후에 있던 콘서트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 4시에 줄을 서러 갔다.(12시간 기다렸다는 소리) 그 땐 티켓은 은행에서 샀던가, 뭐 암튼 그랬고 자리는 지정좌석이 아니고(당연하지 전국 각지 은행에서 파는 건데) 무조건 선착순이었다. 표를 샀다고 끝난게 아니라 자리를 위해 새벽에 갔어야 하는 것. 근데 우리 앞에 이미 세 팀이 있었고…;;;

아무튼 이 뮤지션은 나의 학창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었고, 20대에도 30대에도 모든 앨범을 열심히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정환과 유튜브를 한다고 해서 잠시 이별했었지만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가을 콘서트 티켓팅 성공. 윤종신 공연 안간지 오래 되었는데 소극장 콘서트라서 서둘렀다.

성공한 티케팅이었기에 자리가 좋았다. 다만… 오늘의 관객 중 가장 키도 크고 등도 넓은 것 같은 사람이 내 앞이었다는 슬픈 사실. 다행히 가수와 나는 약간 대각선이었기에 가수를 무사히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 간 공연이어서 관객들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 남자 관객 수가 절반쯤 되었던 것 같고(보통 여자가 훨씬 많아…) 더 신기한건 혼자 온 남자 관객이 많았다. (보통 혼자 온 사람은 여자가 더 많아…) 그리고 연령대도 다양해서 나를 기준으로 위아래 열살씩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한 플레이 라이브홀 의자 진짜 꼬져… 요새 대학로 소극장도 이 보다는 좋던데. 왜 그 하나로 쭉 붙어있어서 한 사람 움직이면 그 줄 사람 다 몸 흔들리는 그런 의자. 쿠션감 후지고 가로폭도 좁아서 어깨가 다 말리는 기분.

공연곡은 월간 윤종신 중심으로 짜여졌다. 젊은 윤종신의 대표 히트곡은 전혀 부르지 않았고(예를 들면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가장 옛날 노래는 annie 였는데 하… 나 이 노래 또 완전 좋아해서 내적 떼창을 했네. “야~ 이 바보야~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나이 먹는 건 이런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랑 노래를 실컷 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인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말하는 노래를 하고 있었다. 공연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이별택시’의 슬픈 가사에 ‘으아 너무 슬퍼’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눈물을 주룩 흘렸던 건 ‘기다리지 말아요’였다. 슬프단 생각을 하기도 전에 마음을 건드렸던 노래. 정작 그 노래가 발표된 시절에는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3년 사이 나도 더 어른이 된 것이겠지.

노래만 하던 가수를 지나 잘 나가던 예능인을 거쳐 다시 노래하는 사람을 돌아온 느낌. 그리고 지금의 노래는 20여년 전의 노래와는 목소리 만큼이나 많이 달라졌다. (텅빈거리에서를 생각해보라)

더이상 내가 좋아했던 과거의 윤종신은 없지만, 그런 과거를 함께 공유하며 지금의 음악을 만드는 윤종신이 있었다. 툭툭 치고 나오는 유머는 여전했고. 그는 음악을 만들며 삶을 살아가고, 나는 나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사람이 살면서 고민하고 힘든 것 결국 같은 지점인 것 같다. 그의 노래와 생각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

오늘의 뭉클함을 기억하며 나는 또 일상을 살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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