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물휴양림은 내가 제주에서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좋아해서 가고 또 가도 좋은 그런 곳. 지인이 한 번도 안가봤다기에 아이들과 또 방문. 삼나무 숲은 여전했고 제주 특유의 식물들이 주는 남도의 느낌도 여전히 좋았다. 데크가 잘 깔려서 애들과 다니기에 좋고(어른이 걷기엔 좀 아쉬움이 있지만) 중간중간 평상도 많아서 간식 먹기도 좋고. 두세시간 숲에서 놀고 걷고 했는데 날씨도 선선하고(선선해서 오히려 움직이지 않으면 추울 정도) 공기도 워낙 좋아서 숲에서 나오는데 몸이 가뿐했다. 애들이 좀 커서 3시간반짜리 코스도 함께 다녀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까마귀가 많아서 둘째의 장기인 까마귀소리 따라하기도 하고(정말 똑같다), 숲 한가운데 그네도 타고, 질경이를 따서 풀씨름도 하고, 고사리가 진짜 많다고 감탄도 했다. 사진은 못찍었지만 오늘의 수확(?)은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숲에서 풀 먹는 녀석을 만난 것! 숲길을 한참 걷는데 풀숲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길래 걸음을 멈추고 뚫어져라 쳐다보니 갈색 털의 몽실몽실한 녀석이 오물오물거리고 있다. 그녀석은 사람에 대해 적절한 긴장과 친근감을 가지며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어 숲으로 들어갔다.

조금 더 걸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지만, 무리하게 걷다 지쳐 본 어제의 경험을 떠올리고는 집으로 향했다. 우린 반짝 놀고 집에 돌아갈 관광객모드는 지양하자. 들어오는 길에 함덕에 잠시 들렀는데 상시적으로 있는 해변의 가게들 중 헤나를 하는 곳이 있어서 모두 헤나 한개씩. 모두 인생 첫 헤나였는데 7세, 9세에 인생 첫 헤나라니 아이들이 부러웠다. 너희들은 자유로운 영혼이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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