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밤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
내가 실려가보기도, 다른 이를 데려가기도 했었지만 오늘처럼 생생하게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곳'이란 너무 뻔한 말이, 왜 그런 뻔한 말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지 알게 됐달까.
분명 우리가 응급실을 갔을때 의식이 있던 그 아저씨.
심지어 가족들과 대화도 하고 엑스레이도 찍고 오셨던 그 아저씨는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섞여 나오더니 급기야 핏물로 그르륵 소리를 내며 "아빠 왜그래"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었다.
별별 약물이 다 투여되다가 의료진들 사이에 석션, 삽관 등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단어들이 난무하더니 응급실하면 딱 떠오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심장마사지를 하며 땀을 흘리는 의사.
그리고 뉴하트에 나왔던가...김민정이 서울에서 목포까지 손으로 호흡기를 눌러주며 호흡시키던 장면.
그런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아저씨의 부인은 오늘따라 처량해 보이던 루이비통 가방을 내팽개친채... 꽤나 놀아서 부모 속 좀 썩였을 것 같은 아들의 품에 안겨 울음을 토했다.
눈시울이 붉어진채 엄마를 안아주던 아들은 아마 철들고 난생 처음으로 엄마를 안아봤으리라.
그때까지 환자의 아픔을 호소해도 시큰둥하며 반응조차 없던 의사들 사이에 무표정함 너머로 긴장감이 비쳤다.
그래, 그들이라고 감정이 없을수 있으랴.
환자의 목숨이 손끝에 걸린 심장마사지를 하던 의사의 표정.
사람이 이렇게 단시간에 집중하는 표정을 지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간호사들의 표정과 손놀림.
문득 하루전날 밤 "이제 싸우는 일은 그만하고 싶어.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거든..."이라 말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삶과 죽음을 수없이 체험하는 그들은 얼만큼의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갈까.
그 무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옆침대 아저씨의 어린 딸은 이미 의식이 없는 아빠에게 자기가 보이냐고 물으며 울음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고, 그의 친지들은 한달음에 검은옷을 입고 달려왔다.
내과전문의 허준 선생은 그의 가족들에게 혈액내 염도가 너무 높아 이미 위험하고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며 돌아가실 것 같다는 얘기를 조심스레 건넸다.
결국 그 아저씨는 중환자실로 옮겼고 응급실에는 긴박함 대신 왠지 모를 허탈함이 감돌았다.
3월 30일 새벽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
나는 그곳에 남편과 시아버지를 두고 시어머니와 함께 용산을 거쳐 공덕동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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