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지인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라 낮에 과하게 놀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는 날씨였다. 누가 봐도 바다에 가야하는 그런 날씨. 아이참 어쩌지...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함덕으로 갔다. 바다에 가기 전 첫째는 이웃집 아이들과 얼음땡을 한참 하고 있었는데 더 놀고 싶다고 하던 와중 그 집도 함덕에 간다고! 그래서 아이들끼리 만날 장소를 튜브 대여소 옆으로 정하고 각자 출발.
바닷가에 가서 튜브대여소로 가니 이웃집 형제 중 동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바로 합류해서 그집 형제들과 거대한 모래구덩이를 파기 시작했고, 둘째는 날씨가 맑으면 튜브 빌려주기로 한 약속을 기억해내서 튜브를 빌렸다. 캐릭터 그림을 싫어하는 따님이 고른 것은 성인용 심플한 노란색 튜브.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몸이 쏙 빠질것이 분명하므로... 잘 달래어 공주그림의 튜브를 빌렸다. (왜 튜브에 여아 남아 구분이 있는것이며 여아는 왜 공주란 말이냐.)
둘째와 나는 오붓하게(?) 바다로 들어갔고 함덕 바다는 워낙 얕아서 걸어가고 또 걸어가도 물이 무릎밖에 오지 않았다. 이쯤되니 너무 얕은게 좀 원망스럽고... 어쨌든 더 걸어들어가 튜브를 탔다! 처음에 바닷물에 넘실대는게 좀 무서웠던지 가까이 잘 붙어있으라고 신신당부하던 녀석은 슬슬 즐기기 시작했고 꺅꺅거리며 잘 놀았다. 빠져봐야 자기 허리정도의 물이지만 그래도 조금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게 바다의 재미지. ㅋㅋㅋㅋ
코빼기도 보기 어려운 첫째를 넓은 바닷가에서 찾아내어 다시 집으로 출발. 한참 놀고 있는데 집에 가자고 하니 나도 좀 아쉬웠지만 이웃집 형제들에게 다음에 또 같이 오자고 약속하고 집으로 왔다. 이제 바닷가에 가는 요령이 점점 생겨서 짐은 줄었는데 왜 모래 털어내는 시간은 줄지를 않는가... 아우 이래서 바다 물놀이는 귀찮아...
집에 돌아와 씻고 옷 갈아입고 애월로 출발. 무려 1시간을 운전해서 도착했는데 참 신기한게... 3박4일 여행오고 할 때는 제주도를 한바퀴 돌기도 하고 가로지르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한달살이 하는 동안은 30분 넘어가면 너무 멀다. 실제 거리로는 정말 멀기도 하고. 암튼 멀리멀리 애월에 도착했는데 직접 지은 한옥에 살고 계신 분이다. 도착해서 대문에 들어서니 상상했던 것 보다 더더더더 부러웠다. 집도 예쁘고 마당도 예쁘고... 이런 집에 살면 한달간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있을 수 있겠더라. 그게 내가 꿈꾸는 삶인데. 게다가 내 손으로 지은 집이라니...
차려주신 고기와 회와 한치물회를 신나게 먹고(놀랍게도 나 제주와서 회 처음 먹었다...엉엉), 아이들은 뒷마당에서 쪽염색도 해보고 잡초도 뽑고(잡초뽑기를 산삼캐기만큼이나 재밌어하던 아이들 ㅋㅋㅋㅋ) 매우 즐거운 시간... 둘째녀석이 "엄마, 나 제주에서 마당있는 집에 살고 싶어."라는데 나도 그래 얘야. 나도 너무 이런집에 살고 싶어... 너무 잘 놀았던 우리 어린이들은 그 집에서 나와 차 출발하자마자 "그 아저씨 보고 싶어"와 "또 놀러오고 싶어"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 분명 어른 둘이 사는 집인데 어린이 맞춤형 프로그램 같았던, 마치 친정집 방문 같았던 날이었다.
그나저나 엄청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제 만난것 같은 느낌은 페이스북 덕인걸까, 각종 메신저 덕인걸까. 아니면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걸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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