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겁나 거창하다.
뭐 대단한건 아니고...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조규찬 노래가 흘러나오고 햇살이 베란다를 통해 깊숙히 거실로 들어오는데 분위기가 참 좋더라.
그래서 '아, 좋다...'라고 음악을 감상하려는 찰나 10개월 아들램이 "오~떼떼떼"하는 옹알이와 함께 위험한 곳으로 올라가고 있어서 좌절...
그래서 아이를 낳고 난 후 내가 할 수 없게 된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는 뭐 그런 얘기.

1.
나홀로 맛집 탐방

나의 훌륭한 취미이자 임신기간 내내 했던 것인데 이제 할 수가 없다.
굳이 지안이를 데리고 가자면 갈 수 도 있겠으나 모든 엄마들은 알겠지만 아이를 데리고 밥먹으러 나가면 맛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애를 봐주면 모를까 내가 혼자 애를 봐야 하는 상황이면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_-;;
어린이집 보내면 다시 가능해지겠지.

2.
남편씨와 영화관람


임신기간 내내 들었던 얘기가 아니던가!
"이제 영화는 한동안 못보니 많이 보러다녀"
설명이 필요 없으니 패스

3.
남편과 함께 하는 무언가의 뒷풀이

둘 중 하나는 애와 함께 들어와야 하고 조금 불공평하게도 술을 더 즐겨하고 많이 마시며 그래서 술자리에서 환영받는 남편씨가 대체로 남는다.
아니, 술 못먹는다고 술자리가 싫은건 아닌데!!!
여튼 노래울 공연 뒤풀이가 아기 낳고 처음으로 둘이 함께 한 뒤풀이였다.
아...어찌나 즐겁던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절로 신나더라. -_-

4.
정리

집안이 난장판이다.
지안이가 노는 공간은 그러려니 해도...그외의 공간을 치울 시간이 없다.
애기가 잘 땐 조용히 해야되서 못하고 깨어 있을 땐 내가 있는데로 기어와서 할 수가 없다. -_-
구석구석 쌓여있는 짐들.
정리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놓여있는 물건들.
아아... 애기 낳기 전엔 잠도 안올 만큼 너저분한데 그냥 포기했다.
이래서 애 있는 집은 너저분하구나...ㅠ_ㅠ

5.
음악


하루종일 대화 불가능한 애기랑 있으니 사람의 언어를 잊을 지경이어서 라디오를 틀어놓는다.
주로 91.9에 고정인데 오전에는 매우 내 취향의 노래들이 나오고 낮에는 좀 별로...저녁 6시부터 다시 들을만한 음악이 나온다.
여튼, 난 등하교 출퇴근시에 늘 mp3나 cdp를 헤드폰을 통해 듣고 다녔는데 그걸 못하니 답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 인생의 낙인데 이건 뭐 할 수가 없으니...
전에 한번 거실 스피커에 연결해 음악을 틀었는데 각종 시끄러운 장난감 소리에 묻혀 들을 수가 없었다. 쩝.
그래도 이제 차를 샀으니 운전할 때는 들을 수 있겠지!
(신치림 앨범을 사자!!)

6.


책만 펼치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지안이.
당최 읽을 수가 없다.
애기 잘 때는 책 따위 읽을 시간 없다.
나 밥먹고 이유식 만들고 기저귀 개고 잠시 쉬기도 빠듯하다.
책 욕심은 많아서 안읽은 책도 잔뜩인데...과연 내가 저것들을 언제 읽을 수 있을까...
못 다 읽은 '닥치고 정치'는 채 10페이지도 안남았는데...


덧.
글을 쓰고 보니 아이, 아기, 애기가 혼재되어 있구나. 아 몰라 귀찮아 그냥 살자.
(이런 태도도 애 낳고 새로 생긴 태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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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이의 수면교육을 시작한 것은 9월2일, 만5개월로 넘어가는 즈음이었다.
현재 만6개월에 수면교육 한달 반정도 경과한 상태.

일단 변화가 생긴 주기별로 잘라서 조금씩 소개할 예정이다.
수면교육은 '끝'이 없고 계속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와 비슷한 엄마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일단 첫날밤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적응하는 기간이 아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토실이는 비교적 일찍 적응해서 이틀째부터 잘 잤다.
하지만 나에게 수면교육의 노하우를 전해준 연우맘은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토실이는 4개월에, 연우는 6주차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리 토실이가 더 일찍 적응한 것만 봐도 아가들은 정말 기질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다.

일단 수면교육을 시작하기 5일 전부터 계속 말해줬다.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미리얘기하는 것이 사람에 대한 도리일 듯 싶어서. ㅋㅋ
"아가, 이번주 금요일 밤부터는 누워서 잘꺼야. 사람은 누구나 누워서 잠을 자는 거란다. 스파르타식 교육이 널 기다리고 있어" 라고 ㅋㅋ
월요일부터 틈만 나면 말해줬다.
그 당시 우리 토실인 30분~1시간씩 안아줘야 잤는데 그마저도 곱게 자지 않고 떼쓰고 엉엉 울거나, 간혹 곱게 잠들면 10분있다 깨기를 반복해서 계속 안아 재웠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어야 했다.

드디어 찾아온 금요일.
금요일에 시작한 이유는 주말에 남편씨가 있으므로 혹 피곤하거나 우울한 상황이 찾아와도 기댈 곳이 있으므로...
그리고 내가 맘이 약해져 안아주고 싶을 때 옆에서 말릴 사람이 필요해서;;;
(대체로 아빠들은 맘이 오히려 더 약하다고 한다. 우리 남편 빼고 -_-)

베이비위스퍼에 나온 수면의식을 응용했다.
(모든 아가들이 책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책은 '응용'해야 한다.)

1. 일단 목욕을 시키고(이건 평소에서 그랬다) 젖병과 아가를 데리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갔다.
(이땐 완모하고 있었지만 밤에 잘땐 유축해 놓은 것을 젖병으로 먹였다. 젖병으로 먹으면 자야한다는 규칙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지금은 혼합수유하고 있어서 뭐...그게 꼭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2. 어두운 방에 들어설 땐 늘 같은 말을 해줬다.
"여기가 어디지? 울애기 방이예요. 아구~ 캄캄해라~
햇님이가 집에가고 달님이가 나왔어요. 캄캄한 밤이 되었어요. 햇님이가 집에가고 달님이가 나오면 어떻게 되죠? 밤이 되죠? 캄캄한 밤이되면 아가들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엄마아빠랑 목욕을하고 맘마를 먹고 코~자아죠? 목욕은 다 했으니 울애기 이제 맘마먹고 엄마랑 코 잡시다~"

3. 수유를 끝내고 트림을 시킨 후 침대에 눕히며(이땐 아기침대를 쓰고 있었다) 우리집에서 '꼼짝마'라고 부르는 속싸개로 팔다리를 꽁꽁싸맨다. 그리고 "잘자 울애기~ 사랑해~"라고 말하며 뽀뽀를 한 후 자장가를 불러준다.


자, 그 후가 문제다.
토닥거리며 자장가를 불러주면 토실이의 경우 노래불러주면 좋아하는 아가이기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그러나 첫날...노래가 끝나자 울기시작한다.
흐흑 ㅠ_ㅠ

계속 토닥이며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우리 코 자자~"라고 안심을 시켰지만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시간을 보아야 한다!)
계속 달랬지만 점점 대성통곡으로 변했다.
1시간 이상 울면 한번 안아서 달랜 후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기에 시계를 봤다.
헉...30분은 지난줄 알았는데...5분 지났다!!!!

그때 처음 알았다.
5분이 고비라는 것을.
그 5분이 정말 1시간 가까이 느껴졌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누워 자야 한다 아가야. 그래야 엄마가 더이상 아프지 않고 엄마가 건강해야 너에게도 더 잘해줄 수 있단다'

'너는 울어라. 나는 재우겠다'는 정신으로 우는 아가를 쳐다보며 토닥였다.
힘이 장사인 우리아들 속싸개를 벗어나려 했기에 버둥대는 팔다리도 손으로 눌러줘야 했다.
힘들었지만 우는 아가를 1시간 안고 있는 것보다야 나았다.
꾹 참자 10분이 흘렀다.
나는 계속 달랬고 토실인 더욱 크게 울었다.
이제 운다기 보다는 눈을 질끈 감고 악을 쓰고 있었다.
응애 -> 으앙 -> 으악-!!!!
이렇게 변해가는 울음소리...
아가 목소리는 쉬어갔다.
15분이 지났을까...갑자기 의연해지기 시작한다.
'울다 죽진 않는다. 1시간만 버티자.'

베이비위스퍼에는 울면 안아서 달래서 다시 눕히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난 그 방법은 쓰지 않았다.
'혼자 울게 두지 말라'는 조언을 응용해서 계속 달래되 안아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아가는 수면교육 시작하기 전날에도 안아도 계속 울었기 때문이다.
안아줘서 달래져야 통하지 안아줘도 안달래지면 안아주는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가 울음소리가 마치 딴 세상의 소리로 들리기 시작하고 갑자기 나는 무척 객관적인 사람이 된다.
'음, 우리 아들 울 때는 이런 표정이군. 이런 목소리를 내는군. 땀이 좀 나나?'
그렇게 10분이 더 흘러 25분째가 되자 갑자기 목소리가 잦아든다.
'응? 자려나?'
하는 순간...우리 토실이. 갑자기 눈을 반짝 뜨더니 싱긋 웃는다. 헉;;;
(정말이지 이때 솔직히 섬찟했다. 애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닐까...)
눈에 눈물은 그렁그렁한데 웃는다. 게다가 옹알이로 노래도 한다.
"오오~ 아아~ 오아~ 아앙~"
갑자기 애교 작렬이다.
그렇게 5분간 혼자 놀더니...
스르르 잠.이.들.었.다.

언빌리버블!
믿겨지지 않아 잠자는 아가의 얼굴을 보고 또 봤다.
이거 연기 아닐까? 나 꿈을 꾸는걸까?
잔.다.

방을 조용히 나와 나는 '정말로' 덩실춤을 췄다.
(남편씨는 어이없어 했다 ㅋㅋㅋ)
우리 아가에게는 가능성이 있었다.
30분은 이제 곧 20분, 10분으로 줄어 누워 자는 천사아기가 되리라!

그리고 그날밤의 기적은 '웃으며 잠든 토실이'가 끝이 아니었다.
매일밤 3~5번씩 깨서 울던 우리 아들은 그날 딱 두번 깼으며 두번 다 노리개젖꼭지를 물려 토닥토닥 해줬더니 울지 않고 바로 잠이 들었다.

이 카테고리의 이름처럼 천기저귀 쓰기는 '생각보다' 쉽다.
그렇다...쉽지는 않다. ㅋㅋㅋ
"쉬워요" 라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시작한다면 밀려오는 배신감에 나를 원망할지도 모르니...ㅋㅋ

나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당부한다.

1. 과학기술의 발전을 믿어라.

특히 세탁기를 신뢰하라.
세탁기는 빨래를 깨끗이 빨아주는 기계라는 것을.
그리고 한달에 한번 통세척이면 세탁조 안의 곰팡이 및 유해세균은 사라지리라는 것을.
또한 아기전용 세제도 믿어야 한다. ㅋㅋㅋ

참고로 나는 통돌이 세탁기를 쓴다.
신혼집에 드럼세탁기가 빌트인으로 있었는데 세탁력도 별로, 시간도 너무 길고 통도 잘 안마르는 것 같아서 새집으로 이사오면서 통돌이로 장만했다.
1년간 평균 일주일에 두번정도 빨래했으니 통 상태는 양호할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세탁조 클리너 사서 돌려주고 아기빨래 시작했다.

아가사랑 세탁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물론...이번 여름처럼 비가 미친듯이 왔을때는 아가사랑 세탁기와 드럼세탁기의 건조기능이 없음이 매우 후회스러웠고 가스건조기를 살까 했으나...버텼다.
살림이 늘어나는게 싫어서 아가사랑 세탁기를 사지 않았지만 집이 넓고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누가 선물로 사준다면 아가사랑 세탁기도 좋겠다 싶다.
하지만 통돌이로 기저귀도, 아가옷도 다 잘 빨고 살고 있다. ㅎㅎ

손빨래로 천기저귀를 쓸 생각이라면...
그냥 포기하시라.
분명 3일만에 손목이 나갈테니...

2. 신생아때부터 바로 시작하라.

이건 분명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엄마는 신생아때는 소변 횟수도 많도 변도 묽어서 빨래가 쉽지 않다며 좀 크면 사용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천기저귀 쓰기를 권한다.

왜냐면...
모름지기 사람은 편한 것에 금방 적응하기 때문이다.
불편하다가 편한 것은 하지만... 편하다가 불편한 것으로 가는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나 같은 경우 산후조리원 2주 있다가 집에 와서 산후도우미 2주 이렇게 했는데 조리원 나오자마자 바로 천기저귀 사용했다.
그랬더니 '원래 빨래가 많겠거니', '원래 매일 이렇게 개야하겠거니', '원래 이렇게 자주 갈아줘야 되겠거니' 하게 됐다.
만약 종이기저귀 부터 써봤다면 매일 나오는 놀라운 기저귀 양에, 매일 개야하는 귀찮음에, 자주 쉬야하는 아가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리곤 다시 종이기저귀로 돌아갔을 것이다.

신생아때 천 기저귀 쓰는 것의 어려움은 자주갈아줘야 하는 것 외에도 응가가 묽어서 샌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한다.
아, 새는 것이 장점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아들은 6개월이 되어 이유식을 시작하자 찰흙같은 응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엔 그저 묽은...질감으로 따지면 쉐이크에서 생과일주스 정도?
그래서 하수구에 물로 흘려보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 찰흙이 되어 하수구에 흘려보내다간 막힐 위험이 있어서 변기에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게 은근 귀찮다.
허나, 똑 떨어지고 나면 빨기는 편한 장점도 있다.


이렇게 딱 두가지다.
아~ 간편하지 아니한가~
신생아때부터 시작하는 것은 사람마다 권장하는 시기가 다르니 패스하더라도 과학기술을 신뢰하라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나쁘지 않다.

아가 좋으라고 쓰는 천기저귀.
엄마가 힘들고 몸 축나면서까지 쓴다면 아가에게 좋을리 없다.
내 몸이 먼저다!!!

여튼, 천기저귀를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다!
"해보면 별거 아니예요!"
(작게) "그렇지만 아주 쉽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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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여러번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평범하게 살아도 삶을 살다보면 뭔가 변화가 생기는 지점은 반드시 만나기 마련.
내가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2010년 8월은 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로 남을 것이다.

1.
직장을 그만둔다.
8월말까지 출근하고 그만두게된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꽤 됐다.
물론 내의 직업이 평범한 직장인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 '노동조합 활동가' 혹은 '상근자'로 불리는 직종이긴 하지만 월급받는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때려칠' 생각을 한구석에 늘 품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 자주 부딪히는 특정인과의 관계 등이 때려치고 싶은 주요요인일 것이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이게 정말 나의 갈 길인가'라는 의문이 따라다녔다.

시간을 5년전으로 되돌려보면...
나는 정확히는 '노동운동'이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에 힘이 되는 일'을 하고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언론노조 상근자 생활.
3차례에 걸친 파업기간동안은 정말 '이 맛에 살지' 싶을 정도로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하지만 5년 내내 반복되는 실무들과, 그 속에 묻혀 별반 나아지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한계를 느꼈던 것 같다.
나 자신의 문제일 수도, 조직의 문제일 수도, 나와 조직의 궁합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나 스스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새로운 길을 찾고 싶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32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애매한 나이.
그래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나름 대략의 계획도 세웠다.
한달은 푹 쉬기로.
먹고 자고 뒹굴고, 그게 지겨우면 점심시간에 직장인 친구들을 찾아 서울시내를 투어하는 계획.
그리고 혼자 여행도 다니며 재충전한 뒤 그간 미뤄뒀던 각종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며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잠시 프로메에 다니다가 언론노조로 왔으니 이 바닥에만 쭉 있었던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이러다 영영 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진정 '휴식'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백수가 되기로.
(사실 나의 꿈은 '한량'이다 ㅋㅋ)

2.
그렇게 결심하자 거짓말 같이 새로운 일이 일어났다.
뱃속에 아이가 생긴 것이다.
마치 나의 퇴직을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소식.

잠시 아이가 생김으로해서 따라오는 경제적 현실들을 생각하며 '헉, 그냥 다닐껄'이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으나 그보다도 내가 그만두길 기다렸다가 아이가 찾아온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다고 하지 않은가. ㅎㅎ

결혼한지 2년 9개월정도.
아이를 기다린지는 대략 8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실제 8개월이라고는 하지만...우리둘다 그냥 운명에 맡긴 타입이라 기다렸다고 하기는 민망하다 ㅋㅋ)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뱃속에 토실이(태명 ㅋㅋ)는 분명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타이밍에 찾아왔다.
마음껏 쉬며 여유로운 삶을 만끽할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비록 한량이 되기 위해 드럼을 다시 배우겠다는 계획은 실행할 수 없어졌지만(아무래도 태교에는 별로일것 같아서 ㅋㅋ)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놀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그냥 백수였으면 눈총 좀 받았을텐데 ㅋㅋ

보기와 다르게 매우 예민한 나는 요즘 몸이 달라지는 것을 매우 느끼고 있다.
임신도 너무 빨리 알아차렸을 뿐만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피곤함과 울렁거림, 불면증 등에 시달린다.
하지만 다 운명이라 생각하며 여유롭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소성격인 약간의 완벽주의나 정확함 예민함 등은 개나 줘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쩝...잘되진 않는다 -_-


이렇듯 격동의 8월을 보내고 있다.
9월이 되면 어떤 삶이 펼쳐질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이 터닝포인트에서 잘 터닝해서 즐거운 방향으로 가야할텐데...허허허


덧붙임.
가장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서 모든 일정을 미루고 집에서 요양중이다.
815에 밖에 안나갔더니 근질근질하네...
그리고 16~22일은 휴가주간이다.
그리고 서류상으로 31일까지 출근인데 실제 몇일까지 나갈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른다 ㅋㅋ

아, 그리고...
새 길을 도모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준 남편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의 진심어린 지지가 없었더라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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