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게 전체적인 고학력 현상에 따른 사회적 폐해라고 보는데... (괜히 거창해 보이네 -_-;;)

특히 운동권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노조에서도 청년회에서도 느꼈던 것을 청동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80년대만 해도 대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전태일 열사가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만큼.

하지만 '대학'간판 못달면 사람구실 못하는 것 처럼 사회가 굴러가자 대학 자체도 정말 많아졌고 대학이 선택이 아닌 의무교육처럼 생각되어 대학나온 사람이 정말 많다.

 

언론노조에 있을때... 이건 직종 특성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4년제 대학졸업자였다.

(정말... 서울대가 널리고 널렸다. 그 다음은 고대. 한양대 정도면 B급 대학인거다. -_-)

그러다보니 나이를 물을때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학번을 물었는데 간혹 인쇄쪽 조합원들은 대졸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묻는 사람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이 괜히 미안해하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다른 조직에선 학번을 묻는 것 같진 않던데...)

 

청년회도 마찬가지다.

정말 대부분 학생운동을 거쳐 졸업 후 청년회에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청년회의 경우 나이를 묻기로 정리했으므로 학번을 묻는 경우는 잘 없지만) 어느학교 나왔냐고 묻게 되는데 학생운동 출신이 아니거나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자존심 상하는 일인거다.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 앞에서 서총련이 어쩌고 떠드는 것도 듣는 사람들은 꽤 불편한 일.

 

그리고 얼마전...

나는 딱 한번 만나 얘기를 나눈 선배님이 청년동문회 탈퇴를 선언하셨다.

(아... 그 선배님 잠시였지만 정말 좋았는데...)

한양대는 중앙동아리에 한양여대 학생들도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동연출신에는 한양여대 졸업생도 있는데 아마도 청동 회원자격에 대해 누군가가(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사실 전혀 알지 못하지만) 얘기한 모양이다.

 

내가 겪은 세가지 일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크게 보면 다 같다고 본다.

청년회에 들어와 운동권 경력(이 표현 웃기다 ㅋㅋ) 15년이 되어가는 나의 동거인은 아직도 이런 일에 기분나빠하고 상처받는 걸 보고 있는 내가 판단하기에 이런 일은 가해자는 모르고 피해자만 크게 상처받는 일이다.

(심지어 나도모르게 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물론 상처주는 개인이 예의가 없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특성이 있을 수 있다. (싸가지가 없다고 표현하면 쉬운데 ㅋ)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상처주는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고(이게 죄라면 죄...) 상처받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다치기 때문에 이미 마음이 깊이 패여있게 된다.

 

여튼 운동권들.

모두를 위해 살자고 외치지만 정작 가까운데서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는 차별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학력에 의한 차별의 경우... 사회적 지위인 것 같기도 해서 고질적인 자격지심을 심어준다.

인간이 못난게 아니라 그저 공부성적이 안좋았을 뿐인건데 내가 못난것 같은 그런 기분.

그래서 대졸자들이 나 모르는 얘기를 하거나 은연중에 무시당해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혼자 위축되고 그런거.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있기나 한가...

나부터 집에서 잘해야지;;;

사찰당한다는 것이 아니라...ㅋㅋ(시국이 시국인지라...)

2004년도에(맞나? 2003년도인가? 아...어쩌다 내 기억력이 ㅠ_ㅠ) 내가 정말 예뻐하던 한 새내기가 나에게 글을 남겼다.
언니가 멋있고 언니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그 친구는 자연대 새내기였는데 율동패를 조금하고 한학기를 다니다가 재수를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잘키워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ㅋㅋ)

그리고 오늘 내 방명록에 남겨진 비밀글.
그당시 들었던 얘기들(지금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없어졌을, 아마 아주 허접했을 교양들 ㅋㅋ)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본인은 아주 달랐을 거란 말.
그래서 고맙다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2000년이나 2004년이나 내가 부족하고 허접하기는 매한가지였으며 지금도 그리 많이 발전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쳤으며 그런 그들이 최근 나의 삶을 보며 '아, 저 선배는 역시 이런 삶을 이어가고 있구나'라며 좋게 생각한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면서도 다시금 긴장하게 한다.

대학시절 운동한답시고 뛰어다닐 무렵.
정말 멋진 선배들도 많았고 존경하는 선배도 있었다.
(물론 '뭐 저런게 운동판에 있냐'싶은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졸업하고 세월이 지나 지금 그들을 보니... 학교때 말했던 것들이 다 뻥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돈벌기'가 목표인 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이름을 알리진 못했어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사는 것.
그게 사람답게 사는 것 아닐까?
지켜보고 있다.
후배들이, 벗들이.
어디에선가, 언제라도.

시간을 공유했던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삶을 똑바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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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난 왠만한 경우가 아니면 책에 '절대' 줄을 치지 않는다.
아니, 단 한번도 줄친 적이 없던가?
(교과서 같은... 공부하는 책은 제외하고)

왜냐면 줄을 치게 되면 다시 읽게 될 경우 자연스레 그 부분에 집중하게 되고, 그 부분에 집중하게 되면 자꾸만 그게 요점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때 마다 받아들이는게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인데 오늘 여기가 좋았다고 해서 내일도 이 부분이 좋을거란 보장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책이 더러워 지는 것도 병적으로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오늘 책을 읽다가 줄을 쳤다.
그것도 노란색 형광펜으로.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이라는 하종강 소장의 책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 법한 유명한 책.
구입한지는 사실 1년도 넘은 것 같은데 책장에서 잠자다가, 요즘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자 읽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이 노동운동에 있는것 같지 않아서. 혹은 나의 희망은 노동운동이 아닌것 같아서.)

근데 정말 죽을때까지 내가 명심하고 살아야 할 것 같은 대목을 발견한 것이다.(242페이지)

자신들이 한때 운동권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들이 이미 충분한 개혁성을 담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때 운동권이었을 때 가졌던 세계관이 더욱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그래.
정말 그렇다.
우리 이 사실을 잊지말자.
자만하지 말자.
한때, 어렸을때의 치기라고 덮어두지 말자.
그리고 그때는 철이 없었노라고 자조적으로 말하지 말자. 제발.
지금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지지 말자.
그대들은, 우리는, 지금 절대로 진보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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