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일기를 쓸만한 일이다 이건!

한달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황석영 선생님을 봤을때 보다 훨씬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조정래 선생님과 점심을 먹게 된 것이다.

언론노조에서 다음주 17일에 YTN후원의 밤 행사에 선생님을 초청했는데 시간이 안되신다고 해서 오늘 영상메세지를 촬영하러 직접 사무실에 오셨다.
(대부분 우리가 찾아가는데...영광이다...)
그 카메라 마이크 세팅을 도와준 댓가로... 점심식사 자리에 끼었다.
으헤헤
물론 마이크 세팅하며 "이럴줄 알았으면 한강, 아리랑, 태백산맥 세질을 들고와 싸인 받는건데!"라며 아쉬워한 나의 모습을 보고 이진성 국장님이 거둬주신 것이지만 ㅋㅋ

여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식사자리에 갔다.
어른들(선생님과 위원장, 사무처장) 식사하는 자리에 합석한 것이기도 했고 원래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부끄러워 하는 성격에 구석에 앉아 조심히 밥만 먹으려고 하는데 이 국장님이 "이 친구가 선생님 팬이예요. 집에 책이 다 있대요."라고 해서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선생님이 "요즘 말로 광팬인가?"라고 농담까지...(사람들이 재밌어 해서 나는 더 부끄러웠다;;;;)

여튼 어찌어찌하여 싸인얘기가 나왔는데 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ㅠ_ㅠ
"선생님, 오시는걸 미리 알았으면 제가 책을 가져왔을텐데요 오늘 갑자기 들어서 아무것도 준비를 못했어요. 죄송해요" 라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난 종이도 없었다 ;;;)
"종이도 내가 줄께"라며 본인의 수첩 한자락을 뜯어 주시는게 아닌가!!!


그 순간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
그 와중에 이 국장님이 작년에 결혼해서 신혼이란 얘기를 꺼내며 내외에게 함께 싸인해주시라고 하자, 우리 위원장님..."남편은 통일운동도 하고 아주 예쁜 부부입니다"라고 해서 정.말. 몸둘바를 모르게되고;;;;
선생님은 흔쾌히 싸인해주셨다.
헤헤
태백산맥 1권에 붙여야겠다. (그책은 남편씨의 책이다 ㅋㅋ)

그리고 헤어지는 길에 아들 많이 낳으라며...
아들 셋 낳으란다. ;;; 그게 애국하는 길이라신다. ;;;;
애국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서...그냥 포기해야하나? 잠시 생각했더랜다. -_-;;;

여튼.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하하하

덧붙임.
선생님과 대화 중에 이런저런 많은 말들을 들었지만 그에 대한 것은 나중에...
김소의 블로그에서 완전 공감가는 글을 봤다.
http://kimso.tistory.com/entry/생활습관-혼란기

나도 김소따라 결혼전 생활을 보자면...

일단 집에오는 긴긴 길에 책이나 문건이나...텍스트를 읽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이어서 재미있는 책은 하루에 한권 읽기도 한다.
(편도 한시간반 동안 반권씩 아침, 저녁으로 한권)
집에오면 가방놓고 씻고 나와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옷을 입었다.
그리곤 그 앞에 앉아 이런저런 글도 읽고, 글도 쓰고 하며 하루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때론 누군가에게 메일도 보내고 하면서.
그리고 누워서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든다.
(아침 6시에 방에 불이켜진걸 발견하는 기분이라니...)

결혼하고 나선.
집에 오자마자 쌀을 씻어 앉힌다.
그동안 옷갈아입고 부엌에 있는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를 들으며 찌개나 국을 끓이고 반찬 준비.
이미 결혼 1년 지난 나름 주부이므로 30분이면 대체로 밥은 다 차려진다.
쿠쿠의 밥짓는 속도와 동일하다. ㅋㅋ
남편씨와 밥을 다 먹고나면 남편씨가 설거지 하는 동안 난 TV를 켠다.
무심코 켠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덥잖은 예능프로를 보거나 아주 재밌는 다큐를 보거나 등등 십수개의 채널을 빛과 같은 속도로 돌리며 본다.
(아는 사람은 알거다. 남편씨의 리모콘 돌리는 속도를. 근데 이젠 내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느리지 않더라. ;;;)
그렇게 밍기적, 부비적 대다가 씻으러 간다.
(가끔 미리 씻고 부비적 대기도 한다.)
그리곤 침대로...가서 한 1-2분 수다떨다 잠든다.
(남편씨와 그 이상 수다떠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머리만 닿으면 잔다.)

얼마전에...결혼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고 좋지만 어쩐지 나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고...
그리고 남편씨가 좀 늦는 날에 예전엔 마냥 허전하고 심심하고 해서 몸둘바를 몰랐는데 이젠 책읽고 음악들으며 시간을 즐긴다.
지난 1년이 정신없는 삶이었다면 이제 나와, 공동의 삶을 둘 다 즐기는 삶이랄까.

근데 확실히 사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줄었다.
남편씨랑 둘이 사는데도 이런데... 나중에 애를 낳으면 어찌될지 두렵다. -_-;




아, 그리고 귀가시간...
여러사람에게 말한적 있는데.
오이도 살때는 숙대입구 11시45분(동대문운동장 11시36분, 사당역 12시00분) 막차를 타면 오이도 도착 1시.
그리고 집에가서 씻고 바로 자면 2시엔 누웠는데...
이젠 2시에 귀가하기도 힘들다 -_-
집은 무지무지 가까워졌는데 꼭 더 많이 자게되는 것도 아니고 피곤하다.
특히 모임날엔 3시에 자면 빨리 자는거고 5시반에도 자봤다. -_-
청년회 근처로 집을 얻은 것이 즐겁지만 괴로운이유다.
사람들이 놀러오는 것은 매우 기쁜데, 늦게 잠드는건 너무 힘들다. ㅠ_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트럭뒤에 타기  (5) 2008.12.11
조정래 선생님과 점심먹다  (6) 2008.12.08
공적 운동과 사적 연애의 일원론  (2) 2008.12.05
김국환을 찾는 이는 누구?  (2) 2008.12.05
바닥치는 중  (16) 2008.12.02

하종강 선생님 강연을 섭외하기 위해 하종강의 노동과 꿈 홈페이지를 찾았다.
섭외 글을 다 쓰고 다른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다.


소설가 김연수는 가수 김광석 10주기를 추모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김광석의 노래에는 한심한 청춘들이 무턱대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청춘을 둘러싼 그 모든 모순들을 일거에 변증법적으로 해결하는 명쾌함이 있었다. 우리를 열광시킨 것은 <그루터기>를 부르던 그 입술로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공적 운동과 사적 연애가 원래 둘이 아니라는, 그 참으로 아름다운 일원론의 세계."(<한겨레21> 591호, 2006. 1. 3.)

'공적 운동'과 '사적 연애'의 일원론이라... 공감합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던 바로 그 명제.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자기를 옭죄거나 합리화 시키고 있을 우리들.

그냥 그 둘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받아들이면 해결될 것을.
나의 몸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 행동하지 않듯이
공적 운동도, 사적 연애도 결국 "내"가 하는 것임을.


그래서?
김연수의 소설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덧붙임.
김연수의 글 원문을 읽고 싶으면
http://blog.naver.com/h2h2hiro/90012100767
를 참조하시길.
글 제목인 '우리가 잃어버린 뜨거움이여'로 검색하면 한겨레21기사는 오류나고...
읽을 곳이 여기 밖에 없더라.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정래 선생님과 점심먹다  (6) 2008.12.08
집에서 나를 찾는 시간.  (2) 2008.12.08
김국환을 찾는 이는 누구?  (2) 2008.12.05
바닥치는 중  (16) 2008.12.02
윤정언니, 잘가요  (4) 2008.11.30

+ Recent posts