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된지 꼬박 두달이 됐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두달이 됐다는 것을 숫자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변화로부터 깨달았다.
엊그제 전태일열사 40주기 문화제가 있던 날.
나는 칠렐레팔렐레 애써 문화제 행사를 잊으려 애쓰며 남산에 놀러갔다.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을까...
언론노조를 그만두면서 나는 애써 그런 소식과 행사를 단절하며 지냈다.
각종 파업소식, 집회일정, 세상돌아가는 민감한 얘기들... 물론 문명의 이기의 발달로 다 문닫고 살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제도권 언론만 접하면서 살려고 노력했다.
너무 많은 싸움에 내던져있던 몸뚱이와 정신을 추스르고자 내린 나만의 처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이 한몸 다바쳐 싸우는' 전사는 아니었다. 나는 요령과 뺑끼의 대마왕이었다 ㅋㅋ)
그런데 유독 엊그제 나는 일정에 참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간 집회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리고 자꾸만 KEC노동자들의 일이 떠올랐다.
그간 싸운 조직이 그곳 하나도 아닌데...
그러더니 결국 그날 저녁 KEC지회장 분신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보였다.
'아, 나 지금 뭐하고 있지?'
퍼뜩 정신이 들었다고할까?
그제서야 헤아려보니 백수로 탱자탱자 지낸지 꼬박 두달째.
'나'를 찾겠다며 두달을 놀고나니 이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과 정신을 놓고 쉬어야 하는 시간이 두달이 필요했던 것 처럼.
물론 임신 후 여러가지 신체의 변화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는 시간이 한동안 있었다지만, 아마도 내게는 정신을 차리는데 두달이 필요했나보다.
아기가 태어나서 100일이 되어야 사람이 되는 것 처럼, 아마 내게도 100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나보다.
이제 2/3가 지났으니 한달을 마저 채우면 나도 내 갈 길이 보이겠지.
두달만에... 집회에 너무 참석하고 싶다.
이번주말 노동자대회가 있는데...몸 상태도 장담하긴 어렵고, 공연준비로 일정도 만만치 않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싸'를 외치며 핑계대며 빠졌겠지만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쓰인다.
이것은....집회 금단현상인가;;;;
두달만에 생긴 망설임과 고민.
슬슬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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