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왔는데 아침에도 비가 왔다. 그리고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날씨 앱을 열어보니 시간당 40mm의 비가 온다고 한다. 서울에서 비가 많이 온다고 느낄때 18-20mm 정도다.

어젯밤 비가 올 것을 대비해서 비자숲힐링센터에 점심밥과 실내놀이터를 예약해두었다. 후기들을 검색해보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하니 아이들의 몸을 쓰고 싶은 마음과 우리집 책벌레의 책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코스다. 비자림 바로 옆이어서 공기도 좋고, 아이들 놀이터도 목재로 되어 있고 식사도 한살림 쌀을 쓴다고 한다. 가격도 저렴!

비 오는 걸 감안해서 좀 일찍 집을 나섰는데 산간도로를 올라서니 비가 더 온다. 차 사고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올려본 적이 없는데(일단 비가 많이 오면 겁나서 차를 안타기도 하니까...) 최대 속도로 올리니 적당한 정도다. 차 속도는 시속 40km. 슬슬슬 기어간다. 급하지 않으니까. (비자숲힐링센터의 원래 이름은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다. 아토피, 천식 등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같다. 아... 여기로 취직하고 싶었다. 너무 좋은 곳...)

점심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2층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이름은 문화공간이던가? 강화마루가 깔려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넉넉하고 창 밖을 바라 볼 수 있는 자리도 있고(카페처럼) 피아노도 있더라. 어린이들을 위한 좌식 공간도 있는데 그곳엔 보드게임이나 퍼즐도 있었다. 책도 출판사에서 기증한 듯한 모두 새책들이었고, 간행물도 꽤 있었다. 아... 너무 만족!!! 마음이 급해진 우리집 책벌레는 빨리 읽고 새로 고르고를 반복했고, 둘째는 나랑 피아노도 치고 구경하다가 책을 여러권 읽었다. 마음이 흐뭇해지는 시간.
점심시간... 많은 블로그에서 밥 맛있다는 얘길 읽었는데... 정말 맛있다. 급식 식판 같은 곳에 밥이 나오는데 왜 이렇게 맛있지? 밥 먹으러 또 오고 싶은 곳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애들도 다들 와구와구. 밥 먹는 곳 이름이 '냠냠뇸뇸식당'이었는데 이름대로였다.
그리고 1시가 되어 기다렸던 실내놀이터로 갔는데 우리 애들은 7세 이상이어서 다랑이놀이터로. 그물로 짜여져있는 몸을 쓸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고 거기서 매달리기도 하고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고 2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게 놀았다. 아무래도 이런 실내놀이터는 유아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6세 이하가 노는 방엔 사람이 빼곡하던데 여긴 널널... 그 큰 공간을 다른 아이 한명 보태서 세명이서 놀았다. 나는 들고간 김연수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어서 뿌듯! 아이들은 알차게 놀고 다시 책읽는 공간으로 올라가 책 읽고 마무리. 

비가 좀 잦아들면 집에 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잦아들지 않아 집으로 왔는데 건물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그 짧은 거리에 신발과 바지 모두 젖어버렸다.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세서 그 많은 물방울이 옆으로 날리는데 피할 길이 없다. 다 젖었다며 징징 거리는 녀석들을 어르고 달래서 탑승 완료. 돌아오는 길에도 비가 만만치 않게 왔고 시야확보가 되는 속도로 슬슬 왔다. 곳곳에 있는 물웅덩이를 지날 때 마다 뒷자리의 녀석들은 신이 났고 나는 차 하부청소가 되겠구나 싶어서 좋았던 집에 오는 길.

내일은 비가 좀 안왔으면 좋겠다. 내일은 뭐하지...

나도 어린이면 놀고 싶었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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