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개봉 일주일 전, 이 영화 시나리오 쓴 사람이 나의 지인이라는 것을… 그녀의 전화를 받고 알게됐다.
알고보니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전화해서 질문했던 것들… 문자 보내서 물어본 것들… 이 이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떠오른 기억들.
신문사 윤전기에 대해, 언론사 사무실 담배에 대해, 프레스센터에 대해, 기자 대화에 대해… (아는거 1도 없는 나에게 ㅋㅋㅋ)
그러고 보니 심지어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에게 7~80년대 기타반주로 화려하게(?) 시작하는 노래 추천도 받았다.

아무튼.
봤다.


80년 5월의 광주를 모르지 않지만, 영화가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지 큰 방향은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운동권 언저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떠올렸을 질문. 
'내가 광주에 살았더라면 나는 그들처럼 싸울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과 마주치자, 2006년 5월 평택 대추리의 어느 날이 기억났다.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어 대추분교가 무너지고 연행자가 발생했다.
항의하기 위해 대추리로 가는 길 자체가 험난했다.
평택역에 내려 버스를 탔지만 버스는 중간까지 밖에 가지 않았고 나와 일행은 택시를 탔다.
대추리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혀있었다.
집입 할 수 있는 통로가 수시로 변경됐고, 그 때마다 문자메세지가 전달됐다.
몇 번이나 택시의 진행방향을 틀고서야 대추리 먼 발치에 도착했고 골목과 논두렁을 굽이굽이 걷고 또 걸어서(혹은 뛰어서) 마을에 도착할 수있었다.

해질무렵에야 마을에 들어섰는데 짧막한 집회가 끝나자 해가 지기 시작했고, 병력은 기다렸다는 듯 마을 골목으로 진입했다.
우리는 삼삼오오 민가로 숨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느 집 담벼락에 십여명의 사람들과 숨었다.
깜깜한 밤 저벅저벅 전경들의 군화발 소리는 소름끼쳤고 담벼락 너머로 줄지어 지나가던 둥글고 반짝거리는 헬멧은 정말 무서웠다.
나는 그 날 절대 잡히면 안되는 신분의 당시 남자친구를 내보내기 위해 잡히면 안되는 무리들(공무원, 군 복무 중인 사람들)과 함께 기자들에 묻어서 빠져 나왔다. 
(현재 남편을 비롯해 함께 그곳에 갇혔던 사람들은 새벽무렵까지 숨어있다가 택시를 타고 나왔다고한다.)
그 때의 마음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 무서운 상황에서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지금 동지들을 두고 비겁하게 도망가고 있다…'

최루탄과 화염병 세대가 아니었던 나에게 집회는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도심집회는 늘 열린 공간에서 이뤄졌고 때때로 경찰들과의 충돌이 있었지만 몸으로 미는 몸싸움이고 방패로 찍는 놈들이 있었지만 거긴 서울 한복판이고 기자들이 있었다.
(물론 내가 제일 앞줄이 아니어서 무섭지 않았기도 했겠지)
그런데 대추리에서의 그 기억은 잘 잊혀지지가 않는다.
무서웠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미 투쟁하는 삶을 접은 지금 나에게 앞선 저 질문은 전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며 그 질문은 다시 한번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여전히 용기가 없다.
그래서 80년 광주를 보며 내내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그리고… 당시 계엄군으로 복무했던 이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사람을 미친듯이 때리고 총을 쏘던 그들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지가 궁금하다.

이런 저런 마음과 생각이 뒤섞여 떠오르면서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영화 본 뒤 하려고 했던 것들은 하지 못했고 그 마음을 털기 위해 좀 걸었다.
그런데 마음이 아직 안털렸나보다.
역시 정돈되지 않는 영화 후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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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10 16:28

    비밀댓글입니다

  2. 2017.08.10 16:50

    비밀댓글입니다

  3. 2017.10.15 18:46

    비밀댓글입니다

  4. 2017.11.14 18:01

    비밀댓글입니다

  5. 2018.02.12 19:13

    비밀댓글입니다

  6. 2018.02.24 20:17

    비밀댓글입니다

​언제였더라.
아마도 중학교 1학년때부터였을 것 같다.
엄마가 홀로 경제활동을 하며 가장노릇을 해야할 때가 있었다.
그때 시작했던 것이 치킨집.

나는 엄마가 치킨집을 하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본인 친구들에게도 (당연히) 전혀 알리지 않았고, 내게도 친구들에게 그런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때도 이해는 했고, 지금도 이해한다.
당시 엄마의 나이는 지금 내 나이 정도였다.
날 때 부터 부자집 큰딸로 자라 결혼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뭔지 모르고 살았던, '사모님' 소리만 듣던 사람이 젊은 나이에 갑자기 치킨집 사장이라니.

아무튼 그래서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의 자존심을 나라도 지켜줘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낮에... 참으로 힘들고 끝이 없을 것 같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 길을 지나는데 재밌게도 그 자리엔 아직도 치킨집이 있었다.
치킨이 잘 팔릴 것 같은 위치는 정해져있는건가. ㅋㅋㅋ
근데... 나름 '청담동' 치킨집이었는데 우리 엄마는 뭐가 그렇게 숨기고 싶었을까.
심지어 결혼하고나서도 남편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던 우리 엄마. ㅋㅋㅋㅋㅋㅋ
나에게도 그때가 어찌나 즐겁지 않은 시절이었는지... 삼성동에 살던 시절 내가, 내 생활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의 나와 만나 마주보게 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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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날짜가 지나서 그제이긴 하지만) 이명수 선생님의 북콘서트 - 제목은 이명수/정혜신/김제동의 삼색토크 - 를 다녀왔다.

업무 반 자의 반으로 간 행사였는데 '마음이 지옥일 때'라는 책 제목과 당일 이야기의 주제와는 무관하게 크게 깨우친 대목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 사람의 본질을 보라. 이 사람의 개별성에 집중하라."

사실 정혜신 선생님이 들었던 예는 딸이 클럽가서 놀다가 아침에 들어와도 꼭 데리러 나간다... 는 얘기였다.

그게 자식일 때는 어떨지 아직 모르겠으나(우리집 애들은 7세 5세...) 남편으로 치환해보면 진짜 말이 안되는 얘기다.

상상만으로도 빡치는데 본질이라니.

그 사람의 개별성이라니.


아무튼 (때마침) 오늘 그는 술을 마셨고...

얘기를 한참 하다가 내가 싫어하는 대화패턴에 들어섰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고 그 때 대체 저 사람의 본질이 무엇인가, 너의 개별성에 내가 집중해주마 마음먹었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다음에 한 번 더 해봐야지.


그리고 어제 얘기중에 크게(?) 반성했던 대목은.

이명수 선생님이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10년째 주말마다 냉면집에 같이 가준다는 대목이었다.

생각해보니 내 짝꿍은 평양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가자면 늘 간다.

반대로 나는 내가 싫어하는 걸 먹으러 가지 않는다.

자발적 자상함과 표현하는 따뜻함이 없는 그가 나는 늘 불만이었는데 알고보니 나는 내가 싫어하는 음식을 같이 먹으러 가 줄 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늘 메뉴를 정할때 의견을 내지 않아서 짜증이 났었는데, 그동안 내가 먹고 싶은걸 맞춰준거였다.

그는 항상 나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너는 취향도 없고 귀찮아서 그런거지'라고 나의 잣대로 평가했다.

아... 깊이 미안해진다.


10년간 살아보니 괜찮은 구석이 꽤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그의 본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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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갈매나무 2017.05.01 15:42 신고

    (형부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결혼한지 10년쯤 된 시점에서 이런 반성을 할 수 있다면 언닌 상당히 괜찮은 반려자라는 생각이.. ㅎ

    • BlogIcon 갈매나무 2017.05.01 15:43 신고

      아니, 마지막 문장을 다시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애초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ㅋㅋ

    • BlogIcon 달님  2017.05.04 00:41 신고

      그는 10년이나 되어서 알았냐며 타박하겠지 ㅋㅋㅋ

    • BlogIcon 달님  2017.05.04 00:43 신고

      애초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던거 같은데 어떤 점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10년이란 시간 동안 안괜찮은 놈을 골랐구나 하는 후회가 더 커졌다가, 10년을 기점으로 알고보니 괜찮았네? 하는 중인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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