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의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한편으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만큼의 무게가 느껴지는 일이다.

예전에 블로그에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도, 며칠전에도 내가 그(녀)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참내... 내가 뭐라고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준단 말인가.

(요새 자존감 떨어짐)

 

내 비록 요즘은 육아일기가 쓰는 글의 전부이고 머리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쉽게 애를 재울까, 어떻게 애를 배불리 먹일까, 저녁엔 뭐 해먹을까 따위로 가득차있지만.

10여년 전의 나는 넘치는 에너지로 떠들고 다녔었나보다.

 

여튼...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아, 잘 살아야지.'

아주 대단하게 살진 못해도(대단하다는 것의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찌질하게 혹은 그럭저럭 어쩔수 없이 삶을 살고 있진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영향을 받은 것 처럼 당연히 나 역시 영향을 받았다.

또한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선배들이 요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면서 끊임없이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왜 선배들은 졸업 후 가는 길이 딱 두가지인가'라며 불만을 가졌었다.

당시에는 학생운동 조직에 남거나 그냥 취직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나중에 노동쪽으로 가고 보니 사회에 나와서 할 일이 얼마나 많고, 운동하고자 마음먹으면 갈 단체가 얼마나 다양하던지.

내가 졸업할 땐 그걸 보여준 선배가 없었다.

(내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고)

 

요즘은 선배들이 어찌다 다양하게 살고 있는지 페이스북을 통해 보고 있는데 참으로 다양해서 '이렇게 살아야지' 싶기도 하고 '이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모두들 소시민으로 사는 듯 하지만 마음속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 와중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 이런저런 고민도 들고.

 

하여간 지금 생각해보면...

2001년에 애문연 생활을 시작하면서 형남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언니가 엄청나게 달변가이거나 마성의 매력을 갖고 있다거나 천재이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ㅋㅋㅋ) 충분히 사람을 변화시켰고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어린 직선 후배가 길을 잃지 않고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니깐.

그리고 언니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어서 나를 끊임없이 정신줄 놓지 않게 하고 있다.

(아마도 언니 바빠서 이 글 까지 읽진 않을듯. ㅋㅋㅋ)

 

잘 살아야지.

운동에 투신하거나 조직에 몸담아야만 잘 사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스스로 내 삶 자체가 당당하고 의미있다면 잘 사는 것이겠지.

지금 당장은 2달 된 아가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내 삶을 잘 사는 것이고, 28개월 된 지안이를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겠지.

(요즘 박지안을 보듬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_-)

 

그래서 나는 오늘도...

2013년, 2014년까지 생명체 하나를 비교적 온전한 사람꼴로 만들어 놓고 2015년에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그나저나...

이 별거 아닌 글 하나 쓰는데 왜 이렇게 중구난방이며, 왜이리 비문 투성이냐...

일부러 정기적으로 글을 써줘야 하나... -_-;;

뭔가 딱 떨어지는 글이 아니라 쓰고 나서도 꺼림직한 글일세.

출산 후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탓이라고 치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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