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풍연 20주년 행사를 한다고 한다.
내가 11기 의장이었으니...벌써 10년 전 일이다.
헛! 10년 전!!!
내 기억속 풍연 의장시절은 마치 3-4년 전 같은데 10년이나 흐르다니...정말 세월이 무상하다.

내 인생을 (운동권으로) 바꿔놓은 몇몇의 사건들이 있다.
서문여고 시절 풍물반(동아리 같은 것)에 들어가 이철호 선생님을 만난 것이 그러하고...
대학 새내기시절 미터(새내기미리배움터)가서 풍물패 시간에 갔던 것이 그러하고...
단과대 풍물패에 들어간 것이 그러하고...
2000년도 애풍연 가을굿 상쇠를 한 것이 그러하고...
2001년에 애풍연 의장을 한 것이 그러하다.
이 중 경중을 가리자면... 이철호 선생님을 만난 것과 풍연 의장을 한 것이 아주 중요한 사건이 되겠다.

그저 두드리고 어울리는 것이 좋았던 나에게 '사람'의 소중함과 진심이 무엇인지 알게한 곳이 풍연이었다.
(아, 정확하게는 10기 애문연이라 하자 ㅋㅋ)
이렇게 말하니 너무 거창한데 ㅋㅋ

여튼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됐던 소중한 경험.
평생 가장 치열했고 가장 사건이 많았던 시절.
내 젊음과 청춘을 함께 했던 조직.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출발선이기도 한 애풍연의 20주년을 벗들과 함께 기뻐하러 10월 8일, 간만에 애국한양으로 달려가야겠다.
(모든 일정 참가하고픈 마음 굴뚝같으나, 집에는 5개월 토실이가...ㅠ_ㅠ)



음...
당시의 갖은 사건들을 나열하고픈 욕망이 꿀렁대지만 참아야지 ㅋㅋㅋ

1.
아, 제목 우습다.
마음의 고향 한양대. 혹은 마음의 고향 애국한양. 이런게 아니라 마음의 고향 노천날개라니. ㅋㅋ

봄날이 다가오면 (내가아는) 모든 한양대 인들은 설레한다.
이 즈음의 봄냄새가 묻어나는 바람을 맞으며 노천날개에 앉아 맥주먹는 상상을 하며.
물론 그 시즌의 절정은 중간고사 기간이다.
하지만 노동절 준비에 중간고사 기간은 놓쳤고, 오늘(5월3일) 방문했다.

노천날개는 여전히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붐볐고, 날개에 자리가 꽉 차자 그 밑에도 즐비하게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서울구치소에 있는 김모모 오빠도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 노천날개에 앉아, 나는 후배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 인생에 대한 고민, 운동에 대한 고민, 그리고 누군가의 뒷담화와 푸념까지.

"니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게 뭐냐"는 나의 질문은 그녀석에게 했던 질문이지만 동시에 나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때려치'라는 진심이 70%담긴 나의 충고도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지 모른다.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하게되는 여러가지 생각들. 그리고 푸념.

비록 우리는 맥주한잔 대신에 딸기바나나 생과일주스를 먹으며 얘기했지만, 그 무엇을 마시던 진실된 얘기를 할수 있게 만들어주는 노천날개를 난 사랑한다.

2.
노천날개 얘기가 나와서 생각나는 옛날일.
2000년 봄.
나의 첫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고 한참 방황하던 시절, 동아리 집행부였던 나는 그날따라 모든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귀찮았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냥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날 회합도 째고, 과외도 째고 노천에 혼자 눌러앉았다.
그날 생각나는건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4시부터 거기에 엎드려 있었다는 것과 그날 난 초록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혼자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누워있다가 10여분간 아주 편히 잠들었던 기억.

그래서일까?
그날 이후 노천은 나에게 아주 포근한 곳으로 기억된다.

3.
오늘 신상현을 만나러 갔었는데
우연히, 정말 너무 우연히 광석이를 만났다. ㅋㅋ
눈이 휘둥그레해진 광석, (시계를 보며) "왜 누나가 여기 계세요?"
"논다"라고 대답하고 왔다. ㅋㅋ

그리고 우연히 고서도 보고, 중도도 보고, 상윤이도 보고, 도영호 오라버니도 만났다;;;;
아직 학교에 우연히 마주칠 아는 사람이 있다는건 마치 든든한 친정집이 있는 그런 기분이랄까?
이제 그럴 날도 얼마안남았는데...
그럼 참 서글프겠다.

근데 생각해보니 어느새 내가 입학한지도 10년이 넘었구나. ㅎㅎ

4.
간만에 학교를 다 돌아봤다.
보통 귀찮아서 필요한데만 가곤했는데 오늘은 봄바람이 불어서일까?

병원뒷문-의대-진사로-직녀관-본관-노천-1공학관-중도-사범대-자연대-혁신광장-138-애문연-직녀관
놀랐던건...
사범대가 리모델링 했다는 것과
자연대에 3년만에 올라갔다는 것
학생회관과 사회대 사이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말이 되냐? 그 좁은 공간에)
138계단이 더이상 138개가 아니며 나무로 바뀌었다는 것
애문연 생활방이 사라졌다는 것.

왠지 학교가 학교가 아닌 것 같다. ㅎㅎ
너무 놀랄까봐 생활대 폭풍의 언덕 너머로는 안가봤다.

아, 오늘 행당산을 열심히 등반했더니 매우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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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cafe.daum.net/skyscrapers

왕십리 민자역사가 완공됐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내가 졸업하던 즈음 착공했다 그 공사는;;;)
그래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좀 있었지만 그 쪽으로 일부러 가는건 약간 귀찮은 일이라서 안갔었는데 엊그제 왕십리 바닥을 배회하다 우연히 들렀다.

아니, 근데!
이 곳은 별천지가 아니더냐!
왕십리 바닥에 이렇게 번화의 상징들이 마구 생가다니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크리스피크림, 빕스, CGV 등등등)
어찌나 감격했던지 하다못해 이마트를 보고도 생전 대형마트 처음보는 사람처럼 기웃기웃 거렸더랜다.
(갓 상경해서 두리번 거리는 시골아이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더라면 내가 감격했던 곳들의 사진을 남겼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므로 대신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과 함께 설명을 올리겠다.
(사진 출처는 글 맨 위에 밝혔다.)

일단 입구에 보이는 이 간판의 포스.
난 이 간판 앞에서 일단 눈이 휘둥그레 해졌던 것이다!

용산 민자역사와는 차원이 다른 백화점 분위기의 역사.
옷이 없어 티셔츠 하나, 면바지 하나 구입할 가게가 변변치 않아 강변역까지 가야했던 설움은 이제 없다.

이 호화로운 역 입구라니.
마치 유럽같다.
(근데 그건 영어라서...한글 쓰면 안되나? 여기가 이태원도 아니고 왜?)

그리고 매우 매력적이었던 공간.
역 밖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공연이나 집회를 하면 딱 좋을 그런 탁트인 공간이었다.
하나 흠이라면...
바로 앞에 성동서라는거? -_-;


여튼...
너무도 달라진 왕십리.
달라진게 좋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했다.

민자역사를 의식해서 그런것인지 어쩐지, 한양대 쪽 큰길가에 있는 가게들은 죄다 간판을 새로 달았더라.
아주 획일적으로 -_-
약국, 전파상, 음식점이 모두 같은 분위기의 간판이라니 대체 성동구청은 무슨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는 걸까?
서울시 디자인 감각은 날로 늘어가는데, 몇년쯤 후퇴한 듯 한 한심한 성동구청의 디자인 감각에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같은 한나라당 것들인데도 어쩜 다르니. 짱나게)

그래서 결심했다.
다음에 학교 앞에 놀러가면 민자역사 가게를 탐방해보기로.
(아아...그래도 왕십리 상권은 지켜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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