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마저 찌질하게 굴어야겠습니다.
보통 글을 쓸 때 존댓말로 쓰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이렇게 하고 싶네요.

아까 나의 분노와 우울은 단지 그 하나의 사건 때문에 터진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http://www.facebook.com/boimi.net/posts/595221717197699)
그간 서러웠던 것들, 그간 억울했던 것들, 그간 힘들었던 것들이 한마디의 말에 의해 터져나왔던 것이겠지요.

우울해서 눈물이 날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큼 분노만 치밀어 오르고 눈물은 나지않았습니다.
초콜렛 먹으며 기분을 달래고 이성을 찾았고 그래서 나몰라라 외면했던 청소도 좀 했습니다.
(이게 무슨 오바냐 하실테지만 내일 아침부터 라은이는 바닥을 물고 빨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언론노조에서 일할 당시 한겨레 노조위원장이셨던 김보협 기자가 댓글을 다셨습니다.
노조 행사에 언론노조 식구들이 왔다며,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던 예전 생각이 나신다고...
순간 멍... 그리곤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그렇지... 내가 '나의 활동'을 하기도 했었지...'

2011년 4월 이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를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름보다 엄마란 말을 백배 많이 듣다보니 그저 엄마인줄 알고 살고 있었습니다.

네.
갑자기 좀 서러웠고 그래서 좀 울었습니다.
'나'를 잊고 살아온 날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인데... 억울하거나 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왜 그랬나 싶은 마음.

아이도 챙기고 살림도 챙기고 내 생활도 챙기고 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러기는 좀 버거웠습니다.
(게으른 천성과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의 한계;;;)

그래서 일단 내 생활을 몇년 미뤘고 그만큼 아이에 집중했습니다.
내 아이와 나의 인생 중 서로가 이렇게 집중하며 절대적인 존재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랴... 짧은 기간 후회없도록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요.
물론 그 결정엔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딱 1년만 더 집중하고 저도 제 생활을 찾을거니까요.

근데...
사람 마음이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뭐가 이리도 서글픈걸까요...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인지, 아니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한구석에서 밀려오는 후회인지, 이렇게 보내고 있는 세월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억울함인지...

엄마로 살아가기.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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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라니. 
정말 세월 빠르다.

아직도 결혼한지 2-3년 밖에 안된 것 같은데 어느새 6년.
하긴 지안이가 우리나이로 3살이니 6년이 되었을 법도 한데... 체감세월은 그렇지가 않다.

6년쯤 되니 어느새 결혼기념일 날짜는 나보다 남편씨가 더 잘 기억하게 되었고(난 까맣게 잊고 사람들이랑 놀러갈 계획만 짜고 있었는데 그날이 결혼기념일인거 말해줌 ㅋㅋ)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이던 우리는 삼십대 중후반이 되었다.

TV에 나오는 누군가는 아직도 배우자를 보면 설레고 떨린다던데 사실 그런 감정은 이제 거의 없고 '가족'이 주는 편안함과 일상이란 단어가 우리사이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상태가 됐다.
각종 고마운 행동과 서로에 대한 배려는 이제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감동하는 일은 적고, 오히려 미운짓과 거슬리는 행동들이 더 잘 보이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가 가장 편하고 솔직한 사이일 것이다.
(남편씨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살란다. ㅋㅋㅋ)

어느새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이제 '나'보다 '엄마' 혹은 '아빠'로서의 역할과 고민이 더 많아졌지만 아이들이 더 크고 독립적인 개체가 되면 우리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겠지.

애 둘에 치여 제대로 얼굴 마주보고 '우리의 삶'을 얘기할 시간조차 갖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라은이 좀 더 크면 얘기도 더 많이 합시다 여보.
지난 6년이 그랬듯 앞으로도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비록 당신은 내 블로그 글도 찾아보지 않을테고 페이스북도 안하니 이 글의 존재를 모를테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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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르다.
오늘이 아가도 산모도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백일이다.
명절 연휴 다음날이라 미리 준비를 못해서 저녁에 조촐하게 상을 차려주고 축하했다.

지안이 백일 때는 할머니가 수수팥떡도 만들어주시고 아빠가 휴가도 내고 온가족이 오붓하게 보냈지만 이번엔 명절 직후이기도 하고 집안 분위기가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조촐하게.
상을 멋지게 차린다고 더 아끼고 소박하게 차린다고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니기에 가벼운 상차림이지만 마음을 듬뿍담아 축하했다.
(지안이 때도 상차림은 비슷했다)

백일 동안 세상 사느라 고생많았다고, 앞으로 건강하게 쑥쑥자라라고 덕담도 해주고 지안이 오빠와 백일축하 노래도 해주고 떡도 먹었다.

더불어... 나도 참 고생 많았다.
올해까진 좀 더 고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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