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지안이 책 읽어주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일어나 책을 읽으란 지안이의 찡찡거림을 자장가 삼아;;;

30분정도 잤을까?
지안이는 엄마가 잠든 것과 조는 것을 이제 구분하는지 포기하고 혼자 놀더라.

근데 좀 전에 문득 달력을 보니... 지안이가 어린이집 갈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이 퍼뜩 든다.

미안미안...
엄마가 다시 정신차리고 잘 놀아줄께...
어린이집가면 이제 엄마랑 하루종일 놀지도 못할테고 동생 태어나면 더 못할텐데...
나의 소중한 첫아가 지안아, 보름남은 시간 엄마가 최선을 다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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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가사란... 아무리 생각해도 3D에 감정노동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아무리 울적해도 기저귀 갈아주고 때맞춰 끼니 대령하고 씻기고 재우고 웃으며 놀아줘야하다니.

몸쓰는거, 남 비위맞추는거 진짜 못하는 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라는 직업을 꽤 잘해내고 있는걸 보면 이걸 장하다고 해얄지 미련하다고 해얄지...

여튼 오늘도 나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야간근무 중이다. (엄마에게 퇴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잠시의 휴가만이 있을 뿐...)

오늘 기분이 별로인 일이 있어서 조금 울었더니 지안이가 다가와 같이 울먹울먹 하더라.
그래서 "엄마 슬퍼 잉잉잉~" 했더니 코앞까지 와서는 눈물을 보고서 "얼굴...물..."하며 작은 손으로 슥슥 닦아줬다.

물론 그게... 어디든 물이 묻으면 지안이가 하는 행동이라는걸 잘 알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듯 기뻤다.
잘키운 아들하나 열남편 안부럽구나. ㅎㅎ
(세상의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러하듯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과 살고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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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다 깬 지안이를 달래서 재우다가 든 생각들...

분명 한 인간을 길러내는 일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허나 그러기 위해선 분명 부모(주로 우리나라에선 엄마)는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가치있는 일인데... 쩝.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와 사람을 만드는 엄마로서의 나 중에 어느 한쪽이 더 의미있다 할순 없는 것.
아마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엄마들이 있겠지...

현재는 엄마에 충실하되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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