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놀러왔던 지인이 서울 가는 날이다. 어제 저녁부터 이모가 간다고 서운해하던 아이들은 마지막 날인지라 더 많이 놀고 싶다.
오늘 첫번째 코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흘분교. 이모랑 꼭 가고싶다고 해서 시소도 타고 정글짐도 오르고 그네도 타고 축구도 했다. 바람이 엄청 불고 쌀쌀한 날이었는데도 첫째는 축구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교문이 하루종일 열려있는 학교. (사실 '문'이 없다) 시간만 되면 닫히고 드나들 때 마다 출입기록을 쓰고 신분증을 맡겨야 하는 서울의 학교는 얼마나 삭막한가. 두번째 왔지만 여전히 선흘분교는 매력있다.
함덕에서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멘도롱장이 이번주는 김녕에서 열린다고 해서 오늘 물놀이는 급하게 김녕으로 수정. 난 워낙 김녕이 좋으니까 괜찮아! 점심무렵 물놀이를 시작해 놀다가 멘도롱장에서 구경하고 집에 들어오는 일정으로 출발했다. 잔뜩 흐리던 하늘이 개고 햇볕이 쨍 나는게 물놀이하기 진짜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김녕에 도착하자 바람이바람이... 텐트를 치는 것도 어렵고 무사히 텐트를 치고 줄로 매어놓았지만 놀아도놀아도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모래를 파고 또 파고. 추우니 물에 못들어가서 정말 모래만 계속 파서 한라산 모양의 모래성을 완성했다. ㅋㅋㅋㅋㅋㅋ 부산이 고향이어서 어릴적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아주아주 많이 했다는 지인 덕에 아이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성을 만들었다. 아무리 땅을 파고 놀아도 너무 한적한 바닷가가 수상해서 인스타를 살펴보니 강풍으로 멘도롱장은 취소. 아놔. -_- 멘도롱장 날짜에 맞춰 바다에 가느라 맑은날 못놀았는데 이럴줄 알았더라면 금요일에 바다에 갈걸!!!
얼른 집에 돌아와 씻고 월정리 구경. 월정리는... 성수동 같았다. 골목골목 가정집들은 거의 음식점이나 커피숍, 소품점으로 바뀌어 있었고 바뀌어 가고 있었다. 심지어 해안도로에는 쇼핑몰도 생겼다. 상업의 손길은 얼마나 뻗어나가려나... 덕분에(?) 예쁜것도 꽤 사고 많은걸 구경해서 신났지만, 삼청동이나 연남동처럼 변하지말기를. 변해도 조금 천천히 변하기를. 근데 그것도 그냥 내 욕심이겠지.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 날이 맑았더라면 해질녘 하늘이 진짜 예뻤을텐데 아쉽다. 이모와의 마지막 한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차 안에서도 끊임없이 퀴즈를 내던 우리집 녀석들. 그치. 나도 이모랑 삼촌이 우리집에 놀러오면 헤어질 때 마다 가지말라고 울었던 것 같아. 그래서 나 자는 사이에 몰래 집에 가기도 했었지. ㅎㅎㅎ 아쉬운 건 나도 마찬가지. 역시 있던 사람이 가는건 누구라도 허전한 일이다. 그것도 나흘을 거의 함께 했더니 더더욱. 찾아왔던 이가 서울로 떠나자 비로소 내가 여기 살고 있구나 싶다. 비록 한달살이지만 여행자와 사는 사람의 마음은 이토록 다르구나. 나는 내일부터 다시 제주에서의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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