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은 나에겐 이런 의미로군요.
가을로 분류되는 달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난생처음 기약없는 백수로서의 첫날을 보냈고, 예비엄마 9주차의 삶을 살고 있네요.
아직 겪어보지 않아 임산부의 삶이 앞으로 얼마나 고될지 모르고, 출산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입덧이라는게 너무 힘들어서 내가 만약 둘째를 낳지 않게 된다면 그건 다 입덧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_-
물론 나의 입덧이 남들에 비해 유난스럽거나 심한편은 아닌데(심한 사람은 거의 매일 토하고 물도 삼키지 못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는군요) '먹는 즐거움'을 빼앗아간 생활이 저는 너무 힘드네요.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워낙 '맛있는것 찾아먹기'를 인생의 낙으로 삼았던지라... 뭘 '맘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무척 괴로워요. -_-
제가 경험한 입덧이란 이런것이죠.
하루 24시간 울렁거림을 동반, 하루 24시간 짜증이 베이스로 깔린 상태.
입에 맞는 음식을 먹었을 경우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 잠시 속이 편안해지는데 그건 그때 뿐.
흑.
게다가 울렁거리는 시간이 하루에 주기에 맞게 일정하지도 않고 들쭉날쭉.
나의 컨디션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괴롭힙니다.
내 몸이 나의 제어를 전혀 받지 않는 자유로운상태....으으으
그래서 백수 첫날을 마음껏 누리진 못했어요.
몸이 힘들어서 뭘 진득하니 할 수도 없고 오래 사색을 한다거나 하는건 거의 사치에 가깝기 때문이죠.
그저 속이 편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하루종일 궁리할 뿐이랄까요.
태교? 이런건 속이 편할때나 생각하는 한가로운 얘기일 뿐 ㅋㅋ
여튼.
그래도 출근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으니 한결 낫긴하네요.
나에겐 그 어떤 의무도 없으니까요. 으하하하
비록 지금은 태풍이 다가와 폭우가 내리고 있긴 하지만.
9월이 된 만큼 가을바람이 살랑 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상쾌한 가을바람 만큼이나 내 속도 편안해졌으면 좋겠군요.
그래도 마음만은 신납니다.
전, 백수니까요.
후훗.
살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여러번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평범하게 살아도 삶을 살다보면 뭔가 변화가 생기는 지점은 반드시 만나기 마련.
내가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2010년 8월은 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로 남을 것이다.
1.
직장을 그만둔다.
8월말까지 출근하고 그만두게된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꽤 됐다.
물론 내의 직업이 평범한 직장인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 '노동조합 활동가' 혹은 '상근자'로 불리는 직종이긴 하지만 월급받는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때려칠' 생각을 한구석에 늘 품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 자주 부딪히는 특정인과의 관계 등이 때려치고 싶은 주요요인일 것이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이게 정말 나의 갈 길인가'라는 의문이 따라다녔다.
시간을 5년전으로 되돌려보면...
나는 정확히는 '노동운동'이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에 힘이 되는 일'을 하고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언론노조 상근자 생활.
3차례에 걸친 파업기간동안은 정말 '이 맛에 살지' 싶을 정도로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하지만 5년 내내 반복되는 실무들과, 그 속에 묻혀 별반 나아지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한계를 느꼈던 것 같다.
나 자신의 문제일 수도, 조직의 문제일 수도, 나와 조직의 궁합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나 스스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새로운 길을 찾고 싶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32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애매한 나이.
그래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나름 대략의 계획도 세웠다.
한달은 푹 쉬기로.
먹고 자고 뒹굴고, 그게 지겨우면 점심시간에 직장인 친구들을 찾아 서울시내를 투어하는 계획.
그리고 혼자 여행도 다니며 재충전한 뒤 그간 미뤄뒀던 각종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며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잠시 프로메에 다니다가 언론노조로 왔으니 이 바닥에만 쭉 있었던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이러다 영영 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진정 '휴식'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백수가 되기로.
(사실 나의 꿈은 '한량'이다 ㅋㅋ)
2.
그렇게 결심하자 거짓말 같이 새로운 일이 일어났다.
뱃속에 아이가 생긴 것이다.
마치 나의 퇴직을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소식.
잠시 아이가 생김으로해서 따라오는 경제적 현실들을 생각하며 '헉, 그냥 다닐껄'이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으나 그보다도 내가 그만두길 기다렸다가 아이가 찾아온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다고 하지 않은가. ㅎㅎ
결혼한지 2년 9개월정도.
아이를 기다린지는 대략 8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실제 8개월이라고는 하지만...우리둘다 그냥 운명에 맡긴 타입이라 기다렸다고 하기는 민망하다 ㅋㅋ)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뱃속에 토실이(태명 ㅋㅋ)는 분명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타이밍에 찾아왔다.
마음껏 쉬며 여유로운 삶을 만끽할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비록 한량이 되기 위해 드럼을 다시 배우겠다는 계획은 실행할 수 없어졌지만(아무래도 태교에는 별로일것 같아서 ㅋㅋ)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놀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그냥 백수였으면 눈총 좀 받았을텐데 ㅋㅋ
보기와 다르게 매우 예민한 나는 요즘 몸이 달라지는 것을 매우 느끼고 있다.
임신도 너무 빨리 알아차렸을 뿐만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피곤함과 울렁거림, 불면증 등에 시달린다.
하지만 다 운명이라 생각하며 여유롭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소성격인 약간의 완벽주의나 정확함 예민함 등은 개나 줘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쩝...잘되진 않는다 -_-
이렇듯 격동의 8월을 보내고 있다.
9월이 되면 어떤 삶이 펼쳐질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이 터닝포인트에서 잘 터닝해서 즐거운 방향으로 가야할텐데...허허허
덧붙임.
가장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서 모든 일정을 미루고 집에서 요양중이다.
815에 밖에 안나갔더니 근질근질하네...
그리고 16~22일은 휴가주간이다.
그리고 서류상으로 31일까지 출근인데 실제 몇일까지 나갈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른다 ㅋㅋ
아, 그리고...
새 길을 도모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준 남편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의 진심어린 지지가 없었더라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꺼다.
곡성에 다녀왔다.
애풍연 전수하는데 초대받아서...
정확히는 '강사'로 초청된거긴 한데 그보다는 그냥 옛날얘기하러 놀러갔다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하다.
전수.
얼마나 설레는 이름인가.
하지만 자체전수여서 예전만큼 설레는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선배들이 전수에 놀러오면 왜 그리 심심해하는지 깨달았다 ㅋㅋ
아, 심심하더라.
풍물을 치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쇠채도 챙겨갔다...) 막상 치려니 참 부담스러웠다.
애들도 부담, 나도 부담 ㅋㅋ
그래도 가는동안 설렜고 오는동안 마음이 좋았다.
선배들의 시대와 나의 시대와 지금 후배들의 시대가 같을순 없다.
하지만 분명 당시의 고민은 있었고 지향이 있었다.
시작이 어디였는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아야 앞으로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 터.
부끄러운 강의였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1박2일 일상을 완전히 떠나 오로지 전수와, 맛집을 생각했던 시간.
비록 화려한 여행은 아니었어도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곡성 방문에 급합류해준 고정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어떨땐 참 괜찮은 놈이란 말야. ㅋㅋㅋ
참, 우린 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압록유원지에서....참게매운탕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먹다가 고정훈이 사라졌다해도 모를지경이었다.
7/22~23 전남 곡성에 갑니다.
애풍연 후배들이 자체전수를 간다는데 저한테 뭐 하나 부탁해서...가게됐네요.
전수.
꿈같은 이름입니다.
농활은 가기 전에는 너무 가고 싶지만 버스가 문닫고 출발하는 순간 후회가 밀려오는 반면...
전수는 가기 전에는 좀 시큰둥 한데 막상 가면 미쳐서 놀다가 오니까요. ㅋㅋ
물론 낯익은 동기들과 귀여운 후배들과 가지는 못합니다.
이제 사회인이 된 그들 대신 띠동갑의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이 있겠지요.
그래도 그 먼 곳까지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곳이 전수고, 거기 있는 이들이 애풍연이기 때문일겁니다.
항상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떠올리면 입꼬리가 올라가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죠.
여튼 나름 홀로가는 여행아닌 여행이 되어버렸네요.
무궁화호를 타고 4시간 조금 넘게가서 택시를타고 30분 더 들어가야 하는 곳.
여유있게 혼자 이리저리 쉬다와야겠습니다.
남쪽까지 간거 기왕이면 순천, 고흥, 혹은 여수에 가보고 싶은데 대중교통으로 그렇게 둘러보고 오는데는 한계가 있겠더군요. ㅠ_ㅠ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차편이 애매해서...쩝.
원래 저는 계획적인 유형의 사람이어서 떠나기전 모든걸 미리 짜고 가는데 이번에는 그냥 가보려구요.
곡성역에 일단 내려서 뭘 할 수 있는지 알아보죠 뭐~
내게는 아이폰도 있으니까! ㅋㅋ
그리고 또 모르죠.
근 10년만에 간 전수에 들떠서 열라 악기치다 올지 ㅋㅋ
여튼 곡성에 대한 정보 있으신 분들은 알려주삼~
블로그 관리가 안되네...
뭐 관리라고 할 만큼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글을 남기는 횟수가 점점 뜸해진다.
요즘 내 블로그 유입경로 1위는 바피아노다.
너무 압도적이어서 맛집리뷰를 업으로 삼아볼까 하는 맘이 생긴다.
그 전엔 뭐였냐고?
토마토소스스파게티였다 ㅋㅋ
이건 내가 올린 레시피 때문에.
아, 난 요리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는건가...
근데 오히려 내 주 종목은 따로 있었다.
내 블로그 방문자수가 폭증하는 시즌이 세번 있었으니...
YTN, MBC, KBS파업때였다.
허허
하는 일이 일이니만큼 아주 자유롭게 글을 쓰진 못하지만...(나도 모르게 자기검열이;;;)
비교적 현장감이 있는 글이어야 하는게 그렇지 못해서 좀 부끄럽다.
오늘 놀러와에 나온 이상은이...
자기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 2위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일이라더라.
규칙적인 생활.
틀에 짜여진 공간.
나도 일을 몰아서 하는 스타일이라서 좀 답답함을 느끼는데 음악하는 사람은 더 그렇겠지.
근데 1위가 낯선사람.
아...나도 ㅠ_ㅠ
티비를 보다가 다시금 생각했다.
'역시 난 한량이 제격인데'
언제더라 첫 모임이...
하여간 몇 달 전.
두 달 이나 세 달 정도 전 일거다.
태은, 창권, 은정 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뒤늦은 애풍연 찾기가 시작됐다. ㅋㅋ
사건의 발단은 문창권.
물론 그의 단독 범행은 아니었으나(공범으로는 안태은 되겠다) 주범인 것만은 확실하다.
보고 싶은 풍연애들을 불러주겠다며 5-6년만에(길게는 7-8년) 후배들에게 전화를 해댔고, 바빠서 귀찮아하는 이들과 반갑다며 기뻐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박경우의 결혼식 앞풀이를 핑계로 못보던 얼굴들이 한 번 더 만났고 연주의 급벙개 문자가 지난주 목욜에 날아왔다.
그리하여 지난주 금요일에 만난 멤버는 연주, 메케, 민경, 태은, 보임, 창권, 진우, 병헌.
이 안어울릴 것 같은 조합은 몇 년만에 신났고 희한했다.
99년에서 01년에 걸쳐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것을 하며 살았던 사람들.
뭐 갈등도 있었고 즐거움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는 짧게, 누구는 조금 길게... 우리가 그 시절을 정말 뜨겁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안부를 궁금해하고 그토록 보고싶어 하는 것이겠지만.
같은 기억을, 같은 경험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지금은 각자 너무도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원하는 직업을 찾기도 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기도 하고, 파란만장한 일을 겪기도 하면서 참 다양하게.
신기한 것은 그래도 사람들이 정말 똑같다는 것. ㅋㅋ
오늘 출근길에 문득 느꼈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평범하게 살고 있는 그들을 조금 원망했을 것 같다.
왜 좀 더 진보적으로 살고 있지 않은지, 왜 자신의 삶만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근데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가슴속의 불씨 정도는 보였나보다.
(근데...지금도 역시 맘에 안드는 인간들은 꼭 있다 -_-;;)
여튼 우리는 뒤늦은 애풍연 동문찾기에 나섰다.
박연주와 문창권이 잘 해내주어야 할텐데 ㅋㅋ
마구 설렌다~
말그대로 오늘의 일기.
따로 제목을 달기는 좀 부담스럽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절거릴 예정이어서 제목을 뽑기도 뭐하고. ㅋㅋ
1.
오늘 낮에 결혼식을 가다가 문득 차창밖을 보니 비는 (잠시) 그치고 참 흐리고 시원한 날씨더라.
그 하늘을 보니...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나는 흐린날씨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내가 기억하는 범위내에서 아마 중학교때부터 대학교 1~2학년때 까지였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맑은날을 좋아하게 됐고 흐린날을 좋아했었다는 것도 잊고 살다가...오늘 다시 생각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흐린날이었다는 것이.
한번도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때는 단지 비오면 젖어서 싫고 맑으면 덥고 햇볕이 따가워서 싫은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근데 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런 물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내 삶이 그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흐리고 서늘한 그런 삶.
내가 선택한적도 없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힘들었던. 긴긴 터널을 지나온 그런 시절.
돌아보니 참 잘 견뎠구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오느라 마음은 많이 다치고 아팠을텐데.
2.
오늘 6.15 10주년 기념 마라톤대회가 있었다.
근데 솔직히...가고싶지 않았다.
일단은 몸이 너무 힘든 물리적 이유가 가장 컸지만, 그 보다도 내 안에 여유가 없는 것이 주요한 이유인 것 같다.
사실, 비오는 날 힘든데 굳이 거길 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행사의 의미를 알기에 참석하는 것이다.
내가 행사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 나는 '나'에게 집중하느라 '내가' 힘든 것을 자꾸 외면하는 중이다.
(아, 이것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여유가 없으니, 나 외에 돌아보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상처보다 지금 나의 마음이 더 급하달까?
객관적 상황보다 나의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게된다.
하지만...행사시간 내내, 그리고 그 이후까지 나를 압박하는 부채감에 또 괴롭다. -_-
신경끄지도 못할꺼면서 쿨한척 불참이라니...아이고 한심하고나~
3.
전망에 대한 고민은 이게 대체 몇년째인지.
아마 이 바닥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많겠지만...가끔 자신의 활동방향을 확실히 잡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어떻게 그런 확신이 드는거지?
여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현실세상을 떠나 객관적으로 상황과 나를 보며 여유를 찾는 일이다.
시간적 여유나 물질적 여유가 아니라 정신적 여유.
밀려오는 일들이나 떨어지는 일들을 해치우는 것은 잠시 접고 인생을 어찌 살아야할지 설계할 시간.
딱 그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나는 또 오늘 휴식을 꿈꾼다.
고백하건데 휴식을 결심했다가 엊그제 이틀간 잠시 흔들렸었다. ㅎㅎ
사람이란게...사람에게 참 약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가 참 부끄럽다.
4.
언젠가부터 이렇게 번호를 매겨 다른 주제로 떠드는걸 좋아하고 있다.
처음엔 전달사항 따위를 전하기 위해 쓴건데 이젠 이게 너무 편하다.
잘 정돈된다는 장점도 있지만(마치 실험노트처럼;;;) 문단과 문단사이의 유기적 결합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글쓰기 연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 -_-
그래도 뭐, 내가 편하면 장땡 아닌가! ㅋㅋ
내일은 집회에 나가야겠다. 훌쩍 ㅠ_ㅠ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한번에 8표를 행사해야하는 무시무시한 선거였다.
서울시 마포구에 살고 있는 나는.
서울시교육감, 교육의원, 서울시장, 마포구청장, 서울시의회의원, 마포구의회의원,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마포구의회 비례대표를 뽑아야했다.
이명박 정권의 중간심판이라는 선거의 주된 키워드는 복지 vs 개발 이었다.
무상급식과 4대강으로 대표되는 두개의 키워드.
결과는 복지쪽의 절반의 승리였다.
(하지만 개발쪽의 참패였다. ㅋㅋ)
선거가 끝난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쓸 작정이었다.
아, 물론 블로그에.
그러나 무한도전 빰치게 재밌는 선거방송을 보느라 나는 새벽에 잠들었고, 어제는 너무 피곤+일 산더미라 포기.
결국 편지는 물건너갔고, 선거로 인해 들었던 여러가지 생각을 갈무리하는 것으로 대신하려한다.
1.
이명박아, 고마워.
충청도 사람인 울 엄마.
사실 정치에 그리 민감하지도 않고 관심도 별로 없는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인 우리 엄마는...
고백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대통령 선거에 김종필에게 표를 던진 것이 마지막이다.
(본인도 정확히 기억못하시는데 아마 김영삼 때가 아닐런지...)
여튼 마지막 투표가 근 20년이 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부산서 태어나 늘 한나라당(예전에 민자당, 신한국당 등등 여러이름이 있었겠지만)만 찍던 아부지...
아직도 80년 광주에서 그런일(우리는 '민중항쟁'이라 부르는 일을 '사건'이라고 표현하심;;;)이 일어난 것이 몇몇 간첩들의 회유로 그렇게 됐다고 믿으시는 분이다.
(진심으로 부끄러운 대목이다)
그런데.
그러던 두분이 이번 선거날에 나를 기다리셨다.
"이명박 하는 짓 꼴보기 싫어서 다른 놈 찍어야겠는데 누굴 찍으면 좋으냐?"는 이유로!
정치에 무심한 아줌마와 보수세력인 아저씨가 '민주세력'을 지지하고 나선 우리집의 대사건이었다.
두분이 사이좋게 투표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걸 보며 눈물이 날뻔했다. ㅋㅋ
심지어 우리엄마는 "심상정을 찍고 싶었는데 사퇴해서 아쉽다"며 나에게 감동 쓰나미를 선사했다.
(나의 진보신당에 대한 감정과 무관하게, 엄마가 진보정치에 눈을 뜬 것에 감동...아아...엄마~)
2.
서울에도 참교육을!
사교육,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입시지옥, 교육비리...
교육이 잘되야 제대로 된 사람이 길러지는 건데...
서울은 이미 거대한 입시학원 같았다.
넘쳐나는 학원과 과외.
그리고 학군때문에 이사다니는 부모들.
그래서 '서울'에서의 교육감선거는 다른 어느지역보다도 중요했다.
서울 어느지역에 살더라도 입시가 아닌 사람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했다.
뭐 예상대로...
남의 자식은 굶거나 말거나 내 자식만 서울대가면 그만이라는 강남, 서초, 송파의 어른들은 '전교조를 처단'하겠다는 보수후보에게 몰표를 보냈다.
하지만 상식적인 어른들은 안전한 무상급식과 참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곽노현 교육감을 지지했다.
너무도 바랬던 일이어서 당선된게 오히려 꿈만 같았다.
개표내내 끝까지 경합을 벌여서 더 긴장하고, 긴장한만큼 더 기대하고.
정작 실현되고 나니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기쁘다.
이제 선생님들이 사람을 키우는 교육을 펼칠 수 있길 진정으로 기대해본다.
3.
민주세력? 단일화?
이번 선거는 단일후보가 많았다.
민주진보세력이니, 반MB연대니 하는 말들이 흘러넘쳤다.
(난 위에서 '복지'세력이라고 했다만 ㅋ)
나 민주당 싫어한다.(인간 한명숙은 좋아하지만)
노무현? 싫어한다.
하지만 단일화에 동의해서 그래서 한명숙을 지지했다.
그리고 진보신당도 싫어한다. (진보정당 분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회찬도 싫어한다. (조선일보 창간90년 기념식에 간거 절대 이해못한다.)
하지만 단일화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건 절대반대다.
물론 단일화했으면 한명숙이 이겼을수도 있다.
이겼을수도 있다는건 졌을수도 있다는거다.
그리고 노회찬 득표수 14만표.
이명박이 싫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진보적인 시민이 14만명이나 있다는건 매우 고무적인일이다.
단일화를 하건 하지않건 그것은 그 정당과 개인의 선택이다.
매국노로 몰릴일은 아닌거다.
단일화 안된게 선거 이틀전에 일어난일도 아니고...한명숙 캠프에서는 당연히 단일화 안됐을경우 당선전략을 짜서 선거에 임했어야 하는게 맞다.
근데 왜 뒤늦게 욕하는거지?
만약 오세훈과 표차가 2-3만표가 아니라 여론조차처럼 20만표였으면 욕안했을껀가? -_-
실력부족을 탓하자.
민주당의 준비부족과 한명숙을 지지했던 이들의 능력이 그냥 여기까지라고 판단하자.
14만표나 얻은 노회찬 욕하지말고...
(다시한번 밝히건데...개인적으로 안좋아한다 노회찬.)
그리고!
이번 민주당의 당선과 득표는...절대 민주당 좋아서 아니다.
이명박이 너무 싫어서다! 너무너무너무!!
4.
투표종료 저녁6시. 개표완료 아침 9시 -_-
투표시간이 아침6시부터 저녁6시다.
별루다.
저녁 9시까지는 해야되는거 아닌가?
정말 투표율을 올리고 싶으면 투표시간을 늘리던지, 그날 일하는 회사는 벌금을 물리던지 하자.
그리고 개표는 왜이리 오래걸리나?
선관위에서 사람을 늘리거나 기계를 늘리거나 했어야 한다.
애초에 선관위는 투표율이 올라가는게 싫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개표하는데 힘드니까 .-_-
5.
민주노동당
나는 민노당 당원이다.
근데 민노당 찍을 곳이 시의회 비례대표밖에 없더라 ㅠ_ㅠ
표는 8장인데 흐흑...
단일화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막상 표를 받아보니 섭섭함이 밀려왔다.
그래도 많은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의원, 기초단체의원으로 당선됐다.
(물론 떨어진 사람도 많았다. 출마자에 아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중 당선된 이는 아무도 없었다 ㅠ_ㅠ)
어찌나 기쁘던지.
단일화 하며 묵묵히 '남의집' 선거운동을 도와주며 속앓이했을 많은 당원들... 정말 수고하셨다...
6.
어라? 글이 정리안된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건 6월 4일...근데 오늘은 7일....
주말에 여유를 가지고 새벽녁에 마무리하리라...했으나 주말에도 완전 바빠서 손도 못댔다 -_-
그래서?
그래서 무책임하게 발행한다 ㅋㅋㅋ
정말 이 시간에는 무슨 글짓는 호르몬이라도 나오는건지...
아니면 글쓰는 욕구를 자극하는 바이러스라도 있는건지 참 주절주절 떠들고 싶게 만든다.
그것도 노트북 앞에서;;;
애니웨이.
정신없던 주말이 지났다.
(아, 그렇다. 글 제목과 내용은 전혀 상관없다. 미안 ㅋㅋ)
남들은 놀기 시작한다는 금요일 오후에 인터뷰 취재와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토요일에 일어나니 몸은 천근만근.
허나 그 몸을 이끌고 남편씨와 밀린 빨래도 해치우고 노동절 집회참가 및 취재.
노동절 집회가 상큼하고 즐겁고 감동적이기까지 했으니 망정이지 정말 느무 힘들뻔 했다. ㅎㅎ
그리고 민애청 방들이 참가.
(백만년만에 고사 상쇠를...)
일욜에 눈을 뜨니 토욜보다 더 천근만근.
점심먹고 남편씨와 청소하고;;;; 밀린기사 한개 작성.
느즈막히 백화점에 나가 어버이날 선물과 화장품 구입.
(근데 백화점에서 준환과 깜 만남! 깜짝!)
집에 돌아와 밀린기사 두번째까지 작성.
그리고 내일이 남편씨 생일인지라 미리 미역국 제조.
그러고 나니 새벽 1시반일세. ㅎㅎ
금요일 MBC지키기 촛불문화제에서 나를 묘하게 만들었던 것은 '꿈찾기'였다.
어쩐일인지 안태은씨가 MBC를 지키려면 어디로 가야되냐고 나에게 물어 함께 앉아있던 문화제였는데...
MBC노래패 노래사랑이 노래부르고 율동했던 그 '꿈찾기'는 2002년 내가 율동패 사업할 때 만들어졌던 율동이었다.
참 재밌으면서도 너무 힘들었던 2002년 내 활동의 성과로 꼽을 수 있는 율동패 연합공연을 하며 사회대 통일전사에 허현이란 아이가 창작했었던 그 율동.
(당시 잠시 보급됐었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아서 대중적이진 않았다)
8년이 지나 전혀 다른 곳에서 예고 없이 만난 그 춤을 함께 문연 생활을 한 안태은과 2010년에 보는 기분이란.
(근데 안태은씨는 기억하지 못했다. 이자식. 너 그때 나만 고생시켰구나!!!)
현이, 경진이, 병준이, 지선이 이런 애들이 생각났다.
다들 뭐하고 사나...
그리고 내 뜨거웠던 시절이 생각나 좀 부끄러웠다. 푸하하하
운동도 뜨겁고 다른 것도 좀 ㅋㅋ
그리고 5월 1일 노동절 집회.
그곳에는 만년만에 보는 문주오빠가 있었다.
여러가지로 내가 참 좋아했던 문주오빠.
뭐하냐는 질문에 "논다"던 그는 진행팀에 있었다. ㅋㅋ
근 몇년간 본 민주노총 집회 중 가장 참신하고 상큼하고 재밌고 놀라웠던 판이었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power to the people'로 꾸며진 문예공연이었고, 나를 감동시켰던 것은 그 문예공연에 등장한 이동식 무대였다.
무대는 네모나고 가운데에 한개다. 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그 상상력.
아...역시...
주말이 힘들었다.
그런데 주말이 즐거웠다.
하하
이래서 내가 힘들다 힘들다 해도 쉽게 때려치질 못하고 있다...아아...
정말 일기쓸만한 사건이었다.
오늘 아침부터 계속 샐러드가 먹고 싶었다.
아니, 그래, 잠깐 샐러드가 먹고 싶을수는 있다.
고기와 함께 샐러드라던가...피자와 함께 샐러드라면 더더욱.
근데 급기야 배가고파지면서...
밥대신 단호박샐러드가 '정말' 먹고 싶어지는게 아닌가.
스스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 내가 미쳤나?'
그리고는 정말 샐러드를 사러갔다.
(시청 뒤쪽에 MAMAS 가 새로 생겼다. 샌드위치 진짜 맛나다.)
단호박샐러드를 사려고 보니 바로 옆 닭가슴살샐러드가 나를 보고 살포시 미소짓는다.
그래서 나는 방긋 웃으며 덥썩 구입했다.
'그래, 아직 난 초식동물은 아니었던게로구나' 하며 알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곤 사무실로 가져와 작은 회의실에서 풀과 닭가슴살과 함께 들어있던 쫄깃폭신한 빵 반쪽을 야금야금 먹어주었다.
정말 내가 밥대신 풀을 먹은 것이다.
허헛.
먹으면서도 완전 맛있었고, 먹은 후에도 만족스럽다.
심지어 샐러드가 내일도 먹고싶다. ;;;
난 고기가 완전 좋은 사람인데.
살다보니 이런날도 온다.
근데 내가 왜 이러지?
나....이러다 죽는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