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타는지 마음이 둥둥 떠다닌다.

그래서 집중도 잘 안되고 몸 컨디션도 계속 별로고.

금요일 새벽에 끔찍한 악몽으로 시달린 이후로는 더 별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때문인지 내 마음도 불확실하게 흔들리기만 한다.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집안일. 끊임없는 육아.

생각은 많은데 집중해서 되질 않으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뒤섞여 결론도 없이 머리를 헤집어 놓기만 하는 꼴이다.


현실의 벽이 느껴지는 서른여섯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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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지만 한동안.

한동안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연말을 연말인지 모르고 연초를 연초인지 모르고 지나갔다.

(물론 육아에 치여 실감하지 못한 것도 있다. 달력의 날짜가 아가들에겐 무의미 하니까.)


그렇게 한달즈음을 보내고 있는데 어제오늘 예상치도 못하게 나의 몇 년 전과 맞닥뜨렸다.

모든 것의 출구가 보이지 않던 시절.

평생 그렇게 지리멸렬한 나날을 보낼 것 같이 나를 감싸고 있던 무거운 기운들.


탈출하는 방법은 한방에 문을 닫고 모든 것을 끝내는 것과, 출구가 어디일지 모르지만 문을 찾아 조금씩 움직여 보는 것 두가지.

당시에는 내가 무슨 힘으로 움직였는지 깨닫지 못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에 예상치 못한 얘기를 하다 스스로 깨달았다.

책임감.

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움직이게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힘들게 짓눌렀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그 빌어먹을 책임감이다.

내가 캄캄한 터널을 지나게 된 이유는 나의 먼 과거로부터 누적되어 온 것이지만, 내 삶 내내 나를 힘들게 했던건 책임감과 정당성 뭐 그런 도덕적인 것들 이었다.

(실제 도덕적인 인간도 아니면서.)


나와 상관없는 일에 내 삶을 돌아보고 내 과거를 떠올리게 되다니.

이상한 행운이기도, 기회이기도 하다.


여튼 나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라는 엄청난 책임을 가진 자리에 있으니.

향후 십여년 간은... 강한 정신의 소유자인 듯 살아보는 걸로.

사실 바람에도 흔들리는 약한 멘탈을 가지고 있지만 꾸준히 도를 닦아보는 걸로.

(이미 박지안에 의해 꽤 도를 닦았다...)


어둡고 긴 시간을 지낸 기억은 이제 곱씹을 때마다 나를 다시 살게끔한다.

힘든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 슬퍼하고 잘 털고 잘 돌아오길.

그 시기가 추후 인생에 도움되는 시기가 될 터이니.



*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그 말 진짜 싫었는데 나이 먹을 수록 그 말 만큼 변치 않는 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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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사이도 아니라면 아무사이도 아닌 중학교 동창.
초등학교도 같이 나오고 중학교 시절엔 잠시 같이 과외받던 친구를 2009년이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즈음 검찰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아마도 나는 마이크 선 따위를 말고 있었겠지 -_-;;) 정말 우연히 만났다.
놀랍게도 나는 '언론'노조에 있었고 그 친구는 K본부 검찰 출입기자.
전혀 다른 직업이지만 공통점이 있던 우리는 명함을 주고받았고 그 뒤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지만 전화기 주소록에 남아 카톡으로 훔쳐볼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그 친구 프로필을 보는데 블로그 주소가 남겨져 있어서 들어가봤더니 기자로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때 함께 공부했던 사이지만 집에서 애 둘과 씨름하고 있는 내 모습에...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작아지며 괴로워 하다가.
내 평생 98년 가을 몇개월을 빼고는 모든 것을 걸고 공부만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을 깨닫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비단 공부만이 아니었다.
다른 어떤 일도 정말 미친듯이 (장기간) 집중해서 해 본 일이 없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능력도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기 마련이어서 넓을 지는 몰라도 깊지가 않다.
한가지만 파 본 적이 없으니까.

난 왜 이렇게 살았지 자책도 잠시 들고, 앞으로의 인생도 그닥 다를 것 같지 않은 불안함도 스치고.

내 인생을 남과 비교하지 말자. 모든 인생은 다 가치가 있다. 특히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얼마나 의미있고 숭고한 일인가. 따위의 뻔한 말 말고.
뭐 없을까.
정말 쨍 하고 기분이 좋아질 말.
내가 나에게 떳떳할 수 있는 그런 말.

쩝... 간만에 또 자학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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