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제목을 쓰고 도착한 날의 비를 떠올리다 보니 도착하자 마자 벌어졌던 사건이 생각났다. 그건 마지막에 쓰겠다. 기록의 중요성...)

결혼 후 제주도에 올 때마다 비오는 날이 늘 있었고(아닌 사람도 많던데...) 6월말이 장마 시작이라 비가 온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서 비오는 것 자체가 불편하거나 하진 않았다. 예측되는 일은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애들 둘과 어른은 나 혼자인 상태로 비오는 제주에 도착하는건 부담스러웠다. 당일 가져갈 짐을 최소화 하느라 최대한 짐을 미리 차에 실어 보냈지만 그래도 짐은 있었고, 짐이 가득 실려있는 차를 빗길+초행운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각보다 컸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한달 살 집에 도착했고 팔 힘이 없는 내가 혼자 한달치 짐을 비를 맞으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서 짐을 다 옮겼다. 아이들은 엄마를 열심히 도왔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가벼운 짐 몇 개였고 큰 상자와 큰 캐리어는 내가 다 옮겼다. 내가 이렇게 힘이 센 사람이었나 의아할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며 '이런게 엄마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짐을 반 정도 옮겼을까... "엄마, 나도 물총놀이 해도 돼?"
앞마당을 보니 아이 두 명이 물총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걸 보니 새로 산 물총을 가져온 아홉살 녀석은 마음이 동했던 것. ㅋㅋㅋㅋ "그래~ 몸 다 젖을텐데 그 옷 입고 해도 되고 수영복 입고 해도 돼~"라고 하니 깔끔한 이 녀석 수영복 위치를 묻고 주섬주섬 갈아입는다. 중간에 엄마랑 오빠를 잠시 놓쳐 울고 있던 일곱살 녀석도 눈물을 훔치며 슬슬 수영복을 찾는다. 그래그래, 이렇게 비와도 잘 놀려고 여기 온건데. 나도 신난다.

 

+ 잊고 있었던 우여곡절 1

우여곡절이라고 하기에도 어이없는 대사건이었는데... 차량을 탁송으로 보냈다. 한달 전기차 렌트를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한달은 렌트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고 장기렌트(리스)를 알아봤는데 거긴 전기차가 없고... 아무튼 전기차의 메리트(기름값 없음)를 느끼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일반차 렌트도 거의 탁송가격이랑 맞먹는지라 그렇다면 우리집 차로. 특히 렌트는 완전자차로 하면 가격이 아주 높이 뛰어버려서... 아이들과 맘편히 다니려고 차를 배편으로 보냈다. 짐도 가득 채워 보내니 택배 보낼 일도 없고.

그런데.... 추적추적 비내리는 제주공항에서 애 둘과 짐을 데리고 차를 받으러 갔는데 우리차가 아니다?
간만에 성격나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50분 더 기다려 내 차를 만났다.
열받은 상세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감정이 살아나는거 원하지 않음...)

 

+ 잊고 있었던 우여곡절2

1에 비하면 아주 별거 아닌 얘기.

가려고 봐뒀던 식당을 헤매헤매 찾았는데 개인 사정으로 점심영업 마감...
비가 오니 식당 찾기도 어렵고 애들이랑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어서 고생 좀 했네.

제주한달살이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기록은 남기면서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아주 오래 뒤 잊었던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떠올릴 수 있게 하니까. 내 생애 다시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시점마다 되도록 기록을 남기려고 하는 편이다. 에버노트에만 올려놓고 마무리 되지 않아 올리지 못한 남미여행기가 있긴 하지만.... ㅠㅠ

그래도 제주의 기록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라 더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라...

 

시간 순서대로 올리려다가 때를 놓칠 수 있으므로 그때그때 그냥 생각나는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여행계획을 plan B, plan B', plan B''까지 세우는 내가 무계획으로 한 달 살아보는 것 자체가 아주 의미있고, 아이들도 팽글팽글 신나게 놀아보는 경험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니까.

 

집 앞에 이런 곳이 생겼다기에 다녀왔다.
정말 동네주민의 자세로 내내 뒹굴거리다 밥시간에 딱 맞춰가서 먹고 바로 들어왔다. ㅋㅋ

닭 육수에 닭 차슈라니... 가기 전 곰곰 생각해봤지만 그동안 닭 베이스의 라멘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일본에 가 본 건 무려 20년 전이라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아무튼 11:45에 오픈한다고 해서 11:40에 맞춰 갔더니 12시 입장이란다. 내 앞엔 남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12시가 됐을 때엔 대기공간이 가득 찼다. 가게 안 자리는 바 형태의 테이블이고 의자는 11-15개. 11개가 기본이고 나머지는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의자다.



시그니처 메뉴인 토리소바를 먹었다. 면이 얇고 단단하게 삶아졌고, 국물은 조금 짜고, 죽순은 맛있지만 많이 짜고, 삶은 달걀은 간간하게 삶아지고 탄력도 좋았다. 차슈로 얹어진 닭고기는 수비드인 것 같았다. 아주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고 짭쪼롬하다. 곁들여 나온 반찬은 오이절임인데... (하필 나에게 오이라니...) 진짜 큰 용기를 내고 먹었더니 놀랍게도 오이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 오이인데 오이치고 오이맛이 덜 난다. 닭 육수는 정말 진했다. 찐득한 느낌의 국물이다.

솔직히 이 음식 자체로만 보면 나는 그닥 감동이 없었다. 내 기준에 간이 너무 세고 원래 얇은 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닭으로 맛을 낸 라멘을 처음 먹어봐서 비교할 대상도 없다. 다음엔 토리소바 말고 마제멘을 먹어봐야겠다.

이 가게는 나에게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는데, 가게 안에는 특유의 닭 냄새가 났다. (그래서 일단 별로...) 주방에는 남자 둘이 일하는데 앞치마를 하지 않은게 거슬렸고 계산 후 손을 안닦고 재료를 손질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오픈 준비하는 시간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발판을 손으로 탈탈 털었다. 당연히 그 옷 그대로(앞치마 없이) 요리를 했고 그걸 보며 여기서 꼭 먹어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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