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사이도 아니라면 아무사이도 아닌 중학교 동창.
초등학교도 같이 나오고 중학교 시절엔 잠시 같이 과외받던 친구를 2009년이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즈음 검찰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아마도 나는 마이크 선 따위를 말고 있었겠지 -_-;;) 정말 우연히 만났다.
놀랍게도 나는 '언론'노조에 있었고 그 친구는 K본부 검찰 출입기자.
전혀 다른 직업이지만 공통점이 있던 우리는 명함을 주고받았고 그 뒤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지만 전화기 주소록에 남아 카톡으로 훔쳐볼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그 친구 프로필을 보는데 블로그 주소가 남겨져 있어서 들어가봤더니 기자로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때 함께 공부했던 사이지만 집에서 애 둘과 씨름하고 있는 내 모습에...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작아지며 괴로워 하다가.
내 평생 98년 가을 몇개월을 빼고는 모든 것을 걸고 공부만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을 깨닫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비단 공부만이 아니었다.
다른 어떤 일도 정말 미친듯이 (장기간) 집중해서 해 본 일이 없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능력도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기 마련이어서 넓을 지는 몰라도 깊지가 않다.
한가지만 파 본 적이 없으니까.

난 왜 이렇게 살았지 자책도 잠시 들고, 앞으로의 인생도 그닥 다를 것 같지 않은 불안함도 스치고.

내 인생을 남과 비교하지 말자. 모든 인생은 다 가치가 있다. 특히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얼마나 의미있고 숭고한 일인가. 따위의 뻔한 말 말고.
뭐 없을까.
정말 쨍 하고 기분이 좋아질 말.
내가 나에게 떳떳할 수 있는 그런 말.

쩝... 간만에 또 자학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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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마저 찌질하게 굴어야겠습니다.
보통 글을 쓸 때 존댓말로 쓰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이렇게 하고 싶네요.

아까 나의 분노와 우울은 단지 그 하나의 사건 때문에 터진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http://www.facebook.com/boimi.net/posts/595221717197699)
그간 서러웠던 것들, 그간 억울했던 것들, 그간 힘들었던 것들이 한마디의 말에 의해 터져나왔던 것이겠지요.

우울해서 눈물이 날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큼 분노만 치밀어 오르고 눈물은 나지않았습니다.
초콜렛 먹으며 기분을 달래고 이성을 찾았고 그래서 나몰라라 외면했던 청소도 좀 했습니다.
(이게 무슨 오바냐 하실테지만 내일 아침부터 라은이는 바닥을 물고 빨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언론노조에서 일할 당시 한겨레 노조위원장이셨던 김보협 기자가 댓글을 다셨습니다.
노조 행사에 언론노조 식구들이 왔다며,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던 예전 생각이 나신다고...
순간 멍... 그리곤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그렇지... 내가 '나의 활동'을 하기도 했었지...'

2011년 4월 이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를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름보다 엄마란 말을 백배 많이 듣다보니 그저 엄마인줄 알고 살고 있었습니다.

네.
갑자기 좀 서러웠고 그래서 좀 울었습니다.
'나'를 잊고 살아온 날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인데... 억울하거나 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왜 그랬나 싶은 마음.

아이도 챙기고 살림도 챙기고 내 생활도 챙기고 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러기는 좀 버거웠습니다.
(게으른 천성과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의 한계;;;)

그래서 일단 내 생활을 몇년 미뤘고 그만큼 아이에 집중했습니다.
내 아이와 나의 인생 중 서로가 이렇게 집중하며 절대적인 존재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랴... 짧은 기간 후회없도록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요.
물론 그 결정엔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딱 1년만 더 집중하고 저도 제 생활을 찾을거니까요.

근데...
사람 마음이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뭐가 이리도 서글픈걸까요...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인지, 아니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한구석에서 밀려오는 후회인지, 이렇게 보내고 있는 세월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억울함인지...

엄마로 살아가기.
참 어렵네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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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라니. 
정말 세월 빠르다.

아직도 결혼한지 2-3년 밖에 안된 것 같은데 어느새 6년.
하긴 지안이가 우리나이로 3살이니 6년이 되었을 법도 한데... 체감세월은 그렇지가 않다.

6년쯤 되니 어느새 결혼기념일 날짜는 나보다 남편씨가 더 잘 기억하게 되었고(난 까맣게 잊고 사람들이랑 놀러갈 계획만 짜고 있었는데 그날이 결혼기념일인거 말해줌 ㅋㅋ)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이던 우리는 삼십대 중후반이 되었다.

TV에 나오는 누군가는 아직도 배우자를 보면 설레고 떨린다던데 사실 그런 감정은 이제 거의 없고 '가족'이 주는 편안함과 일상이란 단어가 우리사이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상태가 됐다.
각종 고마운 행동과 서로에 대한 배려는 이제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감동하는 일은 적고, 오히려 미운짓과 거슬리는 행동들이 더 잘 보이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가 가장 편하고 솔직한 사이일 것이다.
(남편씨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살란다. ㅋㅋㅋ)

어느새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이제 '나'보다 '엄마' 혹은 '아빠'로서의 역할과 고민이 더 많아졌지만 아이들이 더 크고 독립적인 개체가 되면 우리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겠지.

애 둘에 치여 제대로 얼굴 마주보고 '우리의 삶'을 얘기할 시간조차 갖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라은이 좀 더 크면 얘기도 더 많이 합시다 여보.
지난 6년이 그랬듯 앞으로도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비록 당신은 내 블로그 글도 찾아보지 않을테고 페이스북도 안하니 이 글의 존재를 모를테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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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르다.
오늘이 아가도 산모도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백일이다.
명절 연휴 다음날이라 미리 준비를 못해서 저녁에 조촐하게 상을 차려주고 축하했다.

지안이 백일 때는 할머니가 수수팥떡도 만들어주시고 아빠가 휴가도 내고 온가족이 오붓하게 보냈지만 이번엔 명절 직후이기도 하고 집안 분위기가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조촐하게.
상을 멋지게 차린다고 더 아끼고 소박하게 차린다고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니기에 가벼운 상차림이지만 마음을 듬뿍담아 축하했다.
(지안이 때도 상차림은 비슷했다)

백일 동안 세상 사느라 고생많았다고, 앞으로 건강하게 쑥쑥자라라고 덕담도 해주고 지안이 오빠와 백일축하 노래도 해주고 떡도 먹었다.

더불어... 나도 참 고생 많았다.
올해까진 좀 더 고생해보자!


누군가의 삶의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한편으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만큼의 무게가 느껴지는 일이다.

예전에 블로그에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도, 며칠전에도 내가 그(녀)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참내... 내가 뭐라고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준단 말인가.

(요새 자존감 떨어짐)

 

내 비록 요즘은 육아일기가 쓰는 글의 전부이고 머리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쉽게 애를 재울까, 어떻게 애를 배불리 먹일까, 저녁엔 뭐 해먹을까 따위로 가득차있지만.

10여년 전의 나는 넘치는 에너지로 떠들고 다녔었나보다.

 

여튼...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아, 잘 살아야지.'

아주 대단하게 살진 못해도(대단하다는 것의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찌질하게 혹은 그럭저럭 어쩔수 없이 삶을 살고 있진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영향을 받은 것 처럼 당연히 나 역시 영향을 받았다.

또한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선배들이 요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면서 끊임없이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왜 선배들은 졸업 후 가는 길이 딱 두가지인가'라며 불만을 가졌었다.

당시에는 학생운동 조직에 남거나 그냥 취직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나중에 노동쪽으로 가고 보니 사회에 나와서 할 일이 얼마나 많고, 운동하고자 마음먹으면 갈 단체가 얼마나 다양하던지.

내가 졸업할 땐 그걸 보여준 선배가 없었다.

(내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고)

 

요즘은 선배들이 어찌다 다양하게 살고 있는지 페이스북을 통해 보고 있는데 참으로 다양해서 '이렇게 살아야지' 싶기도 하고 '이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모두들 소시민으로 사는 듯 하지만 마음속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 와중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 이런저런 고민도 들고.

 

하여간 지금 생각해보면...

2001년에 애문연 생활을 시작하면서 형남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언니가 엄청나게 달변가이거나 마성의 매력을 갖고 있다거나 천재이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ㅋㅋㅋ) 충분히 사람을 변화시켰고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어린 직선 후배가 길을 잃지 않고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니깐.

그리고 언니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어서 나를 끊임없이 정신줄 놓지 않게 하고 있다.

(아마도 언니 바빠서 이 글 까지 읽진 않을듯. ㅋㅋㅋ)

 

잘 살아야지.

운동에 투신하거나 조직에 몸담아야만 잘 사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스스로 내 삶 자체가 당당하고 의미있다면 잘 사는 것이겠지.

지금 당장은 2달 된 아가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내 삶을 잘 사는 것이고, 28개월 된 지안이를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겠지.

(요즘 박지안을 보듬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_-)

 

그래서 나는 오늘도...

2013년, 2014년까지 생명체 하나를 비교적 온전한 사람꼴로 만들어 놓고 2015년에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그나저나...

이 별거 아닌 글 하나 쓰는데 왜 이렇게 중구난방이며, 왜이리 비문 투성이냐...

일부러 정기적으로 글을 써줘야 하나... -_-;;

뭔가 딱 떨어지는 글이 아니라 쓰고 나서도 꺼림직한 글일세.

출산 후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탓이라고 치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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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건 발행을 안할 것이기에 아무도 안읽을 수도 있고 요샌 모두가 모바일로 읽으니 바뀐 스킨을 눈치 챌 사람이 아무도 없을테지만.

(아마 있다면 김쎈 정도? 하지만 얄팍한 기억력을 가진 자이므로 모를 것이다. ㅋㅋ)

 

지안이 100일이 조금 지나고 육아블로그로 탈바꿈 해볼까 하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스킨을 변경하고 타이틀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직접 만들었는데, 공교롭게도 지안이가 4,5개월 차에 무척 떼를 쓰는 바람에 무산된 육아블로그.

이제 둘째 라은이를 낳기도 했고 육아블로그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스킨을 바꿨다.

육아 관련 포스팅을 계속 하긴 하겠지만 내 소소한 기록역시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역시 내 블로그는 내 중심으로. ㅋㅋ

 

혹시나 육아관련 블로그를 하게 된다면 따로 계정을 만들어야지.

여긴 사생활이 털릴게 한두개가 아니라서;;;

 

여튼 스킨 변경!

 

아이가 둘이 되면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이렇게 빨리(라은이 50일도 되기 전에;;;) 올 줄 몰랐다.

혼자서 28개월 지안이와 1개월 라은이 돌보기.

아아... 이게 대체 가능한 일이긴 한건가.

 

원래 계획대로라면 외갓집 휴가에 따라갔다가 지안이는 남고 남편씨만 집으로 돌아오는 구상이었으나...

감기에 걸린 지안이가 컨디션이 안좋았는지 집에 오겠다고 해서 같이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집에 가자고 해도 남겠다고 할 녀석이;;;)

 

어제 나는 잠시 패닉상태가 되었으나 내가 분명 내입으로

"지안이한테 물어보고 집에 오고 싶으면 데려와. 지안이가 하고 싶은대로 해야지"

라고 말했기에 모든 것을 감내하기로 마음을 비웠다.

게다가 일요일을 아무도 없는 집에서 쓸쓸하게 보낸지라 지안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할 때 였다는 것이 함정;;;

 

그리고 바로 오늘 아침.

여느때와 다름 없는 평화로운(은 개뿔. 라은이도 배고프다 지안이도 배고프다 우리 부부는 정신이 없음) 아침을 보내고 한숨 돌릴까 하는데 남편씨가 지안이를 놓고 혼자 출근한다.

그렇다.

어린이집 방학. ㅠ_ㅠ

 

 

 

그리하여 오전9시 부터 나는 '라은이 먹이기, 지안이 먹이기, 라은이 먹이기, 나 밥먹기'를 기본코스로 운영하면서...

틈틈이 라은이 기저귀를 갈며 지안이 변기를 비워주고, 우는 라은이를 안았다가 내려놓고 재우고 안고 놀아주면서 지안이를 낮잠 재우고 나는 10분 쪽잠자고,  설거지와 젖병세척도 마치고 빨래를 널고 개고 택배를 받았으며, 라은이 목욕을 시켰다.

그리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내내 지안이 책을 읽어줬다.

(아니다. 라은이를 먹이면서도 책을 읽고 라은이를 달래면서도 책을 읽었으며 라은이를 재우면서도 책을 읽었다.)

 

오후2시쯤 지안이도 자고 라은이도 잘 때 느꼈다.

그렇다.

할 만 하다.

사람이 못 할 일이란 없는 것이다.

단, 오늘 하루만 한다는 전제하에. -_-;

 

오후4시경이 되자 허리가 끊어질 듯 했고(계속 앉았다 일어났다 애를 안았다 내려놨다 무한반복...)

손목이 시큰거렸다. -_-

어깨도 결리고 목도 뻐근했다.

다행히 휴가를 끝낸 울엄마가 5시쯤 들러 지안이를 데려간다고 했기에 '그래 오늘 하루 너희에게 최고로 봉사하마'라는 마음으로 2시간을 더 근무했다.

 

그리고 5시가 되어 지안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침부터 언제오냐고 물었음) 함과 하부가 지안이를 데리러 왔고 엄마 보고 싶으면 전화하기로 하고 엄마를 꼭 안아준 지안이는 6시에 밝고 명랑하게 발걸음도 가볍게 "엄마 안녕~"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지안이가 집을 나서자마자... 갑자기 또 집이 텅 비고 허전한 느낌.

'아, 사랑하는 우리 아들 보고싶다...'

오늘 하루 그야말로 전쟁같은 시간이었지만 지안이와 나에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마 라은이는 '엄마 오늘 나 왜이리 홀대해?'라고 생각했겠지만. ㅋㅋㅋ

 

 

 

물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산욕기라 하는 6주가 지나긴 했으나 정말 딱 6주가 지난 몸이었기에 힘들기도 했지만 원래도 저질체력이라 평상시였어도 아마 비슷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마음은 참 따뜻하고 좋았다.

아침 저녁에만 엄마를 접할 수 밖에 없던 지안이가 오랜만에 엄마를 거의 독차지하며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고...

아침 저녁에 동생 맘마 챙기거나 동생 안아주는 모습만 봐서 많이 섭섭했던 지안이가 하루를 함께하며 엄마가 동생을 (사실 지안이 때문에;;) 홀대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도와줬다.

 

그래서 지안이는 요즘 말 안듣는 미운 3살 꼬맹이가 아니라 예전의 착하고 귀엽던 우리 지안이로 60%쯤 돌아온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생 분유타면 젖병 가져오고 갖다놓는 것은 꼭 자기가 챙겼다.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다.)

기저귀도 가져다주고 손수건도 챙겨주고 울면 (비록 안달래질지라도) 달래주고 졸리면 (더 울게 만들지라도) 재워주고.

엄마가 설거지 하는 동안 라은이가 깨서 울자 "엄마 아가 울어~"라며 쪼르르 달려가 달래주다가 잘 안되니까 (당연히 안되지 ㅋㅋ) "엄마~ 라은이 안아줘~ 울어~"라더라. ㅋㅋㅋㅋ

쉬하면 쉬한 것도 같이 보고 응가한 것도 같이 봐주고 배고프냐고 물어보고 ㅋㅋㅋ

 

그리고 정말 여러번 시행착오 끝에...

아가가 잘 때 자기가 떠들거나 큰소리를 내면 동생이 깨서 울고 깨서 울게 되면 엄마와 자기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을 아주 조금 깨달았다.

(오전엔 아무리 소곤소곤 말하자고 해도 크게 말하더니 오후엔 작게 말했다. ㅋㅋㅋ)

 

가장 감동스런 장면은 지안이가 정말 아끼는 기차그림 옷을 동생에게 입혀주겠다고 한 모습이었다.

"지안이 동생~ 기차 옷 입어~"

"지안아, 기차 옷 동생 줄꺼야?"

"응. (동생을 보며)지안이 동생 입어라~"

"지안아, 동생은 너무 작아서 아직은 기차 옷 못입어. 고마워~"

(이 훈훈한 장면의 슬픈 사실은... 자고 있던 라은이 몸에 지안이가 기차옷을 대주자 라은이가 깼다는 것. ㅠ_ㅠ)

 

 

 

하여간 오늘의 근무는 해피엔딩.

오늘의 교훈도 '육아는 역시 체력'이라는 것.

지금 나는 완전히 방전상태... 하지만 체력이 뒷받침 된다면 이렇게 키우는 것도 가능하고 재밌겠구나 싶다.

지안이가 많이 도와줄 것 같다. ㅎㅎ

 

그리고 남편씨에게도 해피엔딩.

이번주는 비교적 자유로우시겠구만. ㅋㅋ

자연주의 출산과 육아란게 별건가.

병원에서 인위적인 의료행위 없이 정말 자연의 순리대로 낳는 것이 자연주의 출산이고, 아이를 요즘 장난감이나 사교육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흙놀이 풀놀이 물놀이 하며 키우는게 자연주의 육아인 건데...
(내 생각은 그렇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조산원에서 슈슈를 낳기로 마음을 먹었는데(마음먹기 쉽지 않았다. 걱정된다...) 계산해보니 최소 100(비용이 100만원이었다;;;) 최대 50만원이 더 든다.
지안이가 아이답게 놀았으면 하는 마음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월 30만원은 더 든다.
결혼할때 부모님 덕분에 전셋집은 그럴싸하게 얻었지만 월수입은 저소득층에 가까운 우리집 형편에 아이를 순리에 맞게 낳고 기르는 것은 사치였단말인가.

자연주의란 말의 의미가... 중산층의 고급문화로 자리잡고 있나보다.
그냥 난 자연의 순리대로 낳고 기르고 싶은 것 뿐인데.

가계규모에 맞게 일반병원에서 낳고 일반어린이집 보내고 음식도 생협말고 시장에서 사다먹어야 하려나보다.
젠장.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내가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과 최아룡 선생님을 만난건 2006년 혹은 2007년 무렵이었을 거다.

(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당시 나는 광화문-시청에 있는 언론노조(프레스센터)에 근무하고 있었고 내 몸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과 5분 거리의 요가원에 등록해서 두어달 다녔는데...(요가는 대학때 이미 서너달 다녀본 적이 있다)

왜 그리 살빼는 것에 집착을 하는지... 게다가 핫요가가 한참 유행시작하던 시절이라 뭔가 빠르고 강한 동작들을 반복하게 했는데 나는 그게 싫었다.

 

내가 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빠른운동과 근육운동에 별 흥미가 없어서였다. (물론 내가 운동신경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때 잠시 배웠던 라켓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외 뭔가 재빨리, 강하게 움직이는 운동은 나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

여튼 그래서 요가로 꾸준히 내 몸을 건강히 하고 싶었는데 그 요가원에 다니면 꼭 다이어트를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

살 빠지고 날씬해지면 좋긴 하지만 내가 하고싶었던건 '몸 살리기'이지 '몸 가늘게하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그래서 그 요가원을 그만두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시청 요가, 광화문 요가 등...

5~6개 정도의 요가원이 검색됐던 것 같은데 그 중 희한한 이름의 요가원 발견.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

응?

요가타운, 핫요가, 요가라이프 뭐 이런 이름이 아니라?

 

그래서 요가원 이름으로 다시 검색.

그랬더니 원장쌤의 조금 특이한 경력(?)과 관련된 한겨레와 한국일보 기사가 검색됐고 왠지 꼭 그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전화하고 찾아가 등록할 때 약간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평소 몸상태, 직업 등을 물었고 요가를 통해 어떤걸 원하는지를 물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다이어트 강조하는 요가가 싫다고 강력히 ㅋㅋㅋ 말했던 것 같다.)

그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보통 그냥 수강기간에 따라 결제하면 끝인데 이런저런 내 얘기를 물어주다니!

 

그렇게 첫만남부터 마음에 들었던 세상속요가원은 다닐수록 더 편하고 좋았다.

당연히 무리한 자세나 강한 동작을 강요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됐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것은... '잠'이다.

나는 잠을 빨리 못자고 푹 자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세상속 요가원에서 송장자세만 하면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양 옆에선 다른 동작들을 하고 있었고;;; 나는 잠시 동안이지만 정말 푹 자고 일어났다.

게다가 아룡쌤은 날 깨우는 일은 거의 없었고 대신 내가 잠이 들면 담요를 덮어주셨다.

(왜 그랬는지는 내일 물어봐야지 ㅋㅋ)

잠에서 깨어날 때 마다 나의 마음속엔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났는데 '앗, 운동하러와서 돈아깝게...'하는 마음과 '아... 푹 자서 개운하다. 더 자고 싶다.'라는 마음.

 

그렇게 1년 가량 반 이상은 자면서 요가원을 다니다가 2008년이 되면서(정권이 바뀌었다!!!) 정말 미친듯이 바빠져서 요가원은 일단 정리.

그 뒤 파업에 또 파업을 거듭하는 무자비한 일정으로 요가는 꿈도 못꾸다가 2010년에 그만두고나서 다시 등록.

그때는 뱃속에 토실이(지금의 지안이)를 품고 임산부요가를 했다.

그리고 출산 후 요가원을 또 그만두었는데 그 사이 최아룡 선생님은 요가원 자체를 정리하셨다.

 

근데 알고보니... 동네(?) 주민!

여튼 우리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고... 페북에서도 이어졌고...

오늘 드디어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만났다!

쌤이 책을 내셨는데 그와 관련된 강의를 나무그늘에서 하신 것.

오늘 첫 강연이었는데 29일에 이사가는 나를 위해 ㅠ_ㅠ 3월에 첫 일정을 잡으셨다고.

 

 

 

사실 아직 책은 못봤다.

이사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책을 보고 뭐고 할 여유가 없어서;;;

오늘 저자 싸인 받은 책도 받았으니 이사하면 차분히 읽어봐야지.

 

이 책이 읽기 전부터 마음에 드는 이유는...

표지에 쓰인 연보라색도 좋고 제목에 들어있는 '늦은 일곱시'가 한참 요가원에서 자던(! ㅋㅋ) 시간이어서.

나에겐 굉장히 편한 시간으로 기억되서 좋다.

그리고 일을 그만둔 이후 나는 쭉 '나를 만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살빼기 요가가 전국을 휩쓸고 있어서... 마음을 다스리는 요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아룡쌤이 요가원을 다시 운영하시면 좋을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책은... 읽고... 또 애기해야지. ㅋㅋ

 

 

나는 이게 전체적인 고학력 현상에 따른 사회적 폐해라고 보는데... (괜히 거창해 보이네 -_-;;)

특히 운동권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노조에서도 청년회에서도 느꼈던 것을 청동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80년대만 해도 대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전태일 열사가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만큼.

하지만 '대학'간판 못달면 사람구실 못하는 것 처럼 사회가 굴러가자 대학 자체도 정말 많아졌고 대학이 선택이 아닌 의무교육처럼 생각되어 대학나온 사람이 정말 많다.

 

언론노조에 있을때... 이건 직종 특성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4년제 대학졸업자였다.

(정말... 서울대가 널리고 널렸다. 그 다음은 고대. 한양대 정도면 B급 대학인거다. -_-)

그러다보니 나이를 물을때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학번을 물었는데 간혹 인쇄쪽 조합원들은 대졸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묻는 사람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이 괜히 미안해하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다른 조직에선 학번을 묻는 것 같진 않던데...)

 

청년회도 마찬가지다.

정말 대부분 학생운동을 거쳐 졸업 후 청년회에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청년회의 경우 나이를 묻기로 정리했으므로 학번을 묻는 경우는 잘 없지만) 어느학교 나왔냐고 묻게 되는데 학생운동 출신이 아니거나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자존심 상하는 일인거다.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 앞에서 서총련이 어쩌고 떠드는 것도 듣는 사람들은 꽤 불편한 일.

 

그리고 얼마전...

나는 딱 한번 만나 얘기를 나눈 선배님이 청년동문회 탈퇴를 선언하셨다.

(아... 그 선배님 잠시였지만 정말 좋았는데...)

한양대는 중앙동아리에 한양여대 학생들도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동연출신에는 한양여대 졸업생도 있는데 아마도 청동 회원자격에 대해 누군가가(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사실 전혀 알지 못하지만) 얘기한 모양이다.

 

내가 겪은 세가지 일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크게 보면 다 같다고 본다.

청년회에 들어와 운동권 경력(이 표현 웃기다 ㅋㅋ) 15년이 되어가는 나의 동거인은 아직도 이런 일에 기분나빠하고 상처받는 걸 보고 있는 내가 판단하기에 이런 일은 가해자는 모르고 피해자만 크게 상처받는 일이다.

(심지어 나도모르게 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물론 상처주는 개인이 예의가 없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특성이 있을 수 있다. (싸가지가 없다고 표현하면 쉬운데 ㅋ)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상처주는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고(이게 죄라면 죄...) 상처받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다치기 때문에 이미 마음이 깊이 패여있게 된다.

 

여튼 운동권들.

모두를 위해 살자고 외치지만 정작 가까운데서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는 차별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학력에 의한 차별의 경우... 사회적 지위인 것 같기도 해서 고질적인 자격지심을 심어준다.

인간이 못난게 아니라 그저 공부성적이 안좋았을 뿐인건데 내가 못난것 같은 그런 기분.

그래서 대졸자들이 나 모르는 얘기를 하거나 은연중에 무시당해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혼자 위축되고 그런거.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있기나 한가...

나부터 집에서 잘해야지;;;

'이 사람과'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렇다.

우리는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이다.
공통점은 B형이라는 것과 그래서 둘다 화르륵 탄다는 점 밖엔 없다.
(허나 남편씨는 뒷끝 작렬 ㅋㅋㅋ)

여행을 갈때도 나는 1부터 100까지 시간단위로 계획을 짜고 경우의 수에 따라 대비책도 마련해야 마음이 편한데 남편씨는 정반대다.
어짜피 가보면 상황은 어찌될지 모르니 그냥 일단 가고 그때그때 판단하는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순발력이 있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이게 싫다. -_-)

그리고 난 예상되는 상황이 마음이 편하고 익숙한게 좋은데 남편씨는 늘 예측불가능하고 처음 겪는 일을 좋아한다.

난 운동신경이 없고 논리적인 것에 강한데 그는 스포츠맨이고 감정적인 것에 강하다.
난 군것질과 밀가루,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는 맵고 담백한 한식위주의 식성이다.

아니 여튼... 뭐가 다른지 말하자면 입이 아플정도고...(손이 아프다)
어쨌든 오늘은 '다르다'는 그 점이 바로 장점으로 발휘된 날.

이사갈 집을 한달째 고르고 있는데 둘다 좀 까탈스러워서(앗. 공통점? ㅋㅋ) 당최 맘에 드는 물건이 없는게다.
성향상 나는 이런 상황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인데 남편씨는 어떻게든 되겠지 주의. ㅠㅠ
근데 그런 사고방식이 오늘 결국 나에게 다른 해결책(?)을 주었고 나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ㅋㅋ

달라진건 하나도 없지만 마음을 달리 먹으니 이렇게 여유로울수가!!
(물론... 평소에 그가 늘 이래서 난 속이 터진다;;;)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둘이 마주앉아 피말리고 있었겠지. ㅋㅋ

둘이 다르다는 것.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양날의 검이 맞으려나...) 점이지만 오늘만은 무척 좋구나!
이제 간만에 집걱정 없이 편히 자보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오늘 오후에 지안이 책 읽어주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일어나 책을 읽으란 지안이의 찡찡거림을 자장가 삼아;;;

30분정도 잤을까?
지안이는 엄마가 잠든 것과 조는 것을 이제 구분하는지 포기하고 혼자 놀더라.

근데 좀 전에 문득 달력을 보니... 지안이가 어린이집 갈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이 퍼뜩 든다.

미안미안...
엄마가 다시 정신차리고 잘 놀아줄께...
어린이집가면 이제 엄마랑 하루종일 놀지도 못할테고 동생 태어나면 더 못할텐데...
나의 소중한 첫아가 지안아, 보름남은 시간 엄마가 최선을 다해볼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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