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문득 '오일장이 언제지?'하며 검색했더니 바로 오늘!
정말 오랜만에 제주오일장에 구경갔다. 거의 십년만인거 같은데... 많이 정비됐고 많이 신식(?)이 되어 깔끔한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구경하는 재미는 좀 없었다. 오늘의 최고 소득은 '오일장돈까스'였는데 무려 5천원... 사실 첫째랑 나는 순대국밥이나 멸치국수를 먹고 싶었지만 먹기싫다고 확실히 의사를 밝힌 둘째녀석 때문에 돈까스로 결정. 아니 얘야... 너는 서울에서도 돈까스를 먹고먹고 또 먹는 아이잖니.
그런데. 이 집 돈까스 무려 생고기(냉동아님)를 쓰는데다가 소스도 직접 만들어서 정말 맛있고 기름도 깔끔하고 대만족... 제주 도착하자마자 함덕 근처에서 먹었던 흑돼지 돈까스 13,000원이었는데 그거보다 열배는 맛있었다. 애 둘과 나는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식당을 나오며 인사를 거의 하지 않는 내가(부끄럽잖아...) 오늘은 사장님과 꼭 눈을 맞추고 "잘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나왔다.
순대도 사고, 찐옥수수도 사고, 어린이 갈옷도 사고, 대장간 물건들(서울에서 못보니까)도 구경하고 엄청 많이 걸어다니다가 지쳐서 집으로... 운전하고 집에 오는데 졸리더라. 너무 졸려서 껌을 씹었을 정도. 오자마자 나는 거실에 쓰러져 잠이들었고 어린이들은 신나게 떠들며 놀았다.
저녁무렵 간식 먹고 우리 셋이 슬슬 나들이한 곳은 선흘분교. 무척 예쁘다는 제보를 어젯밤에 받았던지라 슬슬 가봤다. 정말 마을 안쪽 깊숙히 있는 작은 학교였는데 사진으로 본 것 보다 아기자기하고 정말 이 학교에 보내고 싶을 만큼 좋았다. 우리집 녀석들도 시소, 그네, 정글짐, 구름사다리, 미끄럼틀 등 학교라면 어디든 있는 시설들을 이용하며 즐거워했고(ㅋㅋㅋ), 잔디구장과 달리기 트랙에서도 놀았다. 뒷편 텃밭도 구경하고 오리, 토끼등 키우는 동물들도 구경했다.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말걸기 어려워하는 첫째는 먼 발치에서 선흘분교 아이들의 축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이들이 다 가고나서야 공을 차기 시작했다. 축구 못하는 엄마와, 축구를 좋아하지만 운동신경 없는 아들, 축구를 좋아하는 딸 셋이 공놀이를 하니 은근 수준이 맞았다. 축구라니... 서울에선 그냥 아빠에게 맡기면 되는 종목인데 이게 무슨일이람. 그래도 넓은 잔디구장에서 공을 뻥 차니 재밌더라. :) 그렇게 땀을 흘리고 돌아오는길에 동네 구멍가게에서 폴라포를 사먹으니 그렇게 꿀맛일 수가.
+ 오늘의 깨달음 : 애들은 안자도 나는 낮잠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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