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가 지난 12월 26일 총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을 왜 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쭉 설명할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지만.
나의 능력이 부족하므로...
그냥 파업과 관련한 낙서라고 보면 좋겠다.

뭐 두서도 없고, 마무리도 허접한.
그냥 나의 일기라고 생각해 주시라. ㅋㅋ

1. 파업을 왜 하는지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MBC뉴스를 봐라!

언론노조 총파업 선봉에 선 조직은 누가 뭐래도 MBC다.
물론 MBC만의 파업은 아니지만 MBC는 조직면에서도, 방송내용면에서도 단연 모범이다.

매일 아침 진행되는 사내 집회를 보면 '이 조직이 만만한 조직이 아님'을 알게된다.
시간에 딱 맞춰 모이는 조합원들.
그리고 누가 정리해주지 않아도 줄맞춰 자리에 앉고, 앉을 자리가 부족하면 줄 맞춰 벽에 선다.
(어느곳이건 줄을 선다;;;;)

조금 둘러보면 우리가 얼굴을 알고 있는 아나운서, PD들이 곳곳에 박혀있다.
요즘이 어느때 인가.
아나운서들도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고 이미지 관리하는 시대에 그들은 파업에 나섰다.
무한도전에서 출연자들 만큼이나 유명한 김태호PD도 버젓이 인터뷰를 한다.
문지애 아나운서는 사내집회 사회를 보고
최현정 아나운서는 노래패 활동을 시작했다.

9시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 신경민 아나운서의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는 이미 전국민이 알 것이다.
근데 그뿐이 아니다.
뉴스데스크를 챙겨봤으면 누구나 눈치챘을일.
뉴스의 절반은 기존 뉴스 순서대로 진행되고, 이후 절반은 언론노조의 파업에 관한 얘기와 한나라당이 발의한 언론관련 법안들이 왜 문제인지를 조목조목 짚어 설명해준다.
언론노조에서 만든 그 어떤 선전물보다 논리적으로, 시각적으로 뛰어나다.

정말이지 볼수록 사랑스럽다.

2. 파업이 문예패들을 살아나게 하고 있다.

문예는 '문예'로서의 역할을 해야먄 살아남는다.
그래서일까?
지난 9년간 총파업을 하지 못한 언론노조의 각 사업장별 문예패(노래패, 풍물패, 율동패 등)들은 고사직전이거나 이미 고사한 곳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파업을 하면서 이들이 살아나고 있다.
예전에 김주하 아나운서가 활동했다고 하는 MBC노래패가 이번에 활동을 시작했다.
아까 말했던 최현정 아나운서와 허일후 아나운서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 뿐이랴.
한겨레 밴드 공덕스, 경인일보 경인사랑, YTN Y뮤직, YTN율동패, SBS 혼수상태, 강원민방 칼라바 등등 각종 '예술'하는 조합원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허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파업은 기자들도 노래하게 하더라.

3. 추위와의 싸움

춥다.
지난주 내내 집회와 촛불문화제를 반복했다.
한참 집회를 하다보면 가장 추운곳은 발이다.

양말을 아무리 두겹씩 신어도 30분이 지나면 발가락 끝에 감각이 사라진다.
혹시 고어텍스 등산화는 추위를 막아줄까 싶어 신고 나가봤는데...
2시간까진 추위를 막아준다.
그러나 2시간이 지나면 운동화와 마찬가지다.

그쯤 되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어지면서
한나라당과 MB새끼가 미워지는 감정도 사라지고 단지 '추위'가 너무 싫어진다.
내가 누구와 싸우고 있나 헷갈리는 순간이다.
적과 싸우는게 아니라 추위와 싸운다고나 할까...

집회 마치고 돌아오는데 정기국회 회기가 왜 12월까지 일까를 원망했다.
4월에 마치면 얼마나 좋아...
매년 12월마다 이게 뭐꼬!
(2004년 12월의 악몽이 떠오른다...)


4. 네티즌들이여! 독설닷컴을 보라!


이미 너무 유명한 사이트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의 블로그, 독설닷컴.
http://poisontongue.sisain.co.kr/

언론노조 총파업 뿐만 아니라 청년실업은 물론 평양여행기까지 어느 하나 버릴 글이 없는 알짜배기 블로그다.
티스토리 선정 우수 블로그에도 당연 선정된.

이번 파업에 독설닷컴의 힘은 크다.
언론노조 총파업이 궁금한 자들이여!
독설닷컴으로 갈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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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발단은 24일이었던 것 같다.
그날 프레스센터 앞에서 유인물과 볼펜 나눠주는 선전전하느라 찬바람을 좀 맞고...
저녁에 들어와 씻고 자려고 하는 타이밍에 홍탱이에게 전화가 걸려와서 남편씨와 나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밤부터 목이 슬슬 아파오더니만.
25일엔 하루종일 기침을 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저녁엔 목님이 가셨다.
그리고 26일 아침엔...목소리가 아예 안나와 '속삭여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6일의 몸상태는 쉬어야 하는 몸상태였지만 그날 총파업 출정식이 있는 날이라 쉬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기침에 시달려야 했고, 찬바람을 4시간 맞으며 열은 오르내렸다.
26일 저녁에 뻗은 나는 27일에도 펄펄 나는 열에 시달리다가 저녁에 잠시 살아났다.
그리고 28일 아침에 반짝 했다가 오후에도 앓고...저녁에 또 잠시 반짝하고 있는 상태다.

몸이 두개여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끙끙 앓는 것이 맘이 편치 않다.
아마 맘이 편치 않으니 몸이 제대로 낫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파업 관련한 포스팅도 꾸준히 하려고 했으나...
포스팅은 커녕 컴퓨터 앞에 앉을 기력도 없었으니.

그나저나...
내 목소리는 언제 돌아오는 걸까?
나의 병명은 후두염.
감기+몸살 증상과 같은데 목이 특히 너무 아프고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당분간 되도록 전화는 삼가하시길.
목소리 들으면 깜짝 놀랄테니까 ㅋㅋ
그리고 나도 말하기 힘드니까...ㅠ_ㅠ
연말엔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오랜만에 한데 모여 떠들기도 하고 하는 등의 모임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약속이 끊이지 않고 정신없이 바쁘다.

근데 올해 나의 연말은?
26일에 파업을 한다고 하여...
기자회견과 집회로 점철되고 있다.
그리고 집회 준비, 회의 등등등

아...이런 연말이라니.
누구에게는 '저런, 안됐다' 싶을테고
누구에게는 '부럽다' 싶을테지만 ㅋ

여튼 나는 정신이 없다.
그리고 체력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왜 이번 정기국회는 12월 31일까지가 아니고 1월 9일까지일까 마구 원망해본다.
아...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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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가 진행될 때, 집회가 진행될 때.
언제부터인가 객석에 앉아있는 것이 그리 편치 않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올 때는 나도 나가서 미친듯이 놀고 싶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난 여기가 편하다.

콘솔 옆.
제어장치들이 가득한 곳.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극도의 긴장상태가 정말 싫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느낌을 즐기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달까...
YTN후원의 밤 행사때도 나는 무전기 한대와 함께 주조정실에 앉아있었다.
외롭고 때론 심심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편했다.

그래도 노찾사 노래는 밑에서 듣고 싶었는데...
아쉬운 맘에 멀리서 사진을 남겼다.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하게 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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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nooe)님을 알게된건 어느날 제 블로그에 달린 트랙백이었습니다.
http://boimi.net/81#trackback163451
바로 이것이었죠.

누에님의 블로그에 가보니 이런저런 읽을꺼리들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법을 공모한다는 포스트를 읽었죠.
[공모]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법
그 즈음 한참 우울의 나락을 헤매던 때여서 댓글을 슬며시 달았는데 제가 당첨(?)된 것이죠.
하하

그래서 누에님이 엽서를 보내주셨다 하여 이제나 저제나 우체통을 들락거리며 주시했는데...
어느날 아침이었습니다.
우체통에 프랑스 파리에서 온 우편물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잘못 넣었군' 하며 받는 이를 봤더니...'달님'이라고 떡하니 ㅋ
그래서 보낸 사람을 다시 확인했더니 nooe!!!!


아...
누에님이 '열심히 날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던게 정말 '날아오는' 것이었군요.
이렇게 멀리서 올줄 몰랐습니다 정말.
그래서 더욱 반갑고 기뻤어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뜯어보았습니다.
자끄 프레베르의 사진.
모니터로 볼때랑은 느낌이 또 다르더군요.
뭔가 묘한 기운의 엽서예요.


그래서 괜시리 하루종일 설레고 두근두근 했답니다. 헤헤
게다가 파리라니...
유럽여행 다녀온 후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었던 도시...
왠지 누에님 덕에 이웃 도시 같아졌어요. ㅋㅋ
부산이나...제주? ㅋㅋ

그리고 '당연히' 국내에 계실껄로 생각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했지요.
무한한 인터넷의 공간에서 이런 협소한 사고방식이라니...ㅎㅎ

또 우울의 나락에 빠질때면...
멀리서 공감해준 누에님을 생각하면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블로그를 통한 새로운 '소통'을 일깨워준 누에님.
감사해요 진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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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에 YTN앞에서 몸싸움하다가 팔과 무릎에 멍이 들었다.
일요일에 고등어를 프라이팬에 구워먹다가 기름이 튀어 팔목이 데었다.
오늘 점심에 김치찌개 먹다가 손등이 냄비 손잡이에 닿아 데었다.

이 무슨 변괴인고...
굿이라도 해야하는겐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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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혼자 보내는 밤입니다.
밤이라는 시간의 매력은 마음이 촉촉해지는데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더욱 그렇네요.
아마, 혼자 보내야 한다는 이유에서겠지요.

오늘은 함께사는 사람이 집안 일로 들어오지 못해서, 혼자 집에 남아있습니다.
놀러나간 그 사람을 기다릴 때에는 그저 '기다린다'는 마음에 이렇게 허전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밤 사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마음에서 일까요?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그런 기분이네요.

그래서 더욱 '밤'이 느껴지나 봅니다.
더불어...알렉스의 목소리와 이 밤에 어울리는 노래들이 지금 이 시간을 '밤'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차분하게 나를 정리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
함께 있을때는 그리 바라던 시간이었는데 정작 예고없이 주어진 나만의 시간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참, 어리석습니다.

더 마음이 촉촉해져서 지탱하기 힘들만큼 젖어들기 전에 자러가야겠습니다.
어쩐지 오늘은 잠도 잘 오지 않을 것 같지만요.
이 바닥 몇년째인데...
이렇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건 처음이다. -_-

아침7시부터 구본홍 출근을 막기위해 YTN앞에 나갔다.
(PD저널 기사에 사진도 나왔다. 쪽팔리게...)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9279



구본홍 출근 1차 시도.
결국 망신만 당하고 실패.

구본홍 출근 2차 시도.
보농이가 온다고 하니 간부 30여명이 내려와 우리와 대치했다.
전경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싸우는 간부들에 놀랐다.
전경들은 보통 그저 밀기만 하는데 간부들은 적극적으로 우리를 떼어내더라.
그래서 그 와중에 어떤 간부가 내 팔을 잡고 당겨서....나는 결과적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국장들의 엄청난 보디가드에 힘입어 엘리베이터까지 가서 몸싸움이 이어졌고 우리 이진성 국장님은 간부들에 밀려 엘리베이터에 손이 끼어 7바늘을 꿰매야 하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더 큰 충돌을 막자는 우리 위원장의 제안에 구본홍은 발길을 돌렸다.

구본홍 출근 3차 시도.
시도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정리집회도 마치고 다 정리한 틈을 타 뒷문으로 재빨리 뛰어와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고 한다.
쥐새끼 마냥...
쥐새끼가 내려보낸 낙하산 아니랄까봐 쥐새끼처럼 출근하나보다.



덧붙임.
덕분에(?) 나는 무릎에 멍이 들었다.
욱신욱신하다.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그 간부놈.
한참을 소리지르며 "왜 넘어뜨리냐"고 따지고 싸웠다.
아니라고 발뺌하고 계속 도망가길래 끝까지 쫓아가서 따졌다.
그러다가 너무 열받아서 회전문 유리벽에 밀어버렸다. -_-
나중에 보니 가발썼더라.
또 몸싸움 생기면....내가 반드시 가발을 확 벗겨버릴꺼다.
나쁜새끼...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쥐새끼 낙하산 구본홍보다 간부새끼들이 더 밉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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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YTN앞으로 천막치러 가는 길에
농활처럼...ㅋㅋ
트럭뒤에 탔다.

농활땐 늘 했던 일인데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하려니 좀 부끄러웠다.
그래도 날씨가 안추워서 해볼만한 일이었다.
나름 재밌던데? ㅋㅋㅋ


뒤쪽으로 프레스센터(서울신문사라고 써있는)건물과 시청 앞 큰 트리와 시청광장이 보인다.
이런 경험이라니...ㅋㅋ
신호에 걸려 정차했을때가 젤 부끄러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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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일기를 쓸만한 일이다 이건!

한달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황석영 선생님을 봤을때 보다 훨씬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조정래 선생님과 점심을 먹게 된 것이다.

언론노조에서 다음주 17일에 YTN후원의 밤 행사에 선생님을 초청했는데 시간이 안되신다고 해서 오늘 영상메세지를 촬영하러 직접 사무실에 오셨다.
(대부분 우리가 찾아가는데...영광이다...)
그 카메라 마이크 세팅을 도와준 댓가로... 점심식사 자리에 끼었다.
으헤헤
물론 마이크 세팅하며 "이럴줄 알았으면 한강, 아리랑, 태백산맥 세질을 들고와 싸인 받는건데!"라며 아쉬워한 나의 모습을 보고 이진성 국장님이 거둬주신 것이지만 ㅋㅋ

여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식사자리에 갔다.
어른들(선생님과 위원장, 사무처장) 식사하는 자리에 합석한 것이기도 했고 원래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부끄러워 하는 성격에 구석에 앉아 조심히 밥만 먹으려고 하는데 이 국장님이 "이 친구가 선생님 팬이예요. 집에 책이 다 있대요."라고 해서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선생님이 "요즘 말로 광팬인가?"라고 농담까지...(사람들이 재밌어 해서 나는 더 부끄러웠다;;;;)

여튼 어찌어찌하여 싸인얘기가 나왔는데 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ㅠ_ㅠ
"선생님, 오시는걸 미리 알았으면 제가 책을 가져왔을텐데요 오늘 갑자기 들어서 아무것도 준비를 못했어요. 죄송해요" 라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난 종이도 없었다 ;;;)
"종이도 내가 줄께"라며 본인의 수첩 한자락을 뜯어 주시는게 아닌가!!!


그 순간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
그 와중에 이 국장님이 작년에 결혼해서 신혼이란 얘기를 꺼내며 내외에게 함께 싸인해주시라고 하자, 우리 위원장님..."남편은 통일운동도 하고 아주 예쁜 부부입니다"라고 해서 정.말. 몸둘바를 모르게되고;;;;
선생님은 흔쾌히 싸인해주셨다.
헤헤
태백산맥 1권에 붙여야겠다. (그책은 남편씨의 책이다 ㅋㅋ)

그리고 헤어지는 길에 아들 많이 낳으라며...
아들 셋 낳으란다. ;;; 그게 애국하는 길이라신다. ;;;;
애국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서...그냥 포기해야하나? 잠시 생각했더랜다. -_-;;;

여튼.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하하하

덧붙임.
선생님과 대화 중에 이런저런 많은 말들을 들었지만 그에 대한 것은 나중에...
김소의 블로그에서 완전 공감가는 글을 봤다.
http://kimso.tistory.com/entry/생활습관-혼란기

나도 김소따라 결혼전 생활을 보자면...

일단 집에오는 긴긴 길에 책이나 문건이나...텍스트를 읽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이어서 재미있는 책은 하루에 한권 읽기도 한다.
(편도 한시간반 동안 반권씩 아침, 저녁으로 한권)
집에오면 가방놓고 씻고 나와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옷을 입었다.
그리곤 그 앞에 앉아 이런저런 글도 읽고, 글도 쓰고 하며 하루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때론 누군가에게 메일도 보내고 하면서.
그리고 누워서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든다.
(아침 6시에 방에 불이켜진걸 발견하는 기분이라니...)

결혼하고 나선.
집에 오자마자 쌀을 씻어 앉힌다.
그동안 옷갈아입고 부엌에 있는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를 들으며 찌개나 국을 끓이고 반찬 준비.
이미 결혼 1년 지난 나름 주부이므로 30분이면 대체로 밥은 다 차려진다.
쿠쿠의 밥짓는 속도와 동일하다. ㅋㅋ
남편씨와 밥을 다 먹고나면 남편씨가 설거지 하는 동안 난 TV를 켠다.
무심코 켠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덥잖은 예능프로를 보거나 아주 재밌는 다큐를 보거나 등등 십수개의 채널을 빛과 같은 속도로 돌리며 본다.
(아는 사람은 알거다. 남편씨의 리모콘 돌리는 속도를. 근데 이젠 내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느리지 않더라. ;;;)
그렇게 밍기적, 부비적 대다가 씻으러 간다.
(가끔 미리 씻고 부비적 대기도 한다.)
그리곤 침대로...가서 한 1-2분 수다떨다 잠든다.
(남편씨와 그 이상 수다떠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머리만 닿으면 잔다.)

얼마전에...결혼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고 좋지만 어쩐지 나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고...
그리고 남편씨가 좀 늦는 날에 예전엔 마냥 허전하고 심심하고 해서 몸둘바를 몰랐는데 이젠 책읽고 음악들으며 시간을 즐긴다.
지난 1년이 정신없는 삶이었다면 이제 나와, 공동의 삶을 둘 다 즐기는 삶이랄까.

근데 확실히 사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줄었다.
남편씨랑 둘이 사는데도 이런데... 나중에 애를 낳으면 어찌될지 두렵다. -_-;




아, 그리고 귀가시간...
여러사람에게 말한적 있는데.
오이도 살때는 숙대입구 11시45분(동대문운동장 11시36분, 사당역 12시00분) 막차를 타면 오이도 도착 1시.
그리고 집에가서 씻고 바로 자면 2시엔 누웠는데...
이젠 2시에 귀가하기도 힘들다 -_-
집은 무지무지 가까워졌는데 꼭 더 많이 자게되는 것도 아니고 피곤하다.
특히 모임날엔 3시에 자면 빨리 자는거고 5시반에도 자봤다. -_-
청년회 근처로 집을 얻은 것이 즐겁지만 괴로운이유다.
사람들이 놀러오는 것은 매우 기쁜데, 늦게 잠드는건 너무 힘들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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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선생님 강연을 섭외하기 위해 하종강의 노동과 꿈 홈페이지를 찾았다.
섭외 글을 다 쓰고 다른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다.


소설가 김연수는 가수 김광석 10주기를 추모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김광석의 노래에는 한심한 청춘들이 무턱대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청춘을 둘러싼 그 모든 모순들을 일거에 변증법적으로 해결하는 명쾌함이 있었다. 우리를 열광시킨 것은 <그루터기>를 부르던 그 입술로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공적 운동과 사적 연애가 원래 둘이 아니라는, 그 참으로 아름다운 일원론의 세계."(<한겨레21> 591호, 2006. 1. 3.)

'공적 운동'과 '사적 연애'의 일원론이라... 공감합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던 바로 그 명제.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자기를 옭죄거나 합리화 시키고 있을 우리들.

그냥 그 둘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받아들이면 해결될 것을.
나의 몸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 행동하지 않듯이
공적 운동도, 사적 연애도 결국 "내"가 하는 것임을.


그래서?
김연수의 소설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덧붙임.
김연수의 글 원문을 읽고 싶으면
http://blog.naver.com/h2h2hiro/90012100767
를 참조하시길.
글 제목인 '우리가 잃어버린 뜨거움이여'로 검색하면 한겨레21기사는 오류나고...
읽을 곳이 여기 밖에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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