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난생 처음(내 기억이 맞다면) 가위에 눌렸다.

 

원래 임산부들은 불면에 시달린다.

배가 나와서 잠자는 자세가 두가지 밖에 없다보니(왼쪽눕기 오른쪽눕기;;;) 불편해서 자주 깨기도 하고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깊게 잠들지 못하기도 하고 그렇단다.

게다가 나는 원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데다가 요새 이사문제로 근심이 깊어서 더 못자던 중이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벌어졌다.

지안이 임신때는 좀비같이 생긴 여자가 쫒아오는 꿈을 꾸긴 했어도 가위눌리진 않았는데...

 

여튼 만화에나 나올법한 둥근 그림자 사람(정말 검은색 반투명 젤리같은 형태)이 내 뒤에 눕더니(잠결에 남편씨가 화장실 갔다가 돌아와 눕는걸로 착각함...) 아주 기분나쁘게(지하철 변태처럼) 껴안았고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근데 당시엔 의외로 침착하게 '이 자식. 니가 감히 뭔데.'라고 생각하며 절에서 주워들은걸 몇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더니 금세 떨어져나갔다.

그리곤 잠에서 깨어 멍하니 있다가 무서운 맘에 얼른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깨서 생각해보니 정말 무서운게 아닌가!!!

 

나는 절에 다니진 않지만 엄마가 준 책이며 뭐며 많은데 오늘밤엔 머리맡에 늘어놓고 자야지...-_-;;

불경도 한번 읽어야지...

나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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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난 이유가 없는 건 아니고...

어쩔수 없는 상황이 그렇게 만든건데 오늘이 그렇다.

 

일어난 일은 이렇다.

오늘 원래 저녁에 세희씨랑 미나를 만나기로 했었다.

언론노조에서 이래저래 정이 들었던 언니동생들.

지금은 미나만 남았지만 간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5시 50분 걸려온 남편씨 전화.

갑자기 본사에서 보자고 해서 늦을거 같다며 정말 미안하다는 얘기.

여기까지가 벌어진 일.

 

그런데... 오늘은 다른날과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다른때 같으면 "아 뭐야!!!"라며 화를 내거나 "웃겨 진짜"라며 뭔가 다른 조건을 제안했겠으나...

오늘은 갑자기 진심으로 속상했다.

그 이유가 뭘까...

 

1.

예상치 못한 상황이 싫다.

7시반 약속이어서 7시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6시가 다되서 통보받은 것이니 '계획적인' 나는 돌발 상황 자체가 싫다.

2.

저녁약속이 있을 때 마다 스스로 왠지 모를 미안함에(약속 있는게 무슨 죄라고...) 시달려서 오늘은 특별히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었는데 한참 음식을 만들고 있던 상황이라 더 울컥했을지도 모르겠다.

3.

나 자체는 독립적인 인간인데,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를 기르는 처지가 됐다고 해서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나 역시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가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인가?

4.

다 키운 21개월 아가 한명인데도 이런데 하나 더 낳으면 나는 과연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도 있었을 것이다.

5.

외출이 없는 날이라면 하루 24시간 중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4~5시간 가량.

그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진 않으니 실제로는 1~2시간.

그래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기에 누군가 외부인을 만나는 일은 설레고 중요한 일인데 그게 무산된 데에 따른 좌절감 일지도.

6.

한달에 두세번이라도 '엄마'가 아닌 그냥 '나'로 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것 조차 내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니...

대체 나는 뭐란 말인가. 싶기도 했다.

 

뭐... 저게 다 이유일 수도 있고...

눈물까지 뚝뚝 흘린걸 보면 그냥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에 보면 수잔이 임신했을때 별별 일에 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그때 마다 주변사람들이 당황해하자 매번 그녀는 '호르몬 때문'이라며 안심시킨다. -_-;; 실제로 임신기간엔 감정기복이 크고 조절이 안될 때가 좀 있다.)

 

여튼 나는 저녁내내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다.

내 일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뀔 수 있다니...

 

그나저나...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외로움이 덜어진다는데 글 써도 하나도 안덜어지잖아!!!!

페이스북이 아니라 블로그라 그런거냐? -_-

아 무슨 소릴 지껄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좀 나아질까 해서 썼는데 이게 뭐꼬.

이 야밤에 지안이 깨워서 "엄마 이뽀" 해달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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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중함은 애를 키우다보면 느낀다.

아이에게 있어 엄마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고 소중한 존재인지.

반대로 나에게 엄마가 소중한 것도 느낀다.

엄마가 없는 딸들은 애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일요일 허리부상 이후... 지안이를 돌보다 보면 허리를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긴다.

최대한 누워서 놀아주고 가만히 있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

(먹고 싸는 문제...)

 

그러다보니 월요일 아침에도 삐끗, 화요일 아침에도 또 삐끗.

어제(화요일) 아침엔 정말 허리에 누가 전기충격기라도 댄 것 마냥 찌릿 하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말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고통.

한참을 "아-" 소리지르며 서있다가 겨우 지안이를 수습하고(하의 탈의 상태 ㅋㅋ) 거실에 쓰러지듯 누웠는데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팠다.

 

당시에는 정말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근데 엄마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펑펑.

마치 지안이가 어디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엄마~"하면서 우는 것 마냥 눈물이 났다.

내 전화에 엄마는 한달음에 지하철로 1시간반 거리를 달려왔다...고 했으면 더 감동적이었겠지만 우리 엄마는 자신의 생활도 소중한 사람이었으므로 오늘 아침 비와 우박을 헤치며 차를 몰고 달려왔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나은 상태여서...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온 엄마에게 "내가 필요한건 어제였는데 흥!"이라며 투덜댔다.

근데... 하루종일 있던 엄마가 저녁에 가고나니 엄마가 급 보고싶어지면서 눈물이 뚝뚝.

엄마가 오늘 안왔으면 집에 반찬도 없어서 난 뭘 먹었을까.

오늘은 남편씨가 늦는데 어쨌을까.

 

있을땐 툴툴대고 없으면 잘해야지 마음먹는 이런 고얀 딸내미라니.

자식 키워봐야...쩝...

그나마 난 딸이라 이정도지 아들내미들이 엄마의 마음을 뭘 알겠냐!

(박지안 듣고 있나? 응?)

 

여튼 나의 허리부상에 이틀연속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집에 들러주고 칼퇴근으로 지안이 저녁도 먹여준 남편씨와

나의 징징거림을 받아주고 하루종일 지안이에게 시달리다(?) 집에 간 엄마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둘다 이 글을 읽을리가 없다는 것이 함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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