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온지 사나흘 정도 지난 기분인데 아홉째날이라니. 시간이 다 어디갔지?
오늘은 서울에서 손님이 온다하여 아주 오랜만에 아침에 분주했다. 아침을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고 치카해라, 옷입어라, 응가했니?를 반복하는 분주한 서울의 아침같았다. 일주일만에 서두르는 아침을 맞이해보니 서울살이 참 팍팍했다 싶다. 서울에선 아침이고 저녁이고 빨리해라, 늦는다, 안하니 이런 말들을 열번씩 했어야 하니까.
결국 우리는 제주살이 타임으로 예상 출발시간보다 20분이나 늦었는데 다행히(?) 제주시에 안개가 자욱해서 비행기가 한시간이나 제주상공을 맴돌다 내렸다. 결국 비간이 비슷했네? ㅋㅋㅋ 사람을 마중하러 제주공항에 가는데 일주일 남짓 살았지만 어쩐지 정말 제주에 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먼길 우리집에 오는 사람을 데리러 가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문득 칠레에 갔을때 마중나왔던 친구가 생각났다. 제주에 한달 살아도 이럴진대 지구반대편에서 몇년을 산다면 어땠을까. 나에게도 친구에게도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공항에서 지인을 만나 첫번째로 데려간 곳은 삼양검은모래해변이다. 첫번째 방문지로 어딜 갈까 생각하다가 '제주라면 바다지'하며 갔는데 그간 두명이던 어린이가 세명이 된 줄... 며칠전 바지를 홀딱 적셔본 우리집 애들은 최대한 조심하며 놀았는데(물론 한놈은 젖었다...) 제주에 갓 내린 어른하나는 옷이 젖고...ㅋㅋㅋㅋㅋ 바닷가 놀이는 늘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점심으로 간 전복집은 30분이나 대기가 있었는데 근처 바위에서 소라게 찾고, 고동 찾고, 게를 찾다보니 30분이 홀딱 갔고 심지어 둘째는 여기서 계속 놀고 싶다고 했다. 거긴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닷가였는데... 해녀가 되고 싶다더니 정말 그런 것인가. 근데 나도 모래 많은 해변보다 돌 사이에서 뭐 찾는게 더 재밌었다.
성산 근처 소품샵에 들러 구경하고 성산일출봉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제주메뉴를 먹으러 도착. 웃겼던건... 여름 프리퀀시를 모아서 비치타올을 받는게 있었는데 서울에서 프리퀀시를 다 모은 지인은... 서울 모든 매장에서 품절이어서 못받았다고 울적해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른 이 스벅에 비치타올이 있다??!?!??! 게다가 검색해보니 제주에도 오로지 이 지점에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리퀀시 모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받으러 오진 않았나보다. 우리는 그렇게 흡족하게 상품도 수령하고 차도마시고 잘 쉬었다.
그 다음 목적지는 혼인지. 이곳은 또 다른 친구가 추천해준 곳인데 제2공항이 건립되면 사라질 곳이라고 해서 갔다. 수국이 잔뜩 피었고 작고 예쁜 연못이 있었는데 이름처럼 혼인하는 곳이라고. 여기서 결혼식을 하면 정말 예쁘겠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체 개발이 뭐길래 공항따위를 지으려고 이런 걸 밀어버린단 말인가. (해결하라 정부... 제주는 도지사 잘 좀 뽑고... 역시 우리 녹색당을 뽑아야해.) 해가 엄청 쨍쨍해서 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내일부터는 꼭 긴팔 옷을 가지고 다녀야겠단 교훈을 얻었다. 애들은 공벌레도 잡고 각종 벌레도 잡고 올레길 리본도 찾고(올레길 2코스더라) 나무도 구경하며 놀았다.
제주에 온 이후로 가장 먼 길을 온거라서 집에 돌아오는데 40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모두 취침. 운전하는 나만 못잤는데 일주일째 시끄러운 상태로 운전하는 게 지긋지긋하던 차에 조용히 음악감상하며 제주 산간길을 지나 집에 왔다. 귀가 평화로운게 이렇게 좋은건데... 좀 덜 떠들면 안되겠니 어린이들아?
무난한 하루였지만... 둘째녀석이 차에서 오빠랑 깔깔거리며 웃고 놀다가 카시트까지 젖도록 오줌을 싸서 아주 분노게이지가 가득찬 채로 하루를 마무리. 저녁먹으러 나간 길에 그렇게 되어 다시 집에 돌아오니 8시.... 결국 저녁밥을 9시에 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대체 일곱살인데 왜 오줌을 싸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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