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개봉 일주일 전, 이 영화 시나리오 쓴 사람이 나의 지인이라는 것을… 그녀의 전화를 받고 알게됐다.
알고보니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전화해서 질문했던 것들… 문자 보내서 물어본 것들… 이 이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떠오른 기억들.
신문사 윤전기에 대해, 언론사 사무실 담배에 대해, 프레스센터에 대해, 기자 대화에 대해… (아는거 1도 없는 나에게 ㅋㅋㅋ)
그러고 보니 심지어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에게 7~80년대 기타반주로 화려하게(?) 시작하는 노래 추천도 받았다.

아무튼.
봤다.


80년 5월의 광주를 모르지 않지만, 영화가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지 큰 방향은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운동권 언저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떠올렸을 질문. 
'내가 광주에 살았더라면 나는 그들처럼 싸울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과 마주치자, 2006년 5월 평택 대추리의 어느 날이 기억났다.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어 대추분교가 무너지고 연행자가 발생했다.
항의하기 위해 대추리로 가는 길 자체가 험난했다.
평택역에 내려 버스를 탔지만 버스는 중간까지 밖에 가지 않았고 나와 일행은 택시를 탔다.
대추리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혀있었다.
집입 할 수 있는 통로가 수시로 변경됐고, 그 때마다 문자메세지가 전달됐다.
몇 번이나 택시의 진행방향을 틀고서야 대추리 먼 발치에 도착했고 골목과 논두렁을 굽이굽이 걷고 또 걸어서(혹은 뛰어서) 마을에 도착할 수있었다.

해질무렵에야 마을에 들어섰는데 짧막한 집회가 끝나자 해가 지기 시작했고, 병력은 기다렸다는 듯 마을 골목으로 진입했다.
우리는 삼삼오오 민가로 숨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느 집 담벼락에 십여명의 사람들과 숨었다.
깜깜한 밤 저벅저벅 전경들의 군화발 소리는 소름끼쳤고 담벼락 너머로 줄지어 지나가던 둥글고 반짝거리는 헬멧은 정말 무서웠다.
나는 그 날 절대 잡히면 안되는 신분의 당시 남자친구를 내보내기 위해 잡히면 안되는 무리들(공무원, 군 복무 중인 사람들)과 함께 기자들에 묻어서 빠져 나왔다. 
(현재 남편을 비롯해 함께 그곳에 갇혔던 사람들은 새벽무렵까지 숨어있다가 택시를 타고 나왔다고한다.)
그 때의 마음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 무서운 상황에서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지금 동지들을 두고 비겁하게 도망가고 있다…'

최루탄과 화염병 세대가 아니었던 나에게 집회는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도심집회는 늘 열린 공간에서 이뤄졌고 때때로 경찰들과의 충돌이 있었지만 몸으로 미는 몸싸움이고 방패로 찍는 놈들이 있었지만 거긴 서울 한복판이고 기자들이 있었다.
(물론 내가 제일 앞줄이 아니어서 무섭지 않았기도 했겠지)
그런데 대추리에서의 그 기억은 잘 잊혀지지가 않는다.
무서웠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미 투쟁하는 삶을 접은 지금 나에게 앞선 저 질문은 전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며 그 질문은 다시 한번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여전히 용기가 없다.
그래서 80년 광주를 보며 내내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그리고… 당시 계엄군으로 복무했던 이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사람을 미친듯이 때리고 총을 쏘던 그들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지가 궁금하다.

이런 저런 마음과 생각이 뒤섞여 떠오르면서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영화 본 뒤 하려고 했던 것들은 하지 못했고 그 마음을 털기 위해 좀 걸었다.
그런데 마음이 아직 안털렸나보다.
역시 정돈되지 않는 영화 후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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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지만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지 않고는 잘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바그다드 카페란 영화를 처음 본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영화는 87년에 나온 영화지만 내가 처음 본 건 중고등학교 시절 즈음으로 기억한다.

한밤중에 혼자 거실에서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주말의 명화로 보게됐다.

(주말의 명화가 아니라 명화극장이었을지도;;;)


아무튼 채널을 돌리다 발견한 장면은 야스민이 사막 한가운데 무거운 트렁크를 혼자 끌고 걸어오는 장면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더빙이었을 이 영화가 너무도 좋았던건 음악때문이다.

이상하리만큼 나른한 음악과 영화전반의 나른함이 좋았다.


올 봄, 이 영화를 처음 만난지 20년 가까이 지나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달 검색했다.

개봉일을 알기 위해.

7월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토요일 밤 11시반에 혼자 관람.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는데 왜이리 설레던지.


20년 만에 다시 만난 '바그다드 카페'는 새로웠다.

20년이란 시간에 많은 기억들이 상당수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 여자가 사막에서 만나 처음 냉랭하다가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설정 말고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 희한한 카메라 앵글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20년 전엔 그런게 눈에 들어올리 없지)

여기서 이 장면은 왜 있지? 여기서 왜 이렇게 정면을 잡았지?

내가 무슨 영화를 봤었는지 모를만큼 참 새로웠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았다.


보는 내내 마법같았던 영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마음 가득 좋았던 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디렉터스컷과 오리지널이 얼마나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좋다.

아... 좋다.

나도 야스민의 매력과 마법에 빠져든 것 처럼 참 좋다.


그리고 이건 내가 어른이 되어서인지, 마음을 읽는 연습을 한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랜다의 행동들이 왜 그러는지 보여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다.

내가 30대가 되어 만난 바그다드 카페의 그녀들은 10대에 만났던 그녀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인간미 넘치고, 사랑스럽다.

역시 인생은 30대는 되어봐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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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7/27 KU시네마테크 (+무니)


다들 알다시피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용산참사에 대해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자세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근데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란 사실은...

내가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가 불에 타던 장면을 그리 자세히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나는 사람이 6명이 죽던 그 장면을 나도 모르게 외면했었나보다.

분명 봤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무미건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던 그 화면들니 너무 낯설었다.

아니면... 정확히는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보니 당시 사건의 아픔이 그제서야 제대로 느껴졌달까.



많은 이들이 그러했겠지만 영화상영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분명 100% 팩트인 영상을 그저 붙여 보여줄 뿐인데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영화는 시간순으로 경찰일지와 진술을 바탕으로 흘러간다.

'경찰의 시각으로 바라본 용산참사'라는 설명도 있던데 그건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고...

보다보면 경찰특공대 일반대원에게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진술서 가장 마지막 문장은 '농성자도 우리 대원들고 모두 사랑하는 국민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눈물이 툭.


사람이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다가 사람들이 죽은 사건.

평범한 우리들은 누굴 위해 일하고 살아가는지...

정신을 잘 잡고 살아야지.



-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나 역시 궁금하던건...

잠적한 크레인 기사는 어디갔을까? 그리고 남일당 건물 진입시 특공대원들이 쓰고 달려가던 합판은 대체 무슨 재질이며 어디서 준비한 걸까? 그 허접한 걸 애들 보호한답시고 준거냐? 나라에서?


- 원래 이 영화는 무니, 쎈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쎈이 보자고 해서 보게 된 것. 그러나 결국 쎈은 고속도로위에 있었고 무니랑 나랑 봤다. 역시 뭔가 허술한 김쎈.


- 아래 노래는 루시드 폴의 '평범한 사람'

앨범 나왔을때 지하철에서 노래를 듣는데 마치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 얘기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었는데... 알고보니 정말 루시드 폴이 용산참사 얘기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정말이지 사랑하오 폴님.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너무나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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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랜드시네마 + 인규)

봉준호 감독의 새작품.
예고편에서 김혜자의 초점없는....넋이 나가다 못해 광기어린 눈빛을 보고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그리고 봤다.

근데 그날 컨디션이 안좋아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김혜자의 연기도, 원빈의 연기도 참 소름끼치는 연기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게 했던 원인은 뭘까?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넌 엄마도 없니?"였다.
엄마란 존재.
특히 한국에서 엄마란 존재는 저런 것일까?
자식의 잘잘못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식을 보호하고픈 마음?
(자식을 낳아봐야 알겠다...)
그리고 자식과 엄마의 커넥션...
가족이란 이런걸까?

아...모르겠다.
확실한건 이 영화를 보는내내, 그리고 보고나서도 마음이 불편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모르겠다는 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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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누구누구 언니처럼 영화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루에 한편씩 영화를 보는 영화광도 아닙니다.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지요.

깊이 있는 영화를 특별히 골라보는 것도 아니지만
추석 때 티비에서나 볼 법한 코믹시리즈를 볼 만큼 가벼운 영화를 보지도 않습니다.
(코미디영화를 비하하는건 아닙니다만 몇몇 코미디영화들은 정말 보고만 있어도 손발이 오그라들게 해서요.)

워낭소리(너무 유명해졌지만)나 송환 같은 다큐영화도 좋아하지만, '~맨' 시리즈라던지, 해리포터 같은걸 챙겨보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지요. ㅋㅋ

여튼.
전 지금 전주국제영화제에 가고 싶습니다.
올해로 10회째라네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잘 아냐구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단지 씨네21을 정기구독하던 시절(2-3년 했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보는 것이 꿈이었죠.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도 가보고 싶긴 합니다.)

사무실에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포스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 자리 뒤 벽에 붙였습니다.
제 자리 뒤 벽은 저의 희망공간이지요.


저의 희망공간을 보겠습니다.

오른쪽 촛불소녀가 있는 포스터는 작년에 언론노조에서 만들었던 포스터입니다.
"검역주권! 언론자유! 우리가 지킵시다!"라고 써있죠.

그리고 그 밑에 YTN관련 미니현수막은 '투쟁 100일 맞이 촛불문화제'와 '후원의 밤'때 제가 만든 현수막입니다.
(노란들판에 현수막을 주문하면 저렇게 미니사이즈를 동봉해줍니다.)
이제...YTN투쟁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YTN때문에 미친듯이 바빴던, 하루에도 선전물을 몇개씩 만들어야 했던 날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촛불옆 파란하늘이 있는 포스터는 터울림 2008 가을굿 포스터입니다.
무척 가고 싶었는데...
'안친한 친구' 김소현의 결혼식이었습니다.
터울림 가을굿을 본게 언젠지...
가고 싶은 마음에 붙여만 놓고 가끔 넋을 잃고 바라봤던 포스터입니다.

그리고 왼쪽 두개가 바로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입니다.
아마도 터울림 가을굿처럼 가고픈 마음에 넋놓고 바라보기만 하겠지요.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라고 합니다.
그 기간에 전주국제영화제는 커녕 영화관에서 영화나 한편 볼 수 있으면 다행이겠단 생각이 드네요.
남들은 '근로자의 날'이라며(게다가 연휴!) 룰루랄라 놀러가고 있을지도 모를 5월 1일에, 저는 '노동절'을 기념하기 위해 하루종일 서울 시내 길바닥을 전전하다가 (연휴인 바람에)밤까지 문화제를 사수해야하겠지요.
그래서 영화제에 가고픈 저의 '마음'만 벽에 붙였습니다.

아아...언젠가는 저 희망공간이 '희망'이 아니라 '현실'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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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재석오빠 결혼식 끝나고)
광화문 씨네큐브.
+ 인규, 규성, 은경, 상오, 정은, 박군


유명해지기 전 부터 보고 싶었는데...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입소문 다 나고 관객수 50만을 돌파하고서야 보게됐다.
(원래 사람들 흐름에 맞춰 영화보는거 싫어라해서 되도록 개봉 첫주에 보는 나로서는 영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의 인기를 내 눈으로 실감하게 된 것은 영화관에서였다.
늘 한산하고 언제가도 자리가 널널하던 씨네큐브에...
사람이 그득했다.
2시간 전에 표를 사는데 앞에서 3번째줄 사이드 밖에 없단다. 헉 ;;;;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멀티플렉스(CGV나 씨너스 따위)에서 잘나가는 것도 왠지 기분이 좋았지만 씨네큐브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기분이 좋았다.
(누구누구언니처럼 영화인도 아닌데 난 왜그럴까? ㅋ)

다큐멘터리가 그러하듯 일상을 쭉 잡고, 찍는 사람의 말(나레이션)이나 시선도 들어가고 때로는 감독도 등장하고(송환이나 마이클 무어의 영화처럼)하는데 워낭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짜여진 영화처럼 만들어졌다.
기획하고 찍었던, 찍은 뒤 편집을 마술처럼 잘했던 나에겐 참 새로운 경험이었다.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소가 대본에 맞춰 연기하는 기분이랄까.

소는 잡아먹거나 일 시키려고 키우는 동물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40년이란 세월을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려줬달까...
가족처럼 살고 있는 개 보다도 더 애틋할 수 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소.
9남매를 뒷바라지하고,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의 인공지능(우공지능?) 자가용 역할도 하고, 밭을 갈때면 트랙터가 되어주던 늙은 소.
할아버지의 모든 일상은 소로 시작되어 소로 마무리됐다.

사실 '정말 좋았어'말고 이 영화를 설명할 길이 없다.
중간중간 터지는 웃음의 타이밍을 어찌 말로 설명하랴.
할머니의 그 귀여움이라니 ㅋㅋ
(개인적으로 사진관에서 '웃어!'라고 소리지르던 할머니의 카리스마가 젤로 맘에든다.)

80년을 살아온 두 노인.
투닥투닥 싸우지만 깊은 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노부부와 늙은 소의 사는 얘기는 나 같은 도시아이에겐 다른 세상이었다.
시골 출신에... 농사짓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모두 부모님 생각에 펑펑 운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들 부모님 세대일게다.

하지만 뼛속까지 서울사람인 나도 눈물을 주루룩 흘릴 수 밖에 없었던 건.
할아버지, 할머니, 소의 마음이 느껴져서일거다.

여튼.
참 좋은 영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먹먹해지는 그런 영화.

워낭소리
감독 이충렬 (2008 / 한국)
출연 최원균, 이삼순
상세보기


* 포스터 이야기.
첫번째는 공식 메인포스터
두번째는 내가 맘에 드는 포스터. 영화를 보고 났더니 저 포스터가 더 어울리겠단 생각.
세번째는 김재욱의 매력에 보내는 나의 마음. 근데 이 사진에는 그의 매력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만화가 원작이다.

그리고 동성애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대개 '내가 보고픈 영화'가 그러하듯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우연히'보고 '보고싶다'고 꽂혔을 뿐.

이 영화에 대한 관심 중 가장 싫었던 관심은 "동성애 영화야?"라는 질문이었다.
동성애에 대해 무척 선입견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동성애 영화'라는 말 하나로 영화를 일축한다면 그건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
(운동권에도 호모포비아 엄청 많다... 난 좋진 않지만 싫지도 않다. 누구든 자유롭게 사랑할 권리가 있잖아.)

근데 영화를 보니 이건 동성애 영화가 아니라 누구든 가지고 있을 내면의 상처에 관한 얘기였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상처의 깊은 정도, 종류, 시기는 각각 다르겠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 하나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앤티크라는 케이크 가게에 살고 있는...아픔을 가지고 있는 네 남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픔들을 털어내며, 극복하며...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

영화의 엔딩을 보면서 하마터면 울뻔 했던 것은...
'나는 왜 잊고 싶은 일들을 잊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진혁은 어릴적 유괴되었던 경험을, 선우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뒈져버려'라는 말을 들은 경험을 기점으로 그 전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속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일들을 왜 나는 잊지 않고 그 상황을 통째로 암기해서 끊임없이 반복재생하는 것일까.



참.
주지훈의 재발견과 김재욱의 매력.
주지훈을 처음 본건 드라마 '궁'에서다.
물론 '궁'은 원작 만화를 먼저 봐서 실망에 대실망을 하느라 제대로 보진 못했겠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은근히 멋지구나. 라는걸 느꼈다.
그리고 정일우랑 닮았더라...
김재욱은...'커피스린스 1호점'에서도 상당히 매력있다고 느꼈는데 역시...
앤티크에서 '마성의 게이'라고 할만큼 게이나 노멀이나 반할만한 매력이랄까?
(게이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ㅋㅋ)

케이크.
행복한 순간에는 케이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왠지 난 슬프더라.


(난 뮤지컬도 봤으므로...특별히 제목에 영화라고 기록한다.)

영화를 봤다.
그리스 어느 섬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기에, 영화에는 해변도 나오고 예쁘다는 말에 혹해서 ㅋㅋ

영화는 뮤지컬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조연배우들의 연기나 카메라 찍는 방향 같은 것에서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 '댄싱퀸'을 앵콜로 하는 장면까지도.

하지만 역시 뮤지컬의 생동감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
난 반짝 거리는 바다배경 보다는 생생한 배우들의 노래를 택하겠다.

역시 뮤지컬은 뮤지컬인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난 나의 영화평은 "아, 맘마미아 오리지날팀 공연 보고 싶다~"
ㅋㅋㅋ

근데 이 아가씨는 참 매력적이다.


맘마미아!
감독 필리다 로이드 (2008 / 독일, 영국, 미국)
출연 메릴 스트립, 아만다 세이프라이드,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상세보기


원래 명절에 TV를 잘 보지 않는다.
왜냐.
결혼하기 전에는 연휴에 집안일을 돕거나, 자거나, 나가 놀기 바빴기 때문에.
혹 집에 있더라도 거의 컴퓨터를 하며 살아서.

결혼하고 나니 딱히 뭐 할일도 없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게 됐다.
즐거운인생은 일부러 챙겨 봤고(보고 싶었는데 작년에 결혼준비로 바빠서 못봄)
상사부일체, 이장과군수는 다른 식구들이 보고 있어서 얼떨결에 보게 됐다.

그리하여...
원래 TV로 본 영화는 영화에 관한 글을 쓰지 않지만 이번엔 특별히 번외로 세개를 모아서 글을 남겨 본다.
이 연관성 없는 영화 세개의 조합이라니...ㅋㅋ


아, 역시.
내가 보고 싶던 영화는 늘 베스트 초이스. ㅋㅋ
(뭐냐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출연한 배우 중 세명이 내가 좋아하는 배우고(드럼치는 아저씨는 싫진 않지만 좋지도 않아...ㅋㅋ)
그 중 귀연 마스크의 장근석이라니 ㅋ

생활고에 찌들린 40대 아저씨들의 얘기를 참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생활고에 찌들린 그들의 아내들도.
(물론 너무 무책임하게만 나왔지만)

김윤석의 대사 중 "당신도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라는 말이 왜 그리 와닿던지.
하고 싶은걸 하며 사는 사람은 뭘 해도 행복한거다.
비록 부인이 딴놈이랑 눈이 맞아 바람났어도, 그래도 나에겐 음악이 있으니.
뭐 그런거지...


 

 

자.
얘기하고 싶은 이 두개의 영화.

상사부일체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얘기를 믹스해 놓았고
이장과 군수는 부안 핵폐기물 매립장 건설에 관한 얘기를 끼워넣었다.

아, 이 심란함이라니.
일단 조폭에다 '착한 조폭'이라는 설정을 하는 것도 영 껄끄러운데 어줍짢게 노조 얘기를 붙이다니.
물론 잘 만들면 일반인(?)들에게 왜 파업을 해야하는지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건 뭐 영화의 퀄리티 자체가 떨어지는데 그게 될리 만무하다.
그나마 좀 희망적인 것은 여주인공이 착하고 능력있는데 정리해고 당해서 열혈 조합원이 된다는 것?
하지만 자본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하고 마치 소장이 원래 '인간성이 더러운 쓰레기 같은 놈'이어서 성희롱에 비리에 부당해고를 일삼는 것처럼 나오는 건 좀 너무 하지 않나?
개개인의 성격과 무관하게 자본의 본성 아닌가.
사람을 쪽쪽 뽑아 최대이윤을 내려는 것.
왜 그 얘기는 쏙 빼고 자기한몸 이익을 위해 온갖 나쁜짓을 하는 '개인'만 보여주나.
그래도 중간에 미국놈들이 나쁜놈들이란 류의 대사는 있더라. -_-

부안 핵폐기물 반대하던 주민들.
그들의 순수성이나 환경에 대한 얘기는 아예 없고.
정치권의 농간에 놀아나는 멍청한 이장에다가, 그 결정적 계기가 친구에 대한 열등감이다.
게다가 단식 중 몰래 김밥을 먹고, 분신한다고 몸에 신나를 끼얹었는데 알고 보니 물이었다는 설정은 이건 정말 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단식 해 봤나? 혹은 단식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본 적이 있나?
그런 경험이 없으면 말을 하지마라.
(물론 영화 만든 인간들 중 한명쯤은 경험이 있겠지. 근데 그따위로 하냐?)

운동권이 만들었든, 운동권 근처에 있던 놈이 만들었든 이건 아니라고 본다.
대학시절 이호진과 한효우와 안태은과 늘 하던 얘기.
누구누구를 캐스팅해서 광주 얘기를 만들어야 된다, 한총련 얘기를 만들어야 된다 했던 것들...
어느새 너무 쉽게 희화화 되어 우리 곁에서 얘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영상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파급력은 참 크다.
그것도 상업영화가 가지는 파급력은 더 클것이다.
영화관에서, 비디오나 DVD로, 혹은 불법복제파일로, 명절때 TV로 수도 없이 보게 될 상업영화들.
좀.
좀 잘 만들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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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만든 영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얘기가 나오는 이 영화는 울산이라는 사회적,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충분히 생길수 있는 일을 소재로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서 지원한 영화라서 공장안의 풍경(?)도 속속들이 나오고, 평소 대공장을 가볼 일이 없는 나에게는 신기하기 그지없는 장면들이 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를 잘 나타내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노조에서 지원받은 영화이다보니 다소 계몽적이다.
문예판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옛날에는 열정적이었으나 현재는 현실과 타협한 노조간부 허대수.
젊고 패기 넘치는 정의로운 비정규직 박세희.
이 두 인물이 주축을 이루고 이들은 갈등을 일으키다가 전환전 국면을 맞아 허대수가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아간다는 내용.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교과서적인 스토리라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에는 어렵지 싶다.
하지만 노동운동이 활발하던 초반에 노조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처음의 마음'을 곱씹으며 연대투쟁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상업영화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도 어색하고 아쉬운 점들이 많지만,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독립영화가 극장에서(인디스페이스이지만...) 상영된다는 것 만으로도 참 기쁜일이다.
앞으로 이런 영화가 더 널리널리 만들어지고 보여져야 할텐데...
유나언니, 인재오빠...기대해봅니다 ㅋㅋ


덧붙임.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근무하시는 성희언니의 남자친구분이 함께 하셨다.
현장 노동자와 이런 영화를 보다니 영광이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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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가 참 예쁜 영화 님은 먼곳에.
(근데 맞춤법상 '님은 먼 곳에'가 띄어쓰기 맞는거 아냐? -_-;)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영화 보는 내내 "그래서 쟤는 남편찾으러 왜 가는 건데?"라는 의문이 따라다니는 영화.
수애가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가서 벌어지는 일들인데 그 궁극적 전제인 <수애가 대체 왜 남편을 찾아 베트남까지 가야 하는가>에 대한 동의가 되지 않으니 영화에 집중이 될리가 있나...
수애가 남편과 사이가 좋아,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였더라면 차라리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준익 감독은 여성의 시선으로 전쟁을 그리고 싶었다는데 대체 어디에 여성의 시선이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딱히 한국군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내용도 없고...
(베트남전 참전은 우리가 이용당한 것 아닌가. 한미공조라는 미명아래 박정희 정권 배불리려고...)

멀쩡한 시골처녀가 갑자기 위문공연단까지 하면서 베트남에 가게된다는 설정도 웃기고.
군대에서 떼쓴다고 다 찾아주고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한두개가 아니다 억지스런 설정이)

여튼 수애가 예쁜거 말고는 전부 실망스런 영화였다.
이준익 감독님.
왕의 남자는 뽀록이었단 말입니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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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영화.
개인적으로 장화,홍련은 참 좋았고
달콤한 인생은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그래도 덜 멋부린 영화다.
그나마 담백하게 찍었달까.

반지의 제왕 이후 여기저기 레골라스 아류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적벽대전에서는 장학우, 금성무가 그러더니 여기선 정우성이 ㅋ

이병헌이 자기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좀 어색하고 튀어서 거슬리긴 했지만
정우성은 역시 자신의 멋진 모습을 뽐내주었고(그 씻지도 못하고 먼지 많은 사막에서 그는 늘 말끔한 피부를 유지하고 심지어 코트도 늘 깨끗하다)
송강호는 넘버3에서 보여줬던 주절주절 대사처럼 또 쏟아내 주었다.

재미없단 사람도 많은 영화였는데...
난 보는 내내 재밌었다고 하면 난 이상한놈일까? ㅋ

하긴. 난 왠만한 쓰레기 영화 말고는 영화보고 별로란 말 잘 안하지 ㅋ

덧붙임.
정우성 단독샷 포스터는 내가 맘에 들어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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