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 보름가까이 너무 힘들었다. 
워낙에 유리멘탈이기도 하지만 특히 남의 슬픔에 쉽게 감정이입하는 사람이라(진짜 유치한 드라마나 애니도 주인공이 울면 같이 운다;;;) 하루하루 살아내는게 버거웠다. 

그래서 5월에 들어서면서는 뉴스를 끊었다. 
사랑하던(!) 손석희씨도 끊었다. 
페이스북에 걸린 링크기사들도 왠만하면 누르지 않았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부던히 노력했다. 
내가 살 수가 없어서. 

근 한 달이 걸렸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그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어떤 일에도 집중이 안되고 중간중간 감정이 널을 뛰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사람에겐 그게 가장 위험하다. 
내 감정을 아이들이 받아야 하니까. 

어쨌건 나는 돌아왔다. 
나는 뻘소리도 할 것이고, 맛있는 거 먹은거 자랑도 할 것이고, 가끔 다른 사람 흉도 볼 것이고, 자주 애들 사진을 방출할 것이다. 
늘 그랬듯 끊임없이 떠들 것이다. 

근데 그렇다고 내가 모든걸 잊은 것은 아니다.
더이상 분노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운운하며 나의 일상을 말하는데 죄책감 느끼게 하지 마라.
(온라인 공간이 늘 주장만 하고 늘 엄숙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지칠지 생각해보라.)

나는 수다도 떨고 때로는 주장도 하고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
내가 당신과 같이 주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쟤 이제 별로야’라고 생각한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냥 날 앞으로 안만나면 된다.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냐고?
잊으려고 노력하는 한 달 동안 나름의 자기검열 때문에 짜증이 났으니까.
내가 이런 얘길 떠들면 저사람이 날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이런거 했다고 하면 저들은 날 철없다 생각하겠지?
등등.

다른 사람 시선이나 평가따위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이상하리만큼 남의 이목이 걱정됐다.
다 내 멘탈이 불안정한 탓이었겠지만.
남이 날 어떻게 보면 어떤가.
난 그냥 난데.
언제부터 내가 남들 시선 의식하며 살았다고.

여튼 난 내 방식대로 내 삶을 살아야지.
한 달.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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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처럼 옮는 활동가들의 우울증.

꼭 활동가들이라 우울증이 감기처럼 옮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감기처럼 옮기 마련인데 활동가들은 대개 삶이 비슷하고 같은 고민을 하며 장시간 한 공간에서 사니까 그런 일이 더 강한 것 같기도 하고.


몇년 전 노조에 있을 때...

공개적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남들이 보기엔 100% 우울증인데 본인만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감정이 널을 뛰고 늘 인생이 어둡고 칙칙해 보이고 실제로 가정생활도 원만치 않고 대인관계도 별로인.

그래서 같이 일하면 내가 다 짜증이 치밀고 복장이 터지는.


근데 그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조금씩 분명 우울증을 앓고 있다.

나 또한 옮았는지 자생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분노를 내가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고, 어느 순간 혼자 있을 때면 정말 그 무엇도 하고 싶지않은 무기력의 끝을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퍼뜩 정신이 들었던 계기는...

건강검진에 정신건강 관련 항목 질문에 답을 할 때 였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삶은 여기서 더 나아질 것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등의 항목에 '예'라고 체크했을 때다.

분명 그 항목은 작년엔 "아니 뭘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묻고 그래?" 하며 비웃었던 항목이다.

그 외에도 내가 '예'라고 대답했던 것에는 '강이나 호수를 보면 들어가보고 싶다' 따위의 질문도 있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당시에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나도 깨닫지 못했으니까.

매일 얼굴보는 사람도 물론 몰랐고.


여튼 몇년을 집에서 보내면서 내가 과연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많이 고민했다.

애초에 일을 그만둔 이유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했던거니까.

(미술사 공부도 정말 하고 싶지만 그건 더 나이들어서 해도 되고...)

내가 찾은 것 중에 하나는 활동가들을 상대로 수시로 상담을 하는 일이다.


내가 이렇게 살다가 결국 모든걸 등지겠다는 것을 깨닫고 상담을 마음먹기까지 쉽지 않았다.

신경정신과에 대한 편견도 분명 있었고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그런데 이게 활동가들에겐 정말 필요한건데.

매일 일상이 '싸움'인 것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데.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수시로 상담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하지만 비용이 문제.

정말 해보려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조금 알아봤는데...

공부하는데 경제적 비용도 엄청 들고 시간도 엄청 들고.

우리집은 내가 벌어야 하는 구조이지 더 쓸 수 있는 구조는 아니고.

애가 둘이 되었으니 시간도 한정적이고.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사무실에서 전화라도 받아줄텐데.

뭐... 가장 최고는 이런 사업을 벌일 후원자를 만나는 것인데...

(나도 공부 좀 시켜주고 ㅋㅋ)


이런 시스템이 조직적으로 갖춰지면 얼마나 좋을까.

당이나, 민주노총이나...

(그럴리가 있겠냐마는...)


하여간 노동당 부대표의 부고를 접하고 작년부터 내가 꿈꾸던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어디 학비 지원해 줄 키다리 아저씨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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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별로다.

내가 부당해고를 해야 하는 입장이, 구조조정으로 누군가를 그만두게 만드는 입장이 될 줄은 몰랐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산다'와 비슷하게 '조합이 살아야 모두 산다'고 주장해야 하다 뭔가 계속 내 옷이 아닌 것 같은 기분.


게다가 오늘은...

혹시 우리 내부에 누군가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면서 나의 과거를 미워하게 됐다.

편 가르고, 그는 어느 그룹인가 계산하고.

마치 정파가 뭔지 뒤를 캐는 것 처럼.

사람사는 세상은 다 이런건가 아님 내가 유독 그런 바닥에서 살아왔던 걸까.


예전엔, 항상 내(혹은 우리) 주장을 할 때 상대방은 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맞는' 것을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제 내 앞에는 그저 의견이 다른 우리편만 있을 뿐이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면서도 늘 듣는이의 감정을 보살펴야 한다.

이게...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인가 대체.


날 아는 사람은 알텐데... 난 저런 사람이 아니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선 감정을 살피지만 일에 있어선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때론 사적인 관계에서도 맞다고 생각하면 그냥 말한다.)

여지를 두지 않는 편이며 상대의 감정은 내 알 바 아니다.

난 맞는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


아.

어렵다.

차라리 싸우는 편이 낫겠다.

싸우는게 지긋지긋해서 도망쳐온 나인데.

싸우지 않는 건 더 어렵다.

고작 14가구 모여있는 조합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며칠 전 술 취한 친구놈의 "아는 사람이 왜이래?"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내가 요새 뭐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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