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2/3)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200만이었다고 한다.

매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엄마집에 갔다가 나오는게 늦어져서 (이날 나는 집회장소와 집과의 거리가 집회 참여동기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음) 10시 조금 넘어 시청역에 내려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본대회는 이미 종료.

아주 편하게 - 처음으로 - 사람다운 거리를 유지하며 광화문 광장을 지나 청와대쪽으로 향했다.

차벽 한 번 보고 올 요량으로.


광화문 사거리, 광화문, 영추문을 지나 저 멀리 차벽의 끝이 보인다.

그동안 맨날 사람에 치여 만나길 포기했던 차벽이 반갑기까지 하다.

그런데... 막상 차벽 앞 열걸음 정도까지 다가가자 나는 긴장했다.

정확히는 내 몸이 긴장했다는 것을 내가 알아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차벽 근처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 소리도 지르고 구경도 하고 다시 돌아가는 시민들.

해맑고 즐거워 보이는 그 사람들은 나랑 뭐가 다르지?


아, 저 차벽이 물대포를 쏘는 바로 그 장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의 차이인가?

물대포를 맞아보거나 눈앞에서 보지 못한 것의 차이인가?

아무튼 나는... 금방이라도 물을 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것이다.


이상야릇한 마음을 안고 뒤돌아 오는데 경찰에서 해산 방송을 한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데모하며 그렇게 다정한 해산 방송은 처음 본다.

내용은 다르지 않았다.

"시민 여러분. 신고된 집회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런데 내가 듣던 말투는 강하고 명령조의, 빈정거리거나 협박하는 말투였는데... 이 날 내가 들은 말투는 애인인 줄... -_-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남편과 나는 깔깔 웃으며 경복궁 길을 돌아서 나왔다.


경찰이 무섭지 않은 200만의 시민들.

이것은 평화집회의 힘인가, 쪽수의 힘인가, (경찰에 맞아본 적 없는)경험의 부재인가.

매주 집회에 참가할 수록 의문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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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150만 집회에 다녀왔다.

처음 100만이 모였다고 할 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이라고 하기엔 넓지만)에 모인 것이 신기하기만 했고 그저 신이 났다.

그런데 150만이 모인 집회에서는 마음이 달랐다.


시청역에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데 온통 가족들이었다.

중학생 쯤 되어보이는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

눈시울이 뜨거웠다.

토요일 저녁 가족들이 도란도란 모여 밥을 먹고 있어야 할 시간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프레스센터 앞까지 가는데 한참이 걸렸다.

프레스센터 앞마당을 보니 언론조노 깃발이 보인다.

그래, 내가 저런 조직에 있었지... 괜히 실실 웃으며 광장으로 향했다.


'아침이슬' 노래가 들린다.

'누군가 만든 영상을 보고 있나 보군'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광장의 분위기가 다르다.

전광판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이럴수가, 양희은이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훌쩍,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음원으로만 함께 부르던 노래를 진짜 사람이 부르고 있다니.


너무 많은 사람에 지쳐갈 때 쯤... 행진이 시작됐다.

광화문사거리-종각-안국동-경복궁 쪽으로 걸어갔는데... 종각역을 지날 때 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2008년에도 참 세상 달라졌다고 느꼈는데, 이건 정말 뭔가 싶었다.

집회에서 소녀시대 노래도 나오고,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도 나왔다.

신기하다. 이게 뭐지.


집회 때 마다 전경 앞에서 후덜덜하고 1001, 1002, 1003을 만나면 쫄던 시절도 생각났다.

워낙 달리기가 느려 동뜨는 집회 때마다 긴장하고, 뛰다뛰다 안되면 '지나가던 시민' 코스프레하던 것도 생각났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부시 방한 반대 투쟁... 2001년인지 2002년인지 겨울... 동대문까지 뛰어갔네.)

글 쓰다보니 99년 학교 정문앞에서 날아오던 돌을 봤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때는 정말 그냥 지나가던 학생시절...)

언론노조 있던 시절에도 우리가 금속처럼 피터지게 싸우고 옥쇄투쟁하는 곳은 아니었기에 언론스럽게 문화제하고 집회하고 그렇게 살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들었던 생각.

그래봐야 내가 데모했던 건 2000대로 접어들어서 였으니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물론 대추리에서 야밤 담벼락에 쪼그리고 숨었던 살벌했던 기억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꽃병도 파이도 모르는 세대다.

80년대 가투했던 선배들을 생각하면 명함은 커녕 이름 꺼내기도 민망하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이렇게 도로를 걷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이런 세상은 정말 우리가 조금씩 싸워서 얻어낸 세상일까?

투쟁했던 선배들, 그리고 우리세대가 만들어낸 것일까?


주변의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

그래서 이제 누가 대통령 하는거야?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야?

운동권 저 변두리에서도 잔챙이, 잠깐 발 담근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나는 모르겠다.


누구의 프레임대로 가고 있다느니, 지금 저들은 뒤에서 거래를 한다느니, 100만명은 휘둘리고 있다느니 참 말 많다.

민중에게 답이 있다? 그것도 나는 모른다.


되게 상투적인 표현인데 격변의 시대.

모두들 처음 겪는 이 시대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만큼이나 도무지 모르겠는 글이 되어 버렸다.

내 마음 같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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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초에... 운전면허증 적성검사기간 만료를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기초적이기 이를데 없는 그 검진. 
그런데 경력단절 관계로 그 기초검진조차 6년만에 받았다. 

그 검진의 특징은 다들 알다시피 학창시절 신체검사의 느낌이어서 너도나도 다 정상인 결과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사가 흉부엑스레이에서 폐 쪽에 결절이 보인다며 CT를 권했다. 
"분명히 아무 이상 없을 가능성이 95%인데요 그래도 이럴 경우 진찰을 받아보시길 권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게 지금 뭐래는건지...

돈을 주고 건강함을 확인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세브란스에 진료예약을 하고 뒹굴거리던 어느날 저녁. 
사람인지라 걱정이라는게 시작됐고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였다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실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돈을 주고 건강함을 확인해야하는 이유가 더욱 생긴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싫어하는(가족 중 큰 병 앓아본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싫어하는) 종합병원의 지난한 과정 수납-대기-수납-대기-촬영-대기-문진-대기-진료의 과정을 거쳐 돈을 주고 건강함을 확인했다. 
걱정할 상태가 전혀 아니며 흔한 증상이지만 추적관찰 하자는 아주 평범한 진단을 받고 6개월 후 다시 이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러 와야한다. 

그래서 결론은 건강하다. 
종합병원에서 대기하느라 소모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우롱밀크티와 크로아상을 먹어야겠다. 



위의 글을 쓸 때만 해도 내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으나, 병원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내가 차를 몇층에 주차했는지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어느 위치에 주차했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방향감각은 정상작동) 지하 3~6층 중 대체 몇층이었더라.
내차 위치 확인하는 시설이 되어있어 차 번호를 입력했는데 하필... 첫번째 주차했던 장소만 뜬다.
(본관에 주차했다가 너무 멀어서 진료받는 건물로 이동해서 다시 주차함)
차를 찾지 못할거라는 두려움 보다(지하 3~6층 어딘가 있겠지) 내가 차를 찾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고 무서웠다.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 자의 몸은 무의식의 세계에선 이미 내 것이 아닌가보다.
두 녀석들을 두고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나도 인지하지 못한 나의 마음이 꽤나 힘들고 긴장했던 모양이다.
이제 편히 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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