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1-5일차도 없는데 난데없는 6일차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6일차여서 제목을 그렇게 붙여봤다.)

인류는 COVID-19라는 녀석을 만나 전례 없는 전 세계적 고생을 하고 있다. 아무리 지구인이 모두 위험하다해도 마스크 잘 쓰고 다니면 무탈할 줄 알았는데 졸지에 자가격리자가 된 썰을 풀어보자.



D-day
어린이의 학교에서 오전10:17에 전화가 왔다. 난 10:00에 출근했는데. 이런 시각의 전화는 대체로 불길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어린이 학급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모두 귀가조치+코로나 검사를 해야한단다. 하루종일 회의가 잡혀있던 날이라 급히 동거인에게 전화해 귀가시켰다.

그리고 그날 저녁6시반 무렵. 평온하게 저녁밥 준비를 하려는데 카톡이 하나 왔다. 역학조사 결과 어린이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즉시 자가격리에 들어가며, 보호자 1인도 함께 자가격리라고. (아 뭐라고 이것드라????)

저녁밥이고 뭐고 영혼이 나간채로 덩그러니 30분을 앉아있었다. 영혼은 나갔지만 극j형 인간답게 당장 일주일간의 일정을 머리속에서 다 조율하고 나서야 밥을 먹었다.

D+1
보건소에서 오전10시경 전화가 왔다.
자가격리 통지서와 키트가 집으로 비대면 배송될거고,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면 연락이 올거고 지침을 다시 알려줄거다.

하루종일 기다려도 아무 연락도 안온다. 나보다 며칠 먼저 자가격리 체험을 하고 있는 친구 얘기에 따르면 앱을 깔고 매일 체온 측정을 하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데 그냥 방치되고 있는 우리.

보건소에 오후5시에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한시간 뒤 퇴근할테니.

우리구에 자가격리자가 많아져 처리가 늦어지고 있고 연휴라 다음주 화요일에 해준다고… 아니 지금 자가격리 시킨게 우리를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그런거 아냐? 감시 안해? 국민을 겁나 신뢰하는구만?

D+5(6일차,오늘)
키트 왔고(키트래봐야 진짜 뭐 별거 없음) 앱 깔라는 문자도 왔다. 생각보다 시시해서 실망.

우리는 착실하게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잘 살고 있다. 나야 워낙 집에 있는게 좋으니 괜찮은데 어린이는 그네가 너무 타고 싶다고… 그리고 동거 어린이는 등교를 위해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아야하는 형벌을 받고 있다. 그래도 어린이 입장에서 감금보단 코찔림이 낫지…

직장도 리모트워크 가능한 직장이라 괜찮은데, 모니터와 키보드가 너무 불편해 죽을맛이다. 모니터 사고 싶고 키보드 사고 싶은데 매일 참는 중. 왜냐면 나는 비싼거 사고 싶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자가격리 당해도 괜찮을 줄 알고는 있었는데 예상보다 더 괜찮아서 나 스스로도 ‘이 정도로 집순이었다니!’ 놀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배달시스템에 박수를 보낸다. 안오는게 없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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