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읽어버렸다.

몇년전이던가...
SBS에서 최강희와 지현우가 정말 너무도 '달콤'하게 나왔던 그 드라마.
원작인 책이 존재할거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고, 다만 간만에 참 괜찮은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주말 저녁 9시던가 10시던가 하는 시간은 본방사수가 전혀 불가능한 시간이었고, 다시보기나 불법다운로드를 받을만큼 매력적이지도 않았기에 드문드문 보다가 잊혀졌었다.
그리고 한참뒤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언젠간 꼭 읽으리라'고 생각했던 그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된 것에 대한 변명이 이리도 길다니...)

책은 서른두살의 서울사는 오은수의 얘기.
미혼이라는 것만 빼면 나와 비슷한(것 처럼 나 혼자 착각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 여자의 얘기였다.

한 45% 정도만 공감하고 있다가 책으로 쑥 들어가게 된 것은 아마도 오은수가 사표를 내던 대목이었으리라.
난 분명 우유부단한 인간도 아닌데 대체 왜!
아니, 어쩌면 나는 우유부단과 관계없이...내가 때려치는 순간 (차라리 미혼인게 유리한) 무한경쟁의 인력시장에 내몰려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임신 혹은 출산과 함께 그냥 주저앉을 것이 두려워서이리라.
젠장.
현실감각쯤은 가끔 개나 줘버리고 싶다.

서른두살이라는 나이.
결혼여부와 관계없이, 아마 이 나이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쯤 되리라.
그래서 2006년의 오은수도, 2010년의 나도 지하철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흔들리고 있으리라.
무얼하고 싶은지 찾고 싶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그 길을 떠나기엔 나이와 내 처지가 발목을 잡는 그런 회색빛 삶.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서울의 서른두살들은 다 그저 그렇게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 위안이 되면서도, 결혼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이룬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여러가지 연애 속에 혼란스럽고 가슴아픈 경험의 기회를 잃은 것 일수고 있겠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좀 억울하면서도 안심되는 이상한 감정 -_-
(이게 무슨소리?)

그렇다.
이 책을 방금 읽고 난 마음이... 뭐 좀 혼란스럽다.
일단 나는 사표를 내고 싶은거다.
아이고...ㅋㅋㅋ

서른두살은.
스물두살보다 더 확실한게 없고, 더 혼란스러운 것 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스물두살은 나이라는 물리적인 숫자가 주는 압박감과 사회적 통념이 없으니 말이다.



덧붙임.
책표지 이미지를 첨부하기 위해 검색을 돌려봤더니...
세상에 김영수 역에 이선균이었댄다.
난 재미없고 따분하고 매력이라고는 없는 그런...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매력적인 배우를 쓰다니!
얼른 동영상을 구해서 복습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다.
푸하하


달콤한 나의 도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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