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다 완성했는데 크롬의 비정상적 종료. 티스토리는 임시저장된 내 글을 없애버렸다. 흥이 나지 않는 상태로 이 날의 기록을 시작한다.)

제목을 이렇게 쓰니 대단한 것 같지만... 본격 태풍 체험은 아니고 제주가 태풍영향권에 들어서 강풍과 폭우를 체험했다. 밤새 빗소리와 바람소리에 잠을 푹 자지 못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정말 대단했다.

1박2일로 놀러온 둘째의 친구 가족이 있어서 차마 이날마저 집에만 있을 순 없었기에 일단 비오는 날 가려고 눈여겨둔 제주해양동물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 들어가는 길목부터 아기자기하게 꾸며둔 것이 마음에 들었고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맞이해준 개복치가 있어 더욱 매력적이었다. 이미 죽은 해양동물들로 박제를 만들었다는 이곳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특히 초등2학년인 첫째는 탐구자의 자세로 박물관을 살폈다. 그런데... 나도 좀 신났다. 개복치가 그렇게 큰지 몰랐고, 상어의 종류마다 이빨이 다르게 생긴것도 몰랐으며, 거북이 등딱지의 촉감이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입장할때 어린이들에겐 워크시트도 주는데 컬러링과 스탬프찍기 등 도구도 잘 준비되어 있어서 좋았다. 흡족한 마무리까지 있는 곳.

그렇게 박물관을 나서려는데... 비가 하늘에서 콸콸 쏟아진다. 빗발이 약해지길 기다려야 하나...를 고민하다 내린 우리의 결론은 '태풍인데 잦아들리 없다. 가자.'였다. 우산을 썼지만 차 문을 열고 우산을 접고 타는사이 홀딱 젖게 되는 상황. 차에 탔는데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하하하.... 아이들과 나는 서로 누가 더 젖었는지 징징대며 배틀을 하다가 '비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거야'라는 자연의 힘을 깨달으며 훈훈하게(?) 마무리.

그런데 비가 정말 심상치 않다. 아니 '물'이 심상치 않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하늘에선 계속 콸콸 쏟아졌고 도로에도 물이 콸콸 흘렀다. 도로인지 냇물인지 모를 지경. 차가 달리는지 떠내려가는지 분간이 어렵고 그런 장면을 보며 차속에 앉아있노라니 홍수에 차가 떠내려가고 돼지가 떠내려가는 것이 지금 바로 우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은 짝꿍이 하는데도 내 손은 꽉 쥐어지고 다리엔 힘이 들어가서 어깨가 결려오는데 내릴때까지 몰랐다. 엄마아빠는 잔뜩 긴장하며 그렇게 비오는 제주도 중산간도로를 달리는데 아이들은 해맑고 신기하다고 한다. 그래... 너희라도 즐거우렴. 근데 진짜 무서웠어.

겨우 달려(기어?) 도착했는데... 그 다음이 더 신기했다. 비가 잦아들자 시냇물같고 연못같았던 그 도로들이 산뜻뽀송하다. 아니 이것이 현무암 섬의 배수 클라스인가... 이래서 제주도는 홍수가 없단 것인가... 서울같았으면 역류다 뭐다 난리난리 물난리가 났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지.

저녁에도 비는 계속 쏟아지다 잦아들다를 반복했지만 바람만은 더 강해졌다. 집 현관문을 열면 바람에 문이 날아가듯 열렸고, 차 문을 열면 닫기가 힘들었다. 육지에서 한줄로 접하던 '제주도 태풍영향권'이 이런 것이구나. 섬의 강풍과 호우는 이런 것이구나. 섬 사람들은 이런 일을 그냥 일상으로 살아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진짜 태풍이 강타하면 얼마나 대단하고 무서울까...

비행기는 오후 5시경부터 무더기로 결항됐다. 저녁에 올라가기로 한 둘째의 친구는 발이 묶였고, 토요일 비행기표는 귀경길 기차표처럼 눈에 보이던 표들이 빛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 저녁 8시 표를 구했고 정확히 23시간 일정이 미뤄졌다. 친구와 더 놀 수 있는 어린이들은 기뻤다.

입구에 있던 시. 마음에 들어 기록으로 남긴다.
탐구하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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