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 기간이 얼마가 될 지 모르는 일을 내일부터 시작하게 됐다. 

허울 좋은 프리랜서란 개념은 실적이 별로이거나 사업자체가 엎어지면 언제든 백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라는 긴 세월의 벽을 깨고 나서려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리스크를 안고 가지만 그 또한 내 운명이려니 하며 가보는 수 밖에. 


아까 낮에... 내일 있을 미팅 준비를 하느라 맥북을 열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가...

내 삶의 대부분이 어린이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알고는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것으로 확인하니 기분이 묘했다. 

(각종 폴더 구성 및 즐겨찾기 리스트들...)

딱 열면 조합관련 페이지와 문서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세팅을 바꾸고 있노라니... 슬며시 모드전환 되는 내가 보였고 분명 내 모습인데 참 낯설었다. 

근데 한편으론 두려웠다.
업무로 모드전환 하는 것 만큼 내 사람들과도 모드전환이 될까봐.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정인가, 내 사람들.
돈과도 바꾸지 않은... 구질하고 질척한 관계들이 이어지는 사람들.

다른 쪽으로도… 너무 오랜만에 역할을 바꾸려니 쉽게 되질 않는다.
지긋지긋했던 엄마노릇 주부노릇을 막상 놓으려니 아쉽다.
너무 긴 시간 엄마로 아내로만 살았더니 마치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 이 일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든다.

암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서 맨몸으로 거리에 내쫓기는 기분이 든다.
아직 어린이집에 등원조차 하지 못한 라은이를 보낼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아 그 또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어쨌든… 내일은 오겠지.
나가보자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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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지만 한동안.

한동안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연말을 연말인지 모르고 연초를 연초인지 모르고 지나갔다.

(물론 육아에 치여 실감하지 못한 것도 있다. 달력의 날짜가 아가들에겐 무의미 하니까.)


그렇게 한달즈음을 보내고 있는데 어제오늘 예상치도 못하게 나의 몇 년 전과 맞닥뜨렸다.

모든 것의 출구가 보이지 않던 시절.

평생 그렇게 지리멸렬한 나날을 보낼 것 같이 나를 감싸고 있던 무거운 기운들.


탈출하는 방법은 한방에 문을 닫고 모든 것을 끝내는 것과, 출구가 어디일지 모르지만 문을 찾아 조금씩 움직여 보는 것 두가지.

당시에는 내가 무슨 힘으로 움직였는지 깨닫지 못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에 예상치 못한 얘기를 하다 스스로 깨달았다.

책임감.

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움직이게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힘들게 짓눌렀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그 빌어먹을 책임감이다.

내가 캄캄한 터널을 지나게 된 이유는 나의 먼 과거로부터 누적되어 온 것이지만, 내 삶 내내 나를 힘들게 했던건 책임감과 정당성 뭐 그런 도덕적인 것들 이었다.

(실제 도덕적인 인간도 아니면서.)


나와 상관없는 일에 내 삶을 돌아보고 내 과거를 떠올리게 되다니.

이상한 행운이기도, 기회이기도 하다.


여튼 나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라는 엄청난 책임을 가진 자리에 있으니.

향후 십여년 간은... 강한 정신의 소유자인 듯 살아보는 걸로.

사실 바람에도 흔들리는 약한 멘탈을 가지고 있지만 꾸준히 도를 닦아보는 걸로.

(이미 박지안에 의해 꽤 도를 닦았다...)


어둡고 긴 시간을 지낸 기억은 이제 곱씹을 때마다 나를 다시 살게끔한다.

힘든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 슬퍼하고 잘 털고 잘 돌아오길.

그 시기가 추후 인생에 도움되는 시기가 될 터이니.



*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그 말 진짜 싫었는데 나이 먹을 수록 그 말 만큼 변치 않는 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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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마저 찌질하게 굴어야겠습니다.
보통 글을 쓸 때 존댓말로 쓰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이렇게 하고 싶네요.

아까 나의 분노와 우울은 단지 그 하나의 사건 때문에 터진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http://www.facebook.com/boimi.net/posts/595221717197699)
그간 서러웠던 것들, 그간 억울했던 것들, 그간 힘들었던 것들이 한마디의 말에 의해 터져나왔던 것이겠지요.

우울해서 눈물이 날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큼 분노만 치밀어 오르고 눈물은 나지않았습니다.
초콜렛 먹으며 기분을 달래고 이성을 찾았고 그래서 나몰라라 외면했던 청소도 좀 했습니다.
(이게 무슨 오바냐 하실테지만 내일 아침부터 라은이는 바닥을 물고 빨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언론노조에서 일할 당시 한겨레 노조위원장이셨던 김보협 기자가 댓글을 다셨습니다.
노조 행사에 언론노조 식구들이 왔다며,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던 예전 생각이 나신다고...
순간 멍... 그리곤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그렇지... 내가 '나의 활동'을 하기도 했었지...'

2011년 4월 이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를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름보다 엄마란 말을 백배 많이 듣다보니 그저 엄마인줄 알고 살고 있었습니다.

네.
갑자기 좀 서러웠고 그래서 좀 울었습니다.
'나'를 잊고 살아온 날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인데... 억울하거나 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왜 그랬나 싶은 마음.

아이도 챙기고 살림도 챙기고 내 생활도 챙기고 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러기는 좀 버거웠습니다.
(게으른 천성과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의 한계;;;)

그래서 일단 내 생활을 몇년 미뤘고 그만큼 아이에 집중했습니다.
내 아이와 나의 인생 중 서로가 이렇게 집중하며 절대적인 존재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랴... 짧은 기간 후회없도록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요.
물론 그 결정엔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딱 1년만 더 집중하고 저도 제 생활을 찾을거니까요.

근데...
사람 마음이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뭐가 이리도 서글픈걸까요...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인지, 아니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한구석에서 밀려오는 후회인지, 이렇게 보내고 있는 세월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억울함인지...

엄마로 살아가기.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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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다 깬 지안이를 달래서 재우다가 든 생각들...

분명 한 인간을 길러내는 일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허나 그러기 위해선 분명 부모(주로 우리나라에선 엄마)는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가치있는 일인데... 쩝.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와 사람을 만드는 엄마로서의 나 중에 어느 한쪽이 더 의미있다 할순 없는 것.
아마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엄마들이 있겠지...

현재는 엄마에 충실하되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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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중함은 애를 키우다보면 느낀다.

아이에게 있어 엄마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고 소중한 존재인지.

반대로 나에게 엄마가 소중한 것도 느낀다.

엄마가 없는 딸들은 애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일요일 허리부상 이후... 지안이를 돌보다 보면 허리를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긴다.

최대한 누워서 놀아주고 가만히 있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

(먹고 싸는 문제...)

 

그러다보니 월요일 아침에도 삐끗, 화요일 아침에도 또 삐끗.

어제(화요일) 아침엔 정말 허리에 누가 전기충격기라도 댄 것 마냥 찌릿 하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말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고통.

한참을 "아-" 소리지르며 서있다가 겨우 지안이를 수습하고(하의 탈의 상태 ㅋㅋ) 거실에 쓰러지듯 누웠는데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팠다.

 

당시에는 정말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근데 엄마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펑펑.

마치 지안이가 어디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엄마~"하면서 우는 것 마냥 눈물이 났다.

내 전화에 엄마는 한달음에 지하철로 1시간반 거리를 달려왔다...고 했으면 더 감동적이었겠지만 우리 엄마는 자신의 생활도 소중한 사람이었으므로 오늘 아침 비와 우박을 헤치며 차를 몰고 달려왔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나은 상태여서...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온 엄마에게 "내가 필요한건 어제였는데 흥!"이라며 투덜댔다.

근데... 하루종일 있던 엄마가 저녁에 가고나니 엄마가 급 보고싶어지면서 눈물이 뚝뚝.

엄마가 오늘 안왔으면 집에 반찬도 없어서 난 뭘 먹었을까.

오늘은 남편씨가 늦는데 어쨌을까.

 

있을땐 툴툴대고 없으면 잘해야지 마음먹는 이런 고얀 딸내미라니.

자식 키워봐야...쩝...

그나마 난 딸이라 이정도지 아들내미들이 엄마의 마음을 뭘 알겠냐!

(박지안 듣고 있나? 응?)

 

여튼 나의 허리부상에 이틀연속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집에 들러주고 칼퇴근으로 지안이 저녁도 먹여준 남편씨와

나의 징징거림을 받아주고 하루종일 지안이에게 시달리다(?) 집에 간 엄마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둘다 이 글을 읽을리가 없다는 것이 함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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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둘째를 임신한 후 진심으로 깨달은 사실.
'나도 엄마였구나.'

갑작스런 임신에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약간 우울하기도 했으나 마음을 고쳐먹은 뒤 가장 걱정됐던 것은 놀랍게도 '벌이가 적은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혹은 '내 자아는 어떻게 실현해야 하나'가 아니라 (물론 이 두가지는 매우 걱정스러운 항목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안이를 더 이상 가장 먼저 챙길 수 없는데 어쩌나'였다.

어린이집 보내기 전까지, 그러니까 내가 키우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기에 (물론 어린이집 가고 학교가면 나도 내 인생 찾으러 갈꺼지만 ㅋㅋ) 1~2년이 나와 지안이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우리부부는 TV도 지안이랑 안보고, 조금 불편해도 꼭 일찍 재우고, 내 끼니는 비록 불어터진 라면으로 때울 지언정 지안이 밥은 생협 식재료로 부족하지 않게 챙겨주고, 남들 안쓰는 천기저귀를 신생아때부터 18개월까지 쓰고 있고, 서울 한복판에 살아 조금 미안한 마음에 가능한 유해한 것은 멀리해주려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하루종일 사운드북 뺨치게 책을 읽어야 했지만 지안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가가 되었고, 나는 비록 살이 빠졌지만(아니 이건 좋은거잖아!? ㅋㅋ) 지안이는 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키도 크고 잔병치레도 적은 튼튼한 아가가 되었다.
그 뿐이랴.
엄마와의 애착도 적절히 형성되고 (내가 보기엔)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서 심하게 떼를 쓰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하지 않고 말귀를 알아듣게 된 이후에는 아주 조금이나마 설득이 가능하게 됐다.

그런데...
요 며칠 지안이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둘째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진 소중한 '나의 첫아기'를 변함없이 돌보리라 마음먹었으나, 이 엄마는 워낙 저질체력인지라 하루종일 사부작거리는 아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전오후 1시간 가량 책 읽어달라거나 빠방이로 놀아달라는 지안이에게 '엄마 코 잘께'라며 방치...
(첫날엔 정말 계속 와서 뭘 요구했는데 이틀째부터 조금씩 받아들여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게 더 안쓰러움...)
그리고 밥반찬(이래봐야 두부나 야채 삶은거지만)은 늘 3가지 챙겨줬는데 드디어 2가지로 축소...

몸이 안따라줘서 어쩔수가 없는 상황인데 이게 되게 미안하더라.
지안이가 아니라 다른사람(음...남편씨? ㅋㅋ)이었다면 "아, 내가 몸이 안좋다고! 좀 알아서 하라고!"하며 당당했을텐데.

그러고 보니 아이를 낳고 나는 정말 많이 철이 들었다.
인내심과 끈기라고는 한점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안이 덕분에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고,
내 기분이 먼저 내 몸이 먼저였던 생활방식은 상대를 배려할 수 있게 변했다.
(물론 아직 멀었다 ㅋㅋㅋ)

여튼 요새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지안이에게 나는 하루하루 고마워하고 있다.
"지안아, 엄마가 우리 지안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엄마한테 와 줘서 고마워."
이렇게 말하면 우리 불불여우 아들은 특유의 의기양양 미소를 띄며 씨익 웃는다.
아이구 예쁜 내새끼. ㅋㅋ
둘쨰를 낳으면 나는 좀 더 엄마가 되고 좀 더 사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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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환자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지친다.

엄마는 하루종일 병원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이틀반 만에 힘들어한다.
물론 병원생활은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일이지.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닌데... 병간호도 아니고 수발들 일도 없는데 벌써 앓는 소리를 하니 걱정이다.

엄마 자체도 걱정이고 엄마가 나한테 얼마나 더 징징거릴 지도 걱정이다.
애가 따로 없는 울 엄마.
어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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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을까?
'난 좋은 엄마가 될테야'라고 마음먹진 않을테지만 누구나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는 있을 것이다.
그 최선이란 것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중요도가 다를 뿐.

오늘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나는 좋은 엄마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좋은 엄마'란 절대 기준은 없으니 애매하겠지만.

내가 까탈스럽게 구는건 '먹는 것'과 '기저귀'다.
그건 아주 철저히 내 기준에서 최우선으로 삼는 거라서...

이유식은 생협에서 파는 농축산물(유기농 채소, 유기농 쌀, 무항생제 육류)로만 만들고 분유는 로하스인증(이걸 철썩같이 믿는건 아니지만 나름의 자기 위안)된 것만 먹인다.
1등급 한우보다 중요한건 그 소가 자란 환경과 그 소가 먹는게 무엇인가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각종 농약과 항생제 등이 이후에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에 최대한 멀리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기저귀는 천기저귀.
그건 예전에 구구절절 설명했기 때문에 패스.
2011/09/09 - [육아/생각보다 쉬운 천기저귀] - 나는 왜 천기저귀를 쓰게 되었나

근데... 이런 것이 아이에게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보다 더 창의적으로 놀아주고 더 공감해주는게 우선일 수도 있고, 더 많은 배울 기회를 주는게 좋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혹은 엄마 스스로의 자아를 찾기 위해 자기 일을 열심히 하거나 자기 공부를 하는게 좋을 수도 있단 생각.

일단, 나는 창의적으로 놀아주진 못한다.
휴일에 남편씨가 지안이랑 놀아주는 걸 보며 늘 느낀다.
'아, 저렇게 놀아줄 수도 있구나'
창의적으로 놀아주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남편씨는... 그래서 지안이가 정말 좋아한다.
(아빠만 퇴근하고 집에 오면 꺅꺅 소리를 지르며 빛의 속도로 기어간다. 괘씸한 놈 -_-)
나름 최선을 다해 놀아주고 있는데 능력이 부족하다.
역시 어릴 땐 나가 놀았어야 하나보다. -_- (나는 집귀신)

공감은 잘 해주고 있지만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지안이에게 물어보자니 그도 좀 어렵고...ㅋㅋㅋ
현재는 자아를 찾거나 내 일을 하고 있진 않아서 그건 나중에라도 꼭 보여줘야겠단 생각.

여튼 그리하여... 나는 내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아이에게 좋은 영향일지는 모르겠다.
아니, 오늘에서야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공부잘하는 아들은 필요없는데, 감정이 풍부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으며 타인과 소통을 잘 하는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
(음... 이게 더 어렵겠군...)
아, 꼭 예체능에 능한 사람이면 좋겠다!!!

덧. 요새 글을 워낙 안쓰다보니 늘 애초에 의도한 바와는 다른 끝맺음이 된다. 용두사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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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완성했다.
턱받이, 모자, 손싸개, 배냇저고리, 손목딸랑이, 발싸개, 속싸개로 구성된 유기농DIY 세트.
바느질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하는 동안 여러고비도 넘겼으나(기술상의 고비라기 보다는 지난한 바느질에 질려서...-_-) 토실이에게 입힐 생각을 하며 실실 웃으며 만들기도 했다.

여튼 드디어 공개!
아~ 4월이 기다려진다 ^^







EBS 다큐프라임 모성탐구 대기획 '나는 엄마 입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모성의 대물림이라는 주제.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들도 지원가능하다길래 지원했는데 다행히 기회가 됐다.
평소 다큐프라임을 워낙 좋아했던지라 (정말 유익한 주제들 많음) 더 신났던(?) 것 같다.

약 80명정도의 엄마들이 함께한 워크샵.
엄마와 나의 과거, 관계를 돌아보면서 나의 엄마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와 내 아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자리였다.
그리고 아이를 감정코칭하는 방법을 배우는 자리.
8-9명 정도가 한조가 되어서 조별 집단상담 방식으로 진행됐다.

뭐 그곳에서 배운 것은 다들 방송을 보시면 되고...
내가 느낀 것을 말하자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였다는 것.
일단 옷차림부터 재밌었던 것이... 정말 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 사람부터 명품핸드백에 모피코트를 입고 온 사람까지...
지역도 다양해서 서울뿐 아니라 멀리 마산, 대전, 대구에서도 왔다.
그리고 쉬는 시간 간간히 대화를 통해서... 진보적인 지향이 있는 사람부터 사회에 대해서는 정말 별생각 없는 사람들까지.
나 같은 예비엄마도 있는가 하면 대학생 자녀를 둔 엄마도 있고.
절대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엄마'라서,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한 곳에 모인 것이다.
말 그대로 '엄마는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더라.

그리고 남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감정, 결혼한 딸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
물론 본인이 엄마가 되고나면 그 감정은 더 싶어지고 애뜻해지겠지만 그건 두달 후에 느낄 수 있을테고 ^^;;
결혼 후 딸은 엄마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그 전에는 참 맘에 안드는 점도 많고 싫은 점도 많은 엄마였지만, 결혼하고나면 '엄마'라는 단어에도 혼자 눈물을 주룩 흘릴만큼 애뜻한 마음이 생긴다.
그건 뭐랄까... 엄마에 대한 미안함(그간 잘 못한걸 이제야 깨달음), 고마움(수많은 집안일을 하며 엄마의 능력에 깜짝 놀라며 너무 미안해짐) 그런 감정들과 이제 엄마가 '나랑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란 사실에 괜히 울컥해지는 것이다.
스무살 이후 스스로 다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평생 엄마에게 의지하며 살았다는 것을 결혼해서 집을 나서는 순간에야 깨닫는거다. 흑 ㅠㅠ

그래서...
각자의 엄마와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얘기하는데 눈물을 쏟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참 아무 어려움없이 평탄하게 살았던 엄마얘기에도, 장사하느라 힘들었던 엄마얘기에도 너무도 다른 여러유형의 엄마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딸들은 모든 얘기에 공감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엄마와 딸.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많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인 것이다.

여튼...
엄마와 나의 관계를 돌아보니 어느새 나는 엄마를 닮아가고 있었고, 아마 태어날 토실이에게도 그런 엄마가 되겠지.
엄마의 훌륭한 부분은 잘 이어가고, 바꿀점은 잘 바꿔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극성스런 엄마가 아니라 아이와 공감하고 아이와 대화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아이가 크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감정의 결핍이나 상처없이 꽉 찬 그런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진 못해도 마음만은 가득찬 사람으로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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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이 책을 대체 얼마동안 읽은 건가...
거의 네달에 걸쳐 읽은 것 같다.
그 사이 다른 책을 같이 읽기도 했지만 중간에 공연준비 때문에 거의 읽지 못해서...한두시간이면 뚝딱 읽을 분량인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오래걸리다보니 나중엔 좀 지루해지는 면이;;;;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너무 깊게 공감한지라(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의 실제 삶에 기반한 소설) 그녀가 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도 읽었다.
아직 엄마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님 20대의 딸 시절을 이미 지나쳐서 그런지 아주 깊은 공감은 없었다.
물론 친구처럼 지내는 모녀사이는 여자들의 행복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아, 딸을 낳아야 하는데...)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작가의 친구가 한 말을 딸에게 소개하는건데 그 말이...
인생의 길을 올바로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이 세가지를 질문하면 된다는 거야. 네가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너의 길이라고 하나? 마지막으로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와우.
평생 저 세가지 질문에 하나라도 '명쾌하게' 맞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나이 서른즈름에서야 첫번째 질문에서 방황하고 있는데...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다 읽고나니 나는 어떤 엄마가 될까 궁금하다.
그리고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지도 생각해야겠다.
근데...그게 맘대로 되겠나 ㅋㅋㅋ

네가어떤삶을살든나는너를응원할것이다공지영산문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오픈하우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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