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3/21 하이퍼텍나다 (+인규, 유나, 군철, 진희, 덕수, 정훈)

경계도시2 상영소식을 듣고 두가지에 놀랐다.

경계도시 첫번째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던 나의 무지함에.
그리고...
지난 7년간 송두율 교수를 까맣게 잊고 산 내 자신에.

영화는 송두율 교수의 사건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입국 전과 입국 직후 환영의 물결에서부터, 노동당 서열 23위 김철수 논란으로 전향서 쓰기를 강요받고 구속수사와 재판 그리고 항소심까지.
3주로 계획했던 그의 37년만의 모국 방문이 왜 1년이 넘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시간순서대로 보여준다.

한국사회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경계인'이란 존재는 용납되지 않는다.
37년만에 그런 고국에 찾아와 '성숙한'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을 한껏 기대했던 그는 4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열렬히 환영하다 '노동당'이란 한마디에 싸늘하게 식다못해 돌을 던지던 사람들.
괴로워하는 철학자에게 벌떼같이 달려들어 뜯어먹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기자들.
(사실 이 대목에서 많이 부끄러웠다. 아는 사람이 버젓이 나와 너무 얄밉게 굴어서...)
개인의 삶 보다 운동의 전체를 생각하라고 윽박지르던 단체들.
현실을 모르던 바 아니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새삼 싫어져서 '정말 떠야겠다'란 결심을 다시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전체를 강조하는 단체들에 대해 점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전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양단간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회색분자, 스파이, 간첩으로 몰리는 것이 비단 북한과의 문제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분명 우리는 일상에서도 꾸준히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어느 정파인지, 그렇다면 누구와 친한지.
끊임없이 소속을 강요하고 검증하려고 하는 사회.

송두율 교수가 추구하던 경계인으로서의 삶, 경계도시는 우리에겐 너무 먼 얘기 아니 어쩌면 불가능한 얘기일런지도 모르겠다.

경계도시2
감독 홍형숙 (2009 / 한국)
출연 송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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