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에 내가 몇번째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첫째 녀석 18개월에 함덕 잔디밭에서 뒹굴거리며 놀았던 기억, 둘째 네살/첫째 여섯살에 캠핑카라반에서 하루 잔 기억이 있는 곳이다. 다행히 두 녀석 모두 캠핑카에서 잔 기억은 가지고 있어서 해변을 기억하는 것 같진 않지만 왠지 반가워해줬다.

둘째날이라 아침에 나는 아주 뭉기적 거리고 있었고(첫날 너무 힘들었어...) 애들은 새 집과 마을 구석구석을 익히고 노는 중이었다. 물론 둘만의 놀이도 제주집에서 이어지고 있었고. 그래서 느즈막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함덕해변 앞 해녀김밥집에서 전복김밥을 먹고(맛있었는데 가성비는 좀...) 해변에 나갔는데 글쎄... 6월 말인데 해수욕장 개장! 게다가 사람도 많아!!!!

사람들과 파라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돗자리를 주섬주섬 깔았고, 애들은 모래 삽을 들고 모래로... 터전에서 갈고 닦은 삽질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땅파기에 돌입. 열심히 파고파고 또 팠는데 안타깝게도 밀물이어서 나중에는 물에서 놀았다. 둘째는 용감하게 튜브타고 싶다고 했고, 내가 수영복을 입지 않아 다음에 수영복 입고 같이 튜브타고 놀기로 했다. 내가 수영복을 입지 않은 이유는... 이렇게까지 본격 해수욕 시즌인지 몰랐지;;;

그렇게 낮에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왔더니 저녁차리기가 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었지만... 먹고는 살아야했기에 3분짜장을 데워 먹었다. 저녁을 먹다 문득, 평소보다 두세배는 움직이는 우리가 평소보다 절반 정도만 먹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나야 괜찮지만 애들은 영양실조 되는게 아닌지... 노는 에너지를 조금 아껴 먹는데 사용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둘째날이었다.

(글의 제목을 쓰고 도착한 날의 비를 떠올리다 보니 도착하자 마자 벌어졌던 사건이 생각났다. 그건 마지막에 쓰겠다. 기록의 중요성...)

결혼 후 제주도에 올 때마다 비오는 날이 늘 있었고(아닌 사람도 많던데...) 6월말이 장마 시작이라 비가 온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서 비오는 것 자체가 불편하거나 하진 않았다. 예측되는 일은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애들 둘과 어른은 나 혼자인 상태로 비오는 제주에 도착하는건 부담스러웠다. 당일 가져갈 짐을 최소화 하느라 최대한 짐을 미리 차에 실어 보냈지만 그래도 짐은 있었고, 짐이 가득 실려있는 차를 빗길+초행운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각보다 컸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한달 살 집에 도착했고 팔 힘이 없는 내가 혼자 한달치 짐을 비를 맞으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서 짐을 다 옮겼다. 아이들은 엄마를 열심히 도왔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가벼운 짐 몇 개였고 큰 상자와 큰 캐리어는 내가 다 옮겼다. 내가 이렇게 힘이 센 사람이었나 의아할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며 '이런게 엄마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짐을 반 정도 옮겼을까... "엄마, 나도 물총놀이 해도 돼?"
앞마당을 보니 아이 두 명이 물총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걸 보니 새로 산 물총을 가져온 아홉살 녀석은 마음이 동했던 것. ㅋㅋㅋㅋ "그래~ 몸 다 젖을텐데 그 옷 입고 해도 되고 수영복 입고 해도 돼~"라고 하니 깔끔한 이 녀석 수영복 위치를 묻고 주섬주섬 갈아입는다. 중간에 엄마랑 오빠를 잠시 놓쳐 울고 있던 일곱살 녀석도 눈물을 훔치며 슬슬 수영복을 찾는다. 그래그래, 이렇게 비와도 잘 놀려고 여기 온건데. 나도 신난다.

 

+ 잊고 있었던 우여곡절 1

우여곡절이라고 하기에도 어이없는 대사건이었는데... 차량을 탁송으로 보냈다. 한달 전기차 렌트를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한달은 렌트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고 장기렌트(리스)를 알아봤는데 거긴 전기차가 없고... 아무튼 전기차의 메리트(기름값 없음)를 느끼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일반차 렌트도 거의 탁송가격이랑 맞먹는지라 그렇다면 우리집 차로. 특히 렌트는 완전자차로 하면 가격이 아주 높이 뛰어버려서... 아이들과 맘편히 다니려고 차를 배편으로 보냈다. 짐도 가득 채워 보내니 택배 보낼 일도 없고.

그런데.... 추적추적 비내리는 제주공항에서 애 둘과 짐을 데리고 차를 받으러 갔는데 우리차가 아니다?
간만에 성격나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50분 더 기다려 내 차를 만났다.
열받은 상세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감정이 살아나는거 원하지 않음...)

 

+ 잊고 있었던 우여곡절2

1에 비하면 아주 별거 아닌 얘기.

가려고 봐뒀던 식당을 헤매헤매 찾았는데 개인 사정으로 점심영업 마감...
비가 오니 식당 찾기도 어렵고 애들이랑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어서 고생 좀 했네.

제주한달살이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기록은 남기면서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아주 오래 뒤 잊었던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떠올릴 수 있게 하니까. 내 생애 다시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시점마다 되도록 기록을 남기려고 하는 편이다. 에버노트에만 올려놓고 마무리 되지 않아 올리지 못한 남미여행기가 있긴 하지만.... ㅠㅠ

그래도 제주의 기록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라 더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라...

 

시간 순서대로 올리려다가 때를 놓칠 수 있으므로 그때그때 그냥 생각나는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여행계획을 plan B, plan B', plan B''까지 세우는 내가 무계획으로 한 달 살아보는 것 자체가 아주 의미있고, 아이들도 팽글팽글 신나게 놀아보는 경험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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