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과 최아룡 선생님을 만난건 2006년 혹은 2007년 무렵이었을 거다.

(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당시 나는 광화문-시청에 있는 언론노조(프레스센터)에 근무하고 있었고 내 몸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과 5분 거리의 요가원에 등록해서 두어달 다녔는데...(요가는 대학때 이미 서너달 다녀본 적이 있다)

왜 그리 살빼는 것에 집착을 하는지... 게다가 핫요가가 한참 유행시작하던 시절이라 뭔가 빠르고 강한 동작들을 반복하게 했는데 나는 그게 싫었다.

 

내가 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빠른운동과 근육운동에 별 흥미가 없어서였다. (물론 내가 운동신경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때 잠시 배웠던 라켓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외 뭔가 재빨리, 강하게 움직이는 운동은 나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

여튼 그래서 요가로 꾸준히 내 몸을 건강히 하고 싶었는데 그 요가원에 다니면 꼭 다이어트를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

살 빠지고 날씬해지면 좋긴 하지만 내가 하고싶었던건 '몸 살리기'이지 '몸 가늘게하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그래서 그 요가원을 그만두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시청 요가, 광화문 요가 등...

5~6개 정도의 요가원이 검색됐던 것 같은데 그 중 희한한 이름의 요가원 발견.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

응?

요가타운, 핫요가, 요가라이프 뭐 이런 이름이 아니라?

 

그래서 요가원 이름으로 다시 검색.

그랬더니 원장쌤의 조금 특이한 경력(?)과 관련된 한겨레와 한국일보 기사가 검색됐고 왠지 꼭 그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전화하고 찾아가 등록할 때 약간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평소 몸상태, 직업 등을 물었고 요가를 통해 어떤걸 원하는지를 물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다이어트 강조하는 요가가 싫다고 강력히 ㅋㅋㅋ 말했던 것 같다.)

그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보통 그냥 수강기간에 따라 결제하면 끝인데 이런저런 내 얘기를 물어주다니!

 

그렇게 첫만남부터 마음에 들었던 세상속요가원은 다닐수록 더 편하고 좋았다.

당연히 무리한 자세나 강한 동작을 강요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됐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것은... '잠'이다.

나는 잠을 빨리 못자고 푹 자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세상속 요가원에서 송장자세만 하면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양 옆에선 다른 동작들을 하고 있었고;;; 나는 잠시 동안이지만 정말 푹 자고 일어났다.

게다가 아룡쌤은 날 깨우는 일은 거의 없었고 대신 내가 잠이 들면 담요를 덮어주셨다.

(왜 그랬는지는 내일 물어봐야지 ㅋㅋ)

잠에서 깨어날 때 마다 나의 마음속엔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났는데 '앗, 운동하러와서 돈아깝게...'하는 마음과 '아... 푹 자서 개운하다. 더 자고 싶다.'라는 마음.

 

그렇게 1년 가량 반 이상은 자면서 요가원을 다니다가 2008년이 되면서(정권이 바뀌었다!!!) 정말 미친듯이 바빠져서 요가원은 일단 정리.

그 뒤 파업에 또 파업을 거듭하는 무자비한 일정으로 요가는 꿈도 못꾸다가 2010년에 그만두고나서 다시 등록.

그때는 뱃속에 토실이(지금의 지안이)를 품고 임산부요가를 했다.

그리고 출산 후 요가원을 또 그만두었는데 그 사이 최아룡 선생님은 요가원 자체를 정리하셨다.

 

근데 알고보니... 동네(?) 주민!

여튼 우리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고... 페북에서도 이어졌고...

오늘 드디어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만났다!

쌤이 책을 내셨는데 그와 관련된 강의를 나무그늘에서 하신 것.

오늘 첫 강연이었는데 29일에 이사가는 나를 위해 ㅠ_ㅠ 3월에 첫 일정을 잡으셨다고.

 

 

 

사실 아직 책은 못봤다.

이사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책을 보고 뭐고 할 여유가 없어서;;;

오늘 저자 싸인 받은 책도 받았으니 이사하면 차분히 읽어봐야지.

 

이 책이 읽기 전부터 마음에 드는 이유는...

표지에 쓰인 연보라색도 좋고 제목에 들어있는 '늦은 일곱시'가 한참 요가원에서 자던(! ㅋㅋ) 시간이어서.

나에겐 굉장히 편한 시간으로 기억되서 좋다.

그리고 일을 그만둔 이후 나는 쭉 '나를 만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살빼기 요가가 전국을 휩쓸고 있어서... 마음을 다스리는 요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아룡쌤이 요가원을 다시 운영하시면 좋을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책은... 읽고... 또 애기해야지. ㅋㅋ

 

 

나는 이게 전체적인 고학력 현상에 따른 사회적 폐해라고 보는데... (괜히 거창해 보이네 -_-;;)

특히 운동권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노조에서도 청년회에서도 느꼈던 것을 청동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80년대만 해도 대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전태일 열사가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만큼.

하지만 '대학'간판 못달면 사람구실 못하는 것 처럼 사회가 굴러가자 대학 자체도 정말 많아졌고 대학이 선택이 아닌 의무교육처럼 생각되어 대학나온 사람이 정말 많다.

 

언론노조에 있을때... 이건 직종 특성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4년제 대학졸업자였다.

(정말... 서울대가 널리고 널렸다. 그 다음은 고대. 한양대 정도면 B급 대학인거다. -_-)

그러다보니 나이를 물을때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학번을 물었는데 간혹 인쇄쪽 조합원들은 대졸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묻는 사람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이 괜히 미안해하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다른 조직에선 학번을 묻는 것 같진 않던데...)

 

청년회도 마찬가지다.

정말 대부분 학생운동을 거쳐 졸업 후 청년회에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청년회의 경우 나이를 묻기로 정리했으므로 학번을 묻는 경우는 잘 없지만) 어느학교 나왔냐고 묻게 되는데 학생운동 출신이 아니거나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자존심 상하는 일인거다.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 앞에서 서총련이 어쩌고 떠드는 것도 듣는 사람들은 꽤 불편한 일.

 

그리고 얼마전...

나는 딱 한번 만나 얘기를 나눈 선배님이 청년동문회 탈퇴를 선언하셨다.

(아... 그 선배님 잠시였지만 정말 좋았는데...)

한양대는 중앙동아리에 한양여대 학생들도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동연출신에는 한양여대 졸업생도 있는데 아마도 청동 회원자격에 대해 누군가가(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사실 전혀 알지 못하지만) 얘기한 모양이다.

 

내가 겪은 세가지 일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크게 보면 다 같다고 본다.

청년회에 들어와 운동권 경력(이 표현 웃기다 ㅋㅋ) 15년이 되어가는 나의 동거인은 아직도 이런 일에 기분나빠하고 상처받는 걸 보고 있는 내가 판단하기에 이런 일은 가해자는 모르고 피해자만 크게 상처받는 일이다.

(심지어 나도모르게 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물론 상처주는 개인이 예의가 없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특성이 있을 수 있다. (싸가지가 없다고 표현하면 쉬운데 ㅋ)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상처주는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고(이게 죄라면 죄...) 상처받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다치기 때문에 이미 마음이 깊이 패여있게 된다.

 

여튼 운동권들.

모두를 위해 살자고 외치지만 정작 가까운데서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는 차별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학력에 의한 차별의 경우... 사회적 지위인 것 같기도 해서 고질적인 자격지심을 심어준다.

인간이 못난게 아니라 그저 공부성적이 안좋았을 뿐인건데 내가 못난것 같은 그런 기분.

그래서 대졸자들이 나 모르는 얘기를 하거나 은연중에 무시당해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혼자 위축되고 그런거.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있기나 한가...

나부터 집에서 잘해야지;;;

'이 사람과'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렇다.

우리는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이다.
공통점은 B형이라는 것과 그래서 둘다 화르륵 탄다는 점 밖엔 없다.
(허나 남편씨는 뒷끝 작렬 ㅋㅋㅋ)

여행을 갈때도 나는 1부터 100까지 시간단위로 계획을 짜고 경우의 수에 따라 대비책도 마련해야 마음이 편한데 남편씨는 정반대다.
어짜피 가보면 상황은 어찌될지 모르니 그냥 일단 가고 그때그때 판단하는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순발력이 있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이게 싫다. -_-)

그리고 난 예상되는 상황이 마음이 편하고 익숙한게 좋은데 남편씨는 늘 예측불가능하고 처음 겪는 일을 좋아한다.

난 운동신경이 없고 논리적인 것에 강한데 그는 스포츠맨이고 감정적인 것에 강하다.
난 군것질과 밀가루,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는 맵고 담백한 한식위주의 식성이다.

아니 여튼... 뭐가 다른지 말하자면 입이 아플정도고...(손이 아프다)
어쨌든 오늘은 '다르다'는 그 점이 바로 장점으로 발휘된 날.

이사갈 집을 한달째 고르고 있는데 둘다 좀 까탈스러워서(앗. 공통점? ㅋㅋ) 당최 맘에 드는 물건이 없는게다.
성향상 나는 이런 상황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인데 남편씨는 어떻게든 되겠지 주의. ㅠㅠ
근데 그런 사고방식이 오늘 결국 나에게 다른 해결책(?)을 주었고 나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ㅋㅋ

달라진건 하나도 없지만 마음을 달리 먹으니 이렇게 여유로울수가!!
(물론... 평소에 그가 늘 이래서 난 속이 터진다;;;)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둘이 마주앉아 피말리고 있었겠지. ㅋㅋ

둘이 다르다는 것.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양날의 검이 맞으려나...) 점이지만 오늘만은 무척 좋구나!
이제 간만에 집걱정 없이 편히 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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