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가사란... 아무리 생각해도 3D에 감정노동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아무리 울적해도 기저귀 갈아주고 때맞춰 끼니 대령하고 씻기고 재우고 웃으며 놀아줘야하다니.

몸쓰는거, 남 비위맞추는거 진짜 못하는 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라는 직업을 꽤 잘해내고 있는걸 보면 이걸 장하다고 해얄지 미련하다고 해얄지...

여튼 오늘도 나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야간근무 중이다. (엄마에게 퇴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잠시의 휴가만이 있을 뿐...)

오늘 기분이 별로인 일이 있어서 조금 울었더니 지안이가 다가와 같이 울먹울먹 하더라.
그래서 "엄마 슬퍼 잉잉잉~" 했더니 코앞까지 와서는 눈물을 보고서 "얼굴...물..."하며 작은 손으로 슥슥 닦아줬다.

물론 그게... 어디든 물이 묻으면 지안이가 하는 행동이라는걸 잘 알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듯 기뻤다.
잘키운 아들하나 열남편 안부럽구나. ㅎㅎ
(세상의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러하듯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과 살고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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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다 깬 지안이를 달래서 재우다가 든 생각들...

분명 한 인간을 길러내는 일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허나 그러기 위해선 분명 부모(주로 우리나라에선 엄마)는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가치있는 일인데... 쩝.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와 사람을 만드는 엄마로서의 나 중에 어느 한쪽이 더 의미있다 할순 없는 것.
아마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엄마들이 있겠지...

현재는 엄마에 충실하되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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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난생 처음(내 기억이 맞다면) 가위에 눌렸다.

 

원래 임산부들은 불면에 시달린다.

배가 나와서 잠자는 자세가 두가지 밖에 없다보니(왼쪽눕기 오른쪽눕기;;;) 불편해서 자주 깨기도 하고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깊게 잠들지 못하기도 하고 그렇단다.

게다가 나는 원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데다가 요새 이사문제로 근심이 깊어서 더 못자던 중이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벌어졌다.

지안이 임신때는 좀비같이 생긴 여자가 쫒아오는 꿈을 꾸긴 했어도 가위눌리진 않았는데...

 

여튼 만화에나 나올법한 둥근 그림자 사람(정말 검은색 반투명 젤리같은 형태)이 내 뒤에 눕더니(잠결에 남편씨가 화장실 갔다가 돌아와 눕는걸로 착각함...) 아주 기분나쁘게(지하철 변태처럼) 껴안았고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근데 당시엔 의외로 침착하게 '이 자식. 니가 감히 뭔데.'라고 생각하며 절에서 주워들은걸 몇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더니 금세 떨어져나갔다.

그리곤 잠에서 깨어 멍하니 있다가 무서운 맘에 얼른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깨서 생각해보니 정말 무서운게 아닌가!!!

 

나는 절에 다니진 않지만 엄마가 준 책이며 뭐며 많은데 오늘밤엔 머리맡에 늘어놓고 자야지...-_-;;

불경도 한번 읽어야지...

나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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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난 이유가 없는 건 아니고...

어쩔수 없는 상황이 그렇게 만든건데 오늘이 그렇다.

 

일어난 일은 이렇다.

오늘 원래 저녁에 세희씨랑 미나를 만나기로 했었다.

언론노조에서 이래저래 정이 들었던 언니동생들.

지금은 미나만 남았지만 간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5시 50분 걸려온 남편씨 전화.

갑자기 본사에서 보자고 해서 늦을거 같다며 정말 미안하다는 얘기.

여기까지가 벌어진 일.

 

그런데... 오늘은 다른날과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다른때 같으면 "아 뭐야!!!"라며 화를 내거나 "웃겨 진짜"라며 뭔가 다른 조건을 제안했겠으나...

오늘은 갑자기 진심으로 속상했다.

그 이유가 뭘까...

 

1.

예상치 못한 상황이 싫다.

7시반 약속이어서 7시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6시가 다되서 통보받은 것이니 '계획적인' 나는 돌발 상황 자체가 싫다.

2.

저녁약속이 있을 때 마다 스스로 왠지 모를 미안함에(약속 있는게 무슨 죄라고...) 시달려서 오늘은 특별히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었는데 한참 음식을 만들고 있던 상황이라 더 울컥했을지도 모르겠다.

3.

나 자체는 독립적인 인간인데,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를 기르는 처지가 됐다고 해서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나 역시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가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인가?

4.

다 키운 21개월 아가 한명인데도 이런데 하나 더 낳으면 나는 과연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도 있었을 것이다.

5.

외출이 없는 날이라면 하루 24시간 중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4~5시간 가량.

그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진 않으니 실제로는 1~2시간.

그래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기에 누군가 외부인을 만나는 일은 설레고 중요한 일인데 그게 무산된 데에 따른 좌절감 일지도.

6.

한달에 두세번이라도 '엄마'가 아닌 그냥 '나'로 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것 조차 내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니...

대체 나는 뭐란 말인가. 싶기도 했다.

 

뭐... 저게 다 이유일 수도 있고...

눈물까지 뚝뚝 흘린걸 보면 그냥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에 보면 수잔이 임신했을때 별별 일에 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그때 마다 주변사람들이 당황해하자 매번 그녀는 '호르몬 때문'이라며 안심시킨다. -_-;; 실제로 임신기간엔 감정기복이 크고 조절이 안될 때가 좀 있다.)

 

여튼 나는 저녁내내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다.

내 일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뀔 수 있다니...

 

그나저나...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외로움이 덜어진다는데 글 써도 하나도 안덜어지잖아!!!!

페이스북이 아니라 블로그라 그런거냐? -_-

아 무슨 소릴 지껄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좀 나아질까 해서 썼는데 이게 뭐꼬.

이 야밤에 지안이 깨워서 "엄마 이뽀" 해달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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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중함은 애를 키우다보면 느낀다.

아이에게 있어 엄마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고 소중한 존재인지.

반대로 나에게 엄마가 소중한 것도 느낀다.

엄마가 없는 딸들은 애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일요일 허리부상 이후... 지안이를 돌보다 보면 허리를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긴다.

최대한 누워서 놀아주고 가만히 있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

(먹고 싸는 문제...)

 

그러다보니 월요일 아침에도 삐끗, 화요일 아침에도 또 삐끗.

어제(화요일) 아침엔 정말 허리에 누가 전기충격기라도 댄 것 마냥 찌릿 하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말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고통.

한참을 "아-" 소리지르며 서있다가 겨우 지안이를 수습하고(하의 탈의 상태 ㅋㅋ) 거실에 쓰러지듯 누웠는데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팠다.

 

당시에는 정말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근데 엄마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펑펑.

마치 지안이가 어디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엄마~"하면서 우는 것 마냥 눈물이 났다.

내 전화에 엄마는 한달음에 지하철로 1시간반 거리를 달려왔다...고 했으면 더 감동적이었겠지만 우리 엄마는 자신의 생활도 소중한 사람이었으므로 오늘 아침 비와 우박을 헤치며 차를 몰고 달려왔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나은 상태여서...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온 엄마에게 "내가 필요한건 어제였는데 흥!"이라며 투덜댔다.

근데... 하루종일 있던 엄마가 저녁에 가고나니 엄마가 급 보고싶어지면서 눈물이 뚝뚝.

엄마가 오늘 안왔으면 집에 반찬도 없어서 난 뭘 먹었을까.

오늘은 남편씨가 늦는데 어쨌을까.

 

있을땐 툴툴대고 없으면 잘해야지 마음먹는 이런 고얀 딸내미라니.

자식 키워봐야...쩝...

그나마 난 딸이라 이정도지 아들내미들이 엄마의 마음을 뭘 알겠냐!

(박지안 듣고 있나? 응?)

 

여튼 나의 허리부상에 이틀연속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집에 들러주고 칼퇴근으로 지안이 저녁도 먹여준 남편씨와

나의 징징거림을 받아주고 하루종일 지안이에게 시달리다(?) 집에 간 엄마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둘다 이 글을 읽을리가 없다는 것이 함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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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언론노조 기범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으레 뭘 물어보는 전화겠거니 하는 마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창립기념식을 한다는걸 알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선전이나 기타등등에 관한 것이라고 추측하며. ㅋㅋ)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리생일인데 안오나?"

웃음기 가득한 질문에 "내가 거길 왜가"라고 나답게 퉁 받았다. ㅋㅋ

창립기념식이라 전화한건 맞는데 용건은' 함께 만든 사람들 이런 날이라도 얼굴보지 언제 보겠냐'는 것이었다.

"내가 만들긴 뭘 만들어~"라며 요즘 근황을 짧게 나눈 후 전화를 끊었는데 짧은 전화에 걸맞지 않게 여운이 너무 길다.


언론노조.

그저 그만둔 '직장'일 수도 있는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의 조직'이었던 곳.


여러차례 고백한 적 있는대로 사실 언론노조에 들어갈 때 '노동운동에 헌신하리라'는 큰 뜻은 없었다.

단지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방향을 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둘러보던 중 기회가 와서 일하게 된 것이다.

(첫번째 직장은 프로메테우스. 인터넷매체에서 놀랍게도 잠시 기자질을...)


그래서일까.

밀려오는 온갖 잡무와 이런 일을 왜 하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는 단순사무.

그리고 종종 마주치는 '나이어린 여성'을 '미스김' 수준으로 대하는 지부장들.

(단위노조 위원장인데 의식수준 꼬라지 하고는...)

5년을 일했음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나의 활동방향.

내가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려면 옆사람과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현실. 혹은 그 꼴을 봐야 하는 짜증.

(아놔- 적과 싸우기도 바쁘다고!)

그리고 끊이지 않는 집회에 대한 피로감.

(집회를 하고 또 하고 파업을 하고 또 해도 어쩐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언론자유와 언론노동자들의 상황. 그 안에서 나는 그저 기계적으로 집회 판을 짜고 섭외하고 연락하고 점검하고 길바닥에서 뛰고 춥고 덥고...)


지금 생각해보면 10년 넘게 일해온 선배들에게 나의 이런 얘기는 정말 코웃음도 안나올법한 고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 나에게는 절박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5년을 더 채워 10년을 활동해도 어쩐지 선배들처럼 되지 않고 그저 나는 잡무담당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름만 좋은 '활동가'라는 직함.

조직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조합원(그러니까 지부장들)이 하게되고 우리들은 계속 서포터하고 묵묵히 따라가야 하는 것도 내겐 답답함이었다.

이것은 물론 나의 내공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었겠지만 선배들의 경우도 그닥 나아보이진 않았다.

노동운동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 느끼질 못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사람.

그런 여러가지 좌절감 속에서 인생의 낙오자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나는 특정 1인과 늘 어긋났다.

(이 때가 바로 내가 인생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우울의 늪에서 헤엄치다 상담을 시작했을 때다.)

다른 고민들도 심각했지만 사람과의 트러블은 계속됐고 도무지 그 상황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란 보이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사무실에서 다른업무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부딪힐 터.

'이런 씨X, 내가 그러지 않아도 성과를 못찾아서 답답한데 니 꼴 보기 싫어서라도 때려친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_-;

(물론 그 당시 우울증 상담과정에서 내가 그만두더라도 반드시 나는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겨서이지만. ㅋㅋ)


그래서 그만두고 나서도 그리운 사람들은 많았지만 도통 그 곳이 '나의 조직' 같지는 않았다.

내가 만든 것도 없고, 그 안에서 내가 자란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통화가 끝난 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5년.

허투루 지나간 세월이 아닌 것이다.

내가 성과가 있건 없건, 내가 열과 성을 다했건 하지 않았건 내 조직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생각도 당시 분노의 감정들이 다 사라지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

이제 알 수 없는 열등감과 당시의 허탈함은 정리하고 다시 내 활동을 정리해 봐야겠다.

물론 나는 민애청 활동이 더 즐거워서 노조생활을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쿨럭;;;)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는 좀 더 내가 활동의 주인이 되는 쪽을 선택한 것이지만.

여튼... 성실하지 않았던 5년간의 나의 노조활동가 시절을 이번 기회에 깊이 반성하련다.


동지들이 보고 싶은 밤이다.



덧.

까먹을 뻔 했다.

나이어린 여성이 살아남기 어려운 노동운동 판에서 술, 담배를 못한다는 것은 정말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 단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사람과 친해질 방법이 없는 거다!!!

아... 나 정말 괴로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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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이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감기처럼 옮기도 한다.
물론 감기처럼 자연치유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다.
그건 우울증은 정신질환이고 정신병이란 이상한 낙인 때문에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병을 키우기 때문일게다.

우울증은 사람에 따라 가볍게 혹은 무겁게 나타나는데 공통점은 그걸 알게된 사건이 근본적 원인이 아니란 거다.
결국 내 안에 깊숙히 숨어있는 애써 기억하려하지 않는 기억들이 문제인 거다.
그것들과 용감하게 마주보느냐(뭐 찌질하게 마주하기도 한다 ㅋㅋ) 끝내 숨기느냐가 우울증을 탈출하느냐 마느냐가 되는 것이다.

상담의 성패도 마찬가지.
나를 얼마나 바닥까지 볼 결심이 섰느냐가 중요한 거다.

여튼... 무슨 말이 하고팠냐면...
본인이 우울증인 것 같은 사람도,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가 있는 사람도 상담받길 권한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훨씬 전염성이 강하다.
나의 마음이 상대의 마음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함께 앓게 되는 거니까...
그의 불안과 긴장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지는 거니까.

그런데 웃긴건 이런 얘기를 쓰고 있는 나조차도 상담받던 시절에 선뜻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아 두려워서.
지금 생각해보니 쓰잘데기 없는 우려였지만 그당시 모든 자신감을 잃었던 나는... 더욱 말할 수 없었다.

특히나 자기 몸 못돌보는(사실은 안돌보는) 운동권들.
제발 마음 좀 돌보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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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둘째를 임신한 후 진심으로 깨달은 사실.
'나도 엄마였구나.'

갑작스런 임신에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약간 우울하기도 했으나 마음을 고쳐먹은 뒤 가장 걱정됐던 것은 놀랍게도 '벌이가 적은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혹은 '내 자아는 어떻게 실현해야 하나'가 아니라 (물론 이 두가지는 매우 걱정스러운 항목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안이를 더 이상 가장 먼저 챙길 수 없는데 어쩌나'였다.

어린이집 보내기 전까지, 그러니까 내가 키우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기에 (물론 어린이집 가고 학교가면 나도 내 인생 찾으러 갈꺼지만 ㅋㅋ) 1~2년이 나와 지안이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우리부부는 TV도 지안이랑 안보고, 조금 불편해도 꼭 일찍 재우고, 내 끼니는 비록 불어터진 라면으로 때울 지언정 지안이 밥은 생협 식재료로 부족하지 않게 챙겨주고, 남들 안쓰는 천기저귀를 신생아때부터 18개월까지 쓰고 있고, 서울 한복판에 살아 조금 미안한 마음에 가능한 유해한 것은 멀리해주려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하루종일 사운드북 뺨치게 책을 읽어야 했지만 지안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가가 되었고, 나는 비록 살이 빠졌지만(아니 이건 좋은거잖아!? ㅋㅋ) 지안이는 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키도 크고 잔병치레도 적은 튼튼한 아가가 되었다.
그 뿐이랴.
엄마와의 애착도 적절히 형성되고 (내가 보기엔)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서 심하게 떼를 쓰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하지 않고 말귀를 알아듣게 된 이후에는 아주 조금이나마 설득이 가능하게 됐다.

그런데...
요 며칠 지안이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둘째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진 소중한 '나의 첫아기'를 변함없이 돌보리라 마음먹었으나, 이 엄마는 워낙 저질체력인지라 하루종일 사부작거리는 아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전오후 1시간 가량 책 읽어달라거나 빠방이로 놀아달라는 지안이에게 '엄마 코 잘께'라며 방치...
(첫날엔 정말 계속 와서 뭘 요구했는데 이틀째부터 조금씩 받아들여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게 더 안쓰러움...)
그리고 밥반찬(이래봐야 두부나 야채 삶은거지만)은 늘 3가지 챙겨줬는데 드디어 2가지로 축소...

몸이 안따라줘서 어쩔수가 없는 상황인데 이게 되게 미안하더라.
지안이가 아니라 다른사람(음...남편씨? ㅋㅋ)이었다면 "아, 내가 몸이 안좋다고! 좀 알아서 하라고!"하며 당당했을텐데.

그러고 보니 아이를 낳고 나는 정말 많이 철이 들었다.
인내심과 끈기라고는 한점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안이 덕분에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고,
내 기분이 먼저 내 몸이 먼저였던 생활방식은 상대를 배려할 수 있게 변했다.
(물론 아직 멀었다 ㅋㅋㅋ)

여튼 요새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지안이에게 나는 하루하루 고마워하고 있다.
"지안아, 엄마가 우리 지안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엄마한테 와 줘서 고마워."
이렇게 말하면 우리 불불여우 아들은 특유의 의기양양 미소를 띄며 씨익 웃는다.
아이구 예쁜 내새끼. ㅋㅋ
둘쨰를 낳으면 나는 좀 더 엄마가 되고 좀 더 사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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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나는 무척(지나치게) 계획적인 인간(이라기 보다는 계획을 세우기 좋아하는 인간이라 해두자)이라 예상에 없던 갑작스런 일이 싫다.

예를 들어 누가 갑자기 "야, 지금 나와" 이런 약속. 싫다.

그와 반대로 나와 함께 사는 남자는 이런 일 너무 좋아한다.

아아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생활패턴.

(그래서 같이 사나;;;)

 

여튼 계획치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기뻐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뻐하질 못했다.

처음엔 그저 당황스럽기만...

 

뭐 이쯤되면 눈치 챌 사람들은 눈치 챘겠지만...

둘째가 생겼다.

(쿨럭;;;)

 

내년 3월 지안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3월 한달 푹 쉰뒤 4월 부터 새인생 찾아 신나게 달릴 예정이던 내 인생은...

흑... 안드로메다로...

내 길 찾기는 2년이 또 미뤄지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러다 내 자아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건 아닌지 걱정이다.

 

남편씨는 둘째 생각이 없었고 나는 둘째를 낳더라도 내후년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는 실로 '사고'에 가까운 일이다.

마치 불조심 표어처럼 '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지안이 가질 때는 그렇게 날짜를 맞춰도 잘 안되던 일이...(심지어 임신 가능일 아닌 날에 임신됐다 -_-)

이번에는 정말 '에이 설마' 했는데 덜컥.

이쯤되면 생명은 정말 하늘에서 주신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하여간 심란하고 뒤숭숭한 마음은 접고 이미 벌어진 일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떤 생각을 하던 결과는 변하지 않으니 정신건강에도 이롭고 뱃속 아가에게도 이롭게 좋은 쪽으로...

 

아마 지금 6주 안팎이 됐을 것이고(어짜피 병원에선 8주에 다시 오라고 하기 때문에 8주에 방문할 예정) 가벼운 입덧이 시작됐다.

속이 비면 울렁거리고 기름진 음식이 싫다.

일단 출발은 지안이 때 보다 나은데 어찌될런지.

 

이쯤으로 중대발표를 마치며...

그간 우리집에서 빌려간 장난감, 카시트, 옷 기타등등 각종 육아용품은 내년에 다들 반납준비하시라.

더불어... 각종 육아용품 우리집에 보내주시면 마치 새것처럼. 안쓴물건처럼 고이 보관했다 돌려드릴테니 기쁜마음으로 빌려주시길. ㅋㅋㅋ

(특히 옥선양. 내가 노리고 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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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부터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들을 보며... 앓아누워서도 빙긋 웃는 나를 보며...
우리가, 내가 얼마나 그 시절을 즐겁게 뜨겁게 살았는지. 또 얼마나 그리워 하는지 알게됐다.

윤민석 양윤경 선배에 대한 미안함과 부채감은 우리의 젊음과 청춘을 사랑하는 마음에 비례했던 것 일지도.

토요일 주점을 준비하던 선배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분명 10년 전엔 늘 하던 일이지만 지금은 절대 하지 않을 쌩노가다를 하면서도 실실웃던 얼굴들. 물론 나또한. ㅋㅋ 결과적으로 윤민석 음악회와 후원주점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후원하게 됐다.

낯가리는 나조차도 모르는 선후배들과 마구 떠들게 했던 그 밤. 같은 시절을, 시간을 공유했단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10년전을 그리워하는 이 열병을... 즐겁게 앓아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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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환자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지친다.

엄마는 하루종일 병원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이틀반 만에 힘들어한다.
물론 병원생활은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일이지.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닌데... 병간호도 아니고 수발들 일도 없는데 벌써 앓는 소리를 하니 걱정이다.

엄마 자체도 걱정이고 엄마가 나한테 얼마나 더 징징거릴 지도 걱정이다.
애가 따로 없는 울 엄마.
어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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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자 선거에 무슨 후기가 있겠냐마는...

있다.

(뭐래? -_-)

 

이래저래 정파(의 기득권 싸움)에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당.

그래서 이번 당직자 선거는 더 중요하고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불가능한 일인거 알지만... 나는 정말 정파를 떠나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투표하고 싶었다.

불가능한 일인거 알고 있었지만 투표를 하러 접속해보니... 그럼그렇지. 불가능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평당원이라면 모를까, 일단 후보별 대표 구호만 봐도 어떻게 끼리끼리 모여있는지가 한눈에 보였고 잘 모르겠다 싶으면 정책만 조금 봐도 그냥 다 파악되는 그런 상황.

그 인터넷 창 앞에서 상황이 싫은게 아니라 내가 싫어졌다. -_-

혼자 순진한'척' 하고 싶었던 거다.

 

아, 그리고 또 하나의 상황.

이번 당 사태로 인해 길고 긴 분열을 끝내고 함께 하나 싶었던 나의 출신학교.

그래서 청동모임이 즐겁고 신났었는데... 아놔 이런 젠장 또 다른 길을 가고 계신다.

학교가 뭐 얼마나 크다고 갈래갈래 갈라져 갈길 가시나.

역시 정파를 극복할 순 없는 것이었나...

 

여튼 나는 몇몇 지인들의 성의없는 선거운동에 힘입어 그 사람들을 콕콕 골라... 혹은 요리조리 피해... 내가 찍고 싶은 사람들을 찍었다.

물론 개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으므로 그냥 내 촉을 믿을 수 밖에. -_-;;

 

앞으로 당이 어찌될 것인가.

정말 이거 버리자니 꺼림직하고 안버리자니 짜증나는 상황.

 

이젠 정말 '누가 무엇을 잘못했나' 따위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정파싸움이 늘 그렇듯 나중에는 감정만이 남아 서로에게 상처를 낼 뿐.

이 와중에 정파가 없(고자하)는 나는 비겁한걸까, 합리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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